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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한 여행자

[도서] 우연한 여행자

앤 타일러 저/공경희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미국이나 유럽 소설을 읽다보면 남녀 관계를 보는 시각의 솔직함에 가끔 놀라기도 하지만 때로는 그런 솔직함과 당당함이 부럽다는 생각이 들 때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쉽게 사랑에 빠지고 잠자리를 같이 하고 또 금방 싫증을 내고 헤어지는 그 자체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좋아함과 싫어짐의 주된 이유가 주변 사람들이 아닌 바로 당사자들이라는 것, 함께 하는 조건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 미래의 '영원'을 약속하지 않는 것, 그리고 같이 살다가 헤어지는 것이 그 다음의 인연을 만나는데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것. 물론 이러한 사고방식이 지닌 단점들도 없지는 않겠지만 기본적으로 인간의 감정이라는 것에 좀 더 충실한 잣대들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다시금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연한 여행자> 시리즈를 쓰는 여행을 싫어하는 여행작가 메이컨은 아들의 죽음으로 인해 아내와 결국 별거를 하게 된다. 여행을 싫어하는 여행작가가 쓰는 <우연한 여행자>라는 여행기는 바로 그처럼 여행을 싫어하지만 어쩔 수 없이 비즈니스 목적으로 출장을 다닐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을 위한 여행기이다. 책의 표지가 보여주듯이 마치 거실의 소파에 앉아있는 듯한 안락함을 줄 수 있는 장소들을 파악해서 여행을 다니더라도 최대한 집에 있는 듯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이 여행기의 목적인 것이다. 그의 성격 역시 정리정돈과 완벽을 추구하는지라 살아가는데 틈을 보여주지 않아 주위 사람들의 관심을 애초에 철통방어로 물리치며 사는 삭막하기 이를데 없는 인물이다.

 

이런 그 앞에 뮤리엘 프리쳇이라는 개를 훈련시킨다는 이상한 여자가 등장한다. 물론 짐작했겠지만 이 여자는 메이컨과 정반대의 성향을 지닌 인물이다. 그렇다고해서 메이컨의 단점들을 커버하면서 서로 상호보완이 이루어질 수 있는 그런 장점들을 지닌 캐릭터는 아니다. 객관적으로 보았을때는 도무지 매력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을 것 같은 여자가 보여주는 '힘'은 삽십년이 넘는 세월동안 완벽주의자로 살아온 메이컨의 생활 패턴을 흩어놓을만한 '우연성'에서 나온다. 서로의 삶에 대해 우연한 여행자가 된 그들이 쓰는 예측불허 여행기의 매력에 오랫만에 마음이 따뜻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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