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문을 나서니 머리에 촉촉하게 떨어지는 느낌이 옵니다. 눈발이 살짝 날려서 다시 들어가 우산을 가지고 나왔습니다. 오늘은 눈 내리는 남산을 걷겠구나 기대하며 말입니다. 예상했던 대로 버스가 광화문 광장으로 진입 못하고 빙 둘러서 갑니다. 광장 근처로 접어드니 붉게 반짝이며 흩어지는 불빛들이 보입니다. 추운 날씨에도 우리 선수들에게 힘이 되기 위해 애쓴 이들. 수고들 했습니다.
버스를 내릴 즈음엔 눈이 그쳤습니다. 바닥에 살짝 깔린 눈을 밟으며 남산을 올랐답니다. 하늘에서 펄펄 내리는 눈조각들을 찍고 싶었는데, 그 소원은 다음에 이루기로 합니다. 내린 눈 덕분에 조금 더 달라진 남산을 걷습니다. 다른 느낌은 다른 생각을 자극합니다. 틀에 잡힌 생각을 벗어나게 해주는 것도 이런 자극들 덕분입니다. 내가 생각하는 게 아니라 생각이 나를 움직이거든요.
다른 생각이 인식의 폭을 넓혀준다고 느낍니다. 조금 달리 생각하게 됐을 때, 이전의 내가 가진 틀을 감지합니다. 그 순간 한 뼘 더 성장하는구나, 느끼구요. 아직도 더 자라야 하는 아이라고 느끼게 되는 이유입니다. 자전거를 타다 넘어진 아이 같습니다. 그 순간 필요한 행동은, 일어나 다시 타는 겁니다. 그렇게 달라진 나를 느끼는 것. 이런 생각이 오늘 하루를 바꿀 거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