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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의 인간

[도서] 제7의 인간

존 버거,장 모르 저/차미례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사진집을 보는 걸 좋아한다. 좀 비싼 게 흠이지만, 사진이 주는 메시지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기 때문이다. 특히나 어떠한 주제를 가진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지금은 구독하고 있진 않지만 한동안 <내셔널 지오그래픽>을 정기구독한 것도 좋은 다큐멘터리성 사진들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글과 사진이 함께 들어 있는 에세이집도 종종 읽는 편이다. 풍경을 노래한 책도 있었고, 매그넘의 사진 중에서 분노의 시선이 담긴 사진을 담아 조병준 작가님이 정리한 <정당한 분노>(가야북스, 2008년)를 읽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에 읽은 <제7의 인간>(눈빛, 2004년)은 여느 사진집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이 책을 사진집으로 분류하는 것이 맞는지 의아했다. 존 버거의 글과 장 모르의 사진을 담은 <제7의 인간>은 유럽 이민노동자의 삶을 진지하게 조명한 책이다. 낙후된 국가의 한 농촌에서 젊은 청년이 돈을 벌어오겠다는 꿈을 안고 자신의 고향을 떠난다. 유럽 선진국들은 필요에 의해 청년들을 받아들이지만 그들을 대하는 시선은 곱지 않다. 제대로된 이민증도 발급하지 않고, 인간적 굴욕을 느끼게 하는 신체검사까지 벌여가며 그들을 분류한다. 겨우 신체검사를 통과하고 청년이 들어간 공장은 이들을 사람으로 대접하지 않는다. 반복되는 단순노동을 하루 12시간 이상씩 고되게 해야 하는 그들은 기계의 부속품에 불과하다. 피곤에 절어 졸기를 반복하다 신체의 일부가 절단되기도 한다. 하루의 피곤을 달래야 할 숙소는 여러 명이 함께 써야 하는 공동 합숙소다. 그래도 그 작은 공간이 그들에겐 유일한 안식처다. 그렇게 그들은 낯선 이국땅에서 꿈을 좇다 악몽에 시달린다. 그리곤 더 이상 꿈이 아님을 깨닫고 귀향을 결심한다.


존 버거는 이들이 꿈을 좇는 일련의 과정을 고향을 떠나는 시점에서부터 그려나간다. 필요한 경우 그들의 대화를 직접 옮겨 생생하게 그들의 생각과 행동을 알 수 있도록 한다. 한 치의 과장도 없이 그대로 서술되기에 이민노동자들의 삶은 눈물겹기만 하다. 함께 수록되는 장 모르의 사진들에는 다양한 인물들이 포함되어 있다. 도살장의 돼지처럼 자신의 몸에 숫자가 새겨질 때도 이들은 침묵해야 한다. 낯선 도시, 낯선 풍경들 속에서 이들의 움직임 역시 낯설기만 하다. 이 시간들이 바로 1970년대의 풍경들이다. 벌써 4~50년 전의 이야기인 것이다. 그런데 이 풍경들이 낯설지가 않다. 지금 이 땅에도 똑같이 이민노동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 역시 한 인간이기보다는 부속품으로 취급받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부모들이 젊은 시절 해외로 떠나야 했던 이민노동자들이었는데, 이제 우리의 부모들이 외국의 이민노동자들로부터 노동력을 제공받는다. 그들에겐 허가된 ‘증’이 없다. 산업연수생이란 이름으로 일부가 받아들여질 뿐이다. 그리곤 모두가 ‘불법’ 이주노동자다. 턱없이 부족한 인력을 그런 식으로 충당하고 있다. 불법이란 허울을 씌워놓고 방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자연 그들에게 ‘인권’이 존재할 수 없다. 불법이기 때문이다. 망나니 같은 기업가가 두들겨 패고, 돈을 떼어도 항변할 곳이 없다. 시름시름 아파도 병원을 찾아갈 수가 없다. 불법이기 때문이다.


존 버거가 주목한 ‘꿈’과 ‘악몽’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고향에서는 소중한 존재였을 그들, 그리고  ‘돈’을 벌어 고향으로 다시 와 더 멋지게 살고자 했던 그들의 꿈. 그러나 한낱 부속품으로 전락한 그들이 타향에서 겪어야 했던 악몽과도 같은 고통. 40년도 더 지난 시점에서 똑같은 꿈이 악몽이 되어가고 있다. 그들은 왜 악몽을 꾸어야 하는가. 더 이상 그들의 꿈을 짓밟지 말아야 한다. 함께 살아가야 한다.


by 꽃다지, 2008년 12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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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존 버거 글도 사진도 모두 좋은 것 같습니다^^ 제가 작년에 발견한 정말 좋은 작가입니다.

    2012.02.23 00:50 댓글쓰기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