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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인칭 단수

[도서] 일인칭 단수

무라카미 하루키 저/홍은주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여자없는 남자들>이후 6년만에 발간된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소설 <일인칭 단수>.
소설이라고는 하지만 읽는 내내 하루키의 경험담을 담은 에세이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아, 물론 '시나가와 원숭이의 고백'만 제외하고. 료칸에서 맥주 써빙하는 말하는 원숭이가 실재할 리는 없으니.


소설적 재미를 위해 약간의 극적인 요소를 가미했겠지만 본인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적은 이야기이기에 제목을 일인칭 단수 (I, 나)라고 한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각 단편마다 필사하고픈 멋진 글귀들이 많아서 역시 하루키...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크림
"당연하지." 노인은 무슨 단단한 것이라도 뱉어내듯이 말했다. "이 세상에, 어떤 가치가 있는 것치고 간단히 얻을 수 있는게 하나라도 있는가." 그러고는 행을 바꾸듯 간결하게 헛기침을 한 번 했다. "그래도 말이야, 시간을 쏟고 공을 들여 그 간단치 않은 일을 이루어내고 나면, 그것이 고스란히 인생의 크림이 되거든." 44페이지


내가 말한다. "우리 인생에는 가끔 그런 일이 일어나. 설명이 안 되고 이치에도 맞지 않는, 그렇지만 마음만은 지독히 흐트러지는 사건이. 그런 때는 아무 생각 말고, 고민도 하지 말고, 그저 눈을 감고 지나가게 두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 커다란 파도 밑을 빠져나갈 때처럼."


위드 더 비틀스
나이 먹으면서 기묘하게 느끼는 게 있다면 내가 나이를 먹었다는 사실이 아니다. 한때 소년이었던 내가 어느새 고령자 소리를 듣는 나이대에 접어들었다는 사실이 아니다. 그보다 놀라운 것은 나와 동년배였던 사람들이 이제 완전한 노인이 되어버렸다...., 특히 아름답고 발랄했던 여자애들이 지금은 아마 손주가 두셋 있을 나이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 몹시 신기할 뿐더러 때로 서글퍼지기도 한다. 내 나이를 떠올리고 서글퍼지는 일은 거의 없지만.
한때 소녀였던 이들이 나이를 먹어버린 것이 서글프게 다가오는 까닭은 아마도 내가 소년 시절 품었던 꿈 같은 것이 이제 효력을 잃었음을 새삼 인정해야 해서일 것이다. 꿈이 죽는다는 것은 어찌 보면 실제 생명이 소멸하는 것보다 슬픈 일인지도 모른다. 그것은 때로 매우 공정하지 못한 일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75페이지


야쿠르트 스왈로스 시집
물론 지는 것보다야 이기는 쪽이 훨씬 좋다. 당연한 얘기다. 하지만 경기의 승패에 따라 시간의 가치나 무게가 달라지지는 않는다. 시간은 어디까지나 똑같은 시간이다. 일 분은 일 분이고, 한 시간은 한 시간이다. 우리는 누가 뭐라 하든 그것을 소중히 다루어야 한다. 시간과 잘 타협해서, 최대한 멋진 기억을 뒤에 남기는 것 -그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147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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