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혼. 헤어지지 않기 위해 따로 살기로 한 우리. 책 표지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이혼은 생각하지 말고 따로 살아볼 것. 각자 삶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만큼 노력하고, 서로 이성 문제는 만들지 말 것. 떨어져 있는 동안 상대방에 대한 가치를 다시 한 번 생각하는 시간으로 보낼 것. (47p.)
오늘, 결혼에 대한 또 다른 잠언을 보았다. "결혼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하는 게 아니라 가장 오래 사랑할 사람과 하는 것이다." (197p.)
내가 처음 이 책을 접한 건 작년 결혼식 준비를 하고 있을 때였다. 어느 때 처럼 yes24를 떠돌다가 우연히 이 책을 보았다. 휴혼이라는 단어에 끌려 책을 구매했다. 이 책은 그 때 구입했을 때 읽었고, 오늘 다시 꺼내들었다.
처음 책을 읽을 때는 무슨 이혼도 아니고 휴혼? 어차피 또 같은 이유로 또 갈등이 생길꺼야 라는 의구심을 가지고 읽었다. 그리고 생각해보면 결혼을 앞두고 있었기에 그리 공감가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 읽을 때는 뭔가 공감이 갔다. 30여년을 다르게 살아 온 우리가 딱 맞아 떨어지는 건 힘든 일이다. 처음에는 사소한 습관으로도 많이 싸웠다. 그 습관들은 맞춰가며 살아가면된다. 하지만 가치관은 다르다. 가치관은 서로 양호하며 살아가는 게 되지않는다. 그건 양보하는게 아니라 참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이에게 비치는 부모의 모습이자 가정이라는 울타리 말이다. '쇼윈도 부모'인 세상의 많은 부부들은 이미 알지도 모른다. 자녀를 위한 연기가 아닌 자녀를 위한 또 다른 노력이라는 것을. 허울이란 의미에 또 다른 가치를 부여해본다. (115p.)
사람은 거리를 두고 봐야 진정한 그 사람은 본연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것 같다. 같이 지지고 볶고 살다보면 거기에 지쳐서 그 사람이 안 보일 수도 있다. 연애도 힘든데 결혼은 오죽 하겠는가. 기혼자인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다시 한 번 우리 부부의 사이를 생각했다. 우린 잘 하고 있는 것 같다. 서로 이야기도 잘 하고, 서로의 장단점을 잘 보완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부부라는 공동체로 더 잘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것으로 난 이 책으로 많은 위안을 받았다. 다들 이렇게 산다라는 말이 가슴 아플 때도 있다. 누군가는 참고 사는 것일지도, 누군가는 입을 다 물고 나는 것일지도...
이 책은 우리 부부 이대로 괜찮은가?를 고민하는 부부보다는 신혼부부가 읽으면 좋을 것 같다. 둘 사이를 좀 더 생각하게되고 잘 살아야지!라는 동기부여도 되는 것 같다. 결혼하는 지인들에게 선물을 해야겠다.
휴혼은 여행과 닮았다. 나의 우주가 넓어질 기회, 당연시되었던 나의 권리는 사실 그렇지 않았다. 또한 세상을 살아갈 능력이 퇴화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감사하며 그전과는 다른 태도로 인생을 대하게 되었다. 그렇다. 휴혼은 살아 펄떡이는 생존이다. (211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