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특별히 운동을 한다거나 건강식품을 챙겨 먹지는 않지만 일정한 몸무게를 유지하려고 노력하며 몸에 나쁜 음식은 먹지 않고 강아지와의 산책을 즐기는 등 나름 건강을 챙기는 편에 속하는 사람이라 자부하며 살았어요. 게다가 이제 나이도 있다 보니 건강 관련 도서도 종종 읽는 편인데 갱년기 책은 이번에 처음 접했네요. 매번 같은 주기로 반복하는 생리를 그저 불편하고 귀찮은 존재로만 여겼는데 괜스레 내 몸과 마음에 미안해집니다.
저자들은 70년 대생 여성으로 한때 같은 광고 회사에서 근무한 20년 지기 친구예요. 아니, 이분들은 어쩜 이렇게 건강한 수다를 떨 수 있는 것인지.... 그녀들의 수다에 존경과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책은 사적인 영역의 갱년기 증상으로 시작해 다양한 정보와 함께 그녀들의 내밀한 이야기를 풀어내며 남성 갱년기와 사회적 담론을 이끌어내는 데까지 영역을 넓혀나갑니다. 또, 저자 셋의 이야기에 국한하지 않고 다른 분들의 의견도 함께 실어서 좀 더 다양한 의견을 접할 수 있게 구성해 놓았어요. 그중에서도 '70년생 선희 언니 갱년기 인터뷰'가 무척 인상 깊었어요.
(103쪽)
갱년기가 오기 전까지는 어른들이 말하는 "내려놓으라"라는 말은 욕심이 크고 거대한 걸 의미하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어른들이 말씀하셨던 욕심이 일상의 소소한 것들을 얘기하신 거라는 것을 그제야 알게 되었네요. 어른들이 말하는 욕심은 막 바랄 수 없는 큰불을 요구하는 거로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던 거죠. 어른들이 말하는 욕심이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당연하다고 여겨왔던 일상이더군요.
선희 님은 무료하면 바쁘게 살아보라고 하시더라고요. 저는 딱히 정해진 일을 하는 것도 아닌데 요즘 너무 바쁘게 사는 것 같아서 집안일에 충실한 삶을 살아볼까도 싶지만 그건 적성에 안 맞아서 못 하겠고, 앞으로도 죽 이렇게 하고 싶은 것을 하며 바쁘게 살아야겠어요. 그래도 마음만은 느긋해야겠지요. 또 지금까지 욕심냈던 것들도 편안하게 내려놓고요. 잘 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그런 연습을 하며 다가올 갱년기를 차분히 준비해야겠어요.
갱년기를 좀 더 잘 맞이하고 싶은 우리 세대에게 그리고 갱년기를 이해하고 싶은 모두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남성 포함).
[좋은 책을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