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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와 함께 산책을

[도서] 니체와 함께 산책을

시라토리 하루히코 저/김윤경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퇴직 하시는 분이 근무 마지막 날 직원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며 나에게 이런 인사말을 건넨다. "행복하십시오." 그 말에 "부장님이 나가셔서 행복하셔야죠." 라고 응했다가 그 분의 다음 말에 내 생각이 짧았다는 사실을 순간 깨달았다. "저야 행복해지려고 나가는 거죠." 그 말을 듣는 순간, 내가 퇴사하는 사람의 마음을 내 마음대로 재단했다는 사실을 알아챈 것이다. 그 경험 덕분에 퇴사하는 사람도, 남아서 일하는 사람도 각자의 행복을 좇아 가는 중이란 사실을 머릿속으로 정리하는 계기가 됐다.

 

생각지도 못한 생각을 만날 때, 나는 인생을 정말 모르고 산다는 어쩌면 당연한 사실을 의식하게 된다. 우리는 어른이 되면, 나이가 들면 다 알게 된다고 여기지만 알고 보면 나이가 들수록 우리의 시야는 좁아지고, 자기 생각 안에 갖힌 편견 뭉치가 된다. 살면서 경험한 게 전부라는 믿음의 돌덩이가 내면에 묵직하게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 안에서 일어나는 생각이 세상 전부가 된다. 그렇게 일어나는 생각에 어떤 이견도 달지 않는다면 자기 안에 갇혀 살 수 밖에 없다. 그렇게 천하무적 꼰대가 된다.

 

진정한 나로 살고 싶다면, 삶을 제대로 누리고 싶다면 내가 어떤 철벽 속에 갇혀 있는지 알아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내가 원하는 삶을 살겠다는 선택도 가능하지 않을까? 그런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지 않을까? 정신 없이 살다보면 이렇게 사는 게 맞는지 의문이 들 때가 있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는 데 무의식이 선택한 대로 살고 있는 순간을 감지하는 것이다. 그렇게 깨어나는 순간에 무게를 주지 못하면 다시 정신을 잃은 것처럼 잠든 것처럼 원래 일상으로 돌아가 버린다.

 

나는 언제 깨어있는가? 그 시간을 찾아야 한다. 어떤 자극이 있을 때만 정신을 차릴 게 아니라 내가 의도해서 깨어나는 기회를 일상에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적어도 내가 원하는 삶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지 점검하고 삶을 더 깊이 경험하고 깨달음에 이르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책을 읽는 것일 수 있고, 사람을 만나는 것일 수 있고, 놀이를 하는 것일 수 있고, 조용히 명상을 하는 것일 수 있고, 산책이나 운동을 하는 움직임일 수 있다. 어떤 게 됐던 평소와 다른 것을 체험할 기회면 된다.

 

여기서 말하는 산책은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한 시간 정도 집 근처를 느긋하게 거니는 수준이 아니다. 적어도 5킬로미터가 넘는 거리를 빠른 걸음으로 걷는 것이 당시 독일인이 생각하던 산책이다.  ... 니체는 비오는 날에도 우산을 쓰고 산책하러 나갔다. (026쪽)

 

<니체와 함께 산책을>을 읽고, 매일 남산 산책을 다니는 나를 '니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왕복 4~5킬로미터 거리를 (가능하면) 빠른 걸음으로 걷고, 비오는 날에도 우산을 쓰고 간다는 억지스러운 공통점 때문에. 니체는 산책하다가 불현듯 떠오른 생각을 작은 수첩이나 메모지에 적었(033쪽)는데, 나도 걷다가 떠올린 생각을 스마트폰 메모지에 적고 나중에 블로그에 내용을 정리하기 때문이다. 니체가 쓴 글에 격언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고, 내가 아침마다 짧은 글을 쓰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니체가 체험한 신기한 일을 다른 사상가, 예술가들도 똑같이 겪었다. ... 일단 여기서는 니체의 삶에서 명상이 중요한 자리를 차지했다는 사실만 기억하자. (035쪽)

 

니체가 구체적으로 명상을 실천한 행위가 바로 산책이다. 덕분에 나의 남산 산책을 명상으로 정의할 수 있게 됐다. 그 시간이 너무나 소중한 이유는 혼자 산책하며 나와 내 주변 일상, 그리고 삶에 대해서만 생각할 시간을 갖는다는 데 있다. 많은 생각이 떠올라 메모할 게 많을 때가 있고, 아무 생각 없이 돌아 내려와 뭘 써야 되지? 이럴 때도 있다. 그런 순간 조차도 나의 내면에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채워지는 느낌이다. 일상으로 돌아오면 바뀌는 게 없어도 마음가짐과 태도는 바뀐게 느껴진다.

 

누군가는 노을을 보며 오늘 하루를 후회하고 내일을 걱정하지만, 다른 누군가는 같은 풍경을 보며 그 아름다움을 만끽하고 기쁨과 환희를 느낍니다. 어떤 삶이 더 행복할까요? 앞서 살펴본 일곱 명의 사상가들이 그랬던 것처럼 명상을 통해 우리 시야를 가리고 있는 편견을 없애고 우리 앞에 주어진 삶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194쪽)

 

똑같은 현실의 그림을 보고도 사람마다 바라보는 방식이 다르다는 사실. 깨달음이란 같은 것을 보고 다르게 보게 되는 순간인 셈이다. 없던 것을 만드는 게 아니라, 이미 있는 것을 발견하는 것이다. 행복하게 사는 것도 그런 게 아닐까? 이미 내게 와 있는 행복을 찾아낼 눈만 가지면 되지 않을까? 결국 나만 바꾸면 세상이 바뀌는 충격적인 경험을 할 수 있다. 누가 행복한지는 누가 깨어있느냐의 차이. 내 걱정과는 달리 퇴사하는 그 분이 훨씬 더 행복했는지 모르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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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소녀

    니체도 생각과 사유를 할 때마다 산책을 나갔었군요~!!!
    누군가는 지는 해를 보고 후회를 하는 사람도 있고,
    누군가는 지는 해의 영롱한 노을 빛에 인생은 더없이 행복하고
    아름다운 것이라고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있겠군요~ㅎ
    올려주신 리뷰 잘 읽었습니다.^^

    편안하고 넉넉한 주말 보내세요~하우애작가님^~^

    2022.04.30 17:06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하우애

      니체 일상을 알고는 산책에 좀 집착해도 되겠단 생각을 굳혔습니다.
      오늘은 북한산을 거닐었는데요. 움직이며 떠올리는 생각은 마치 체험처럼 가까이 다가오는 느낌입니다.
      문학소녀님 오늘도 회복 잘 하시고, 느낌 가득한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2022.05.01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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