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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도서] 100℃

최규석 글,그림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지금은 99도다! 100도씨를 향해 민주주의는 다시 끓어올라야 한다.” 최규석의 만화 <100도씨(100℃)>(창비, 2009년)의 도발적인 문구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리고 잠시 생각에 젖게 만든다. 100도씨. 서서히 가열되던 물이 끓어오르는 지점.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100도씨까지 다시 끓어올라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100도씨>는 뜨거웠던 100도씨의 기록, 1987년 6월민주항쟁으로 시선을 돌린다.


민주주의가 위기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기초질서가 유지되어야 한다며 현 대통령을 지지했던 사람들마저 등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다. 며칠 전 극적으로 타결된 쌍용자동차 문제의 해결과정과 결과는 어떠했는가. 불과 몇 개월 전, 용산참사를 일으키고도 반성은커녕 억압의 통치를 지속하고 있다. 언론, 출판, 집회의 자유는 권력의 나팔수들에게만 허용되는 자유다. 실적용으로 만들어 놓은 광장은 이미 밀실이 되어 버렸다.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는 운하사업은 눈 가리고 아웅 하듯 은밀히 밀어 붙이고 있다. 국민을 단무지로 아는지 사탕발림으로 속이려들기까지 한다. 소통의 부재. 도대체 무엇을 근거로 국민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했다고 하는 것인지. 대한뉴스나 부활시켜 세뇌시키려 하는 판에 무슨 얼어 죽을 소통.


1987년은 내게도 여러 가지 기억을 남겼다. 서울대학교 근방에 살았던지라 최루탄 냄새에 수없이 재채기를 날렸다. 아직 어렸기에 본질을 파악할 수는 없었지만, 6월민주항쟁 이후 불어 닥친 학교 민주화 운동에도 동참할 뻔 했다. 그러나 그때는 두려움이 많이 앞섰다. 기존 체제에 반대를 한다는 사실 자체가 과격파나 하는 행동으로 보였다. 최규석 작가는 6월민주항쟁계승사업회로부터 중고등학생들의 현대사 수업 보충교재용으로 요청받아 이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내가 학교에 다닐 때도 이러한 수업을 받았다면 문제의 본질을 더 정확히 판단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광주민주화운동의 진실도 대학에 가서야 겨우 알 수 있었다. 당시의 민주주의는 그래서 그렇게 끓고 있었던 것이다.


<100도씨>는 6월민주항쟁의 과정을 반공소년 영호를 통해 그리고 있는데, 참 이해하기 쉽게 잘 표현해내었다는 생각이 든다. 누구든 쉽게 공감할 수 있으리라. 혹 이 만화를 본 독자 중에 ‘사건을 너무 극대화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가지는 분이 계시다면 그렇지 않다고 단호하게 이야기해주고 싶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이들은 바로 우리 모두이며 영호는 누구나 될 수 있다. 엊그제 김제동이 트위터에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이란과 쌍용을 잊지 맙시다! 우리 모두가 약자가 될 수 있음을 잊지 맙시다.” 충분히 공감이 가는 말이다.


그렇다. <100도씨>는 어느 특정한 누구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의 이야기이며, 100도씨를 만들어가는 것도 어느 누구가 아니다. 우리다. 촛불 집회의 시작은 정치 집단이 만들어낸 것이 아니었다.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이었다. 민주주의는 그렇게 만들어지는 것이다. 100도씨가 될 때까지 그렇게 끓어오르는 것이다.


by 꽃다지, 2009년 8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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