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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 첫인상이라는게 있듯이 책도 마찬가지이다. 책과 첫 대면을 하게 되면, 우선 책의 표지를 보고 책날개에 뭐라고 쓰여있는지 보게 되고 그 다음에 책의 목차 그리고 책을 한번 스르륵 넘겨보게 된다. 이 때 눈에 들어오는건 활자체와 글감이 어느 정도인지 대충 이런 것인데, 이 때부터 책에 대한 선입견이 생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는 책의 활자가 가득차 있는 느낌을 좋아하는데 그런 면에서 <가아프가 본 세상>은 첫인상이 좋았다고 볼 수 있다.

 

가아프의 이야기는 가아프의 엄마인 제니 필즈로부터 시작된다. 제니 필즈는 보스턴에서 나름 운세가 편 집안의 외동딸이다. 그래서 제니의 부모는 제니를 훌륭한 규수로 만들어줄 만한 학교인 웰즐리로 보내게 되는데, 제니는 도무지 그 학교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제니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 여학교는 '인공수태 기구의 삽입을 기다리는 암소처럼 얌전히 시간을 보내는' 그런 종류의 학교였던 것이다. 그녀는 결국 간호학으로 전공을 바꾸어 간호사가 되는데, 당시는 전쟁통이라 제니는 야전병원에서 군인들을 치료하게 된다. 제니는 선천적으로 남자에 관삼이 없고 섹스를 혐오하여 모든 남자들을 멀리하게 되지만 '아기'는 갖기를 원한다. 하지만 단 한번의 시도로 그녀에게 임신을 시켜주고 그 이상은 아무 관계도 유지하지 않을 남자를 찾기가 어디 쉽단 말인가. 우리의 명석한 제니 필즈가 결국 적임자를 발견하게 되는데, 그 과정은 이렇다. 제니가 근무하고 있는 병원은 각종 전쟁터에서 부상을 입은 군인들로 가득했다. 제니는 그런 군인들을 크게 4종류로 분류했다.

 

첫째는 화상을 입은 장병들로 제니는 그들을 '외상'이라고 불렀다. 둘째는 곤란한 곳에 총상이나 피해를 입은 군인들인데, 제니는 그들을 '급소'라고 불렀다. 세번째는 머리나 척추를 인공적으로 재조립해놓아서 존재조차 하지 않는 듯한 마비상태의 군인들로 제니는 그들을 '결석생'이라고 불렀다. 네번째는 이 모두를 합한 상태의 군인들로 제니는 이들을 '갔어'라고 불렀다. 가아프의 아버지는 바로 이 '갔어'의 범주에 속한 군이이었다.

 

가아프가 탄생하게 된 배경을 장황하게 이야기했는데, 작가가 작품을 통해 표현해낸 유머라는 걸 나의 자격미달 유머감각으로 설명하기가 쉽지 않아 맛보기로 인용해 본 것이다. 작가는 유머와 슬픔은 우리네 인생에서 같은 것이라고 말한다. 작가의 그런 생각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작품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깨알같은 웃음을 주면서도 어느 순간 감동적이기도 하고 슬프기도하고. 우리 인생이란게 원래 그런것이지만 자각하지 못하고 그런 순간을 맞게 되듯이, 존 어빙의 작품도 유머와 감동과 슬픔의 순간이 미처 머리가 깨닫기도 전에 마음에 와닿게 되는 그런 느낌을 준다. 이 작품의 또 다른 재미는 작품 속 작품에 있다. 가아프는 소설을 쓰게 되고, 작가로서 가아프가 쓴 작품이 소설 속에 포함되어 있는데, 실제 이 작품들은 존 어빙이 쓴 단편소설들이라고 한다.

 

작가는 가아프의 입을 빌어 소설이란 상상의 산물이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인생의 지극히 현실적인 면을 이야기하고 있으면서도 '상상'이라는 소설의 커다란 특징이자 장점을 잊지 않고 있는 작품이라고 할까. 1권에서는 가아프가 성장하여 결혼을 하고 두 아이까지 갖게 되는데, 가아프는 이 세상을 안전하지 않은, 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세상이라고 생각한다. 강박관념으로까지 생각되는 가아프의 세상을 보는 시선이 2권에서는 어떻게 이어질지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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