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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수세기 동안 인간이 꿈꾸어왔던 ‘유토피아’의 본질은 무엇일까? ‘자유와 평등’의 기치를 내걸고 인간다운 삶을 부르짖었던 그 외침들의 결과는? 인류의 역사 속에서 끊임없이 반복되어온 폭압과 혁명의 변증법적 과정들의 최종 종착지인 것처럼 보였던 사회주의 사회의 붕괴는 그래서 많은 이들을 실망케 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현실이 ‘사회주의가 망하고, 자본주의가 승리했다’라는 주장을 정당화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많은 이들이, 유토피아를 지향했던 사회주의 체제가 또 다른 억압을 불러온 이데올로기에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에 분개했을 것이다.

그런데 사실 사회주의의 전체주의적인 모습은 비단 어제오늘만의 일은 아니었다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스페인 내전에 참전했던 조지 오웰은 파시즘에 대항하며 혁명을 꿈꾸었지만, 동지라 생각했던 이데올로기가 오히려 자신을 겨누는 칼이 되고 정치적 헤게모니를 장악하기 위해 우파와 연합하여 혁명을 후퇴시키는 모습을 보면서 분노했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이 당시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있던 공산주의자들의 주장에 묻혀 왜곡되는 현실을 보면서 <카탈로니아 찬가>를 쓴 것이다.
 
“오웰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무고한 사람들이 그릇되게 비난받고 있다는 사실>에 분노했다는 것이며, 그 <무고한 사람들>이 <트로츠키파>라는 것은 부차적인 문제다.” (304면, 옮긴이의 말)
 
조지 오웰은 애초에 스페인 내전을 취재하기 위해 스페인으로 갔으며, 여기에서 혁명에 매료되어 통일노동당의 의용군으로 참전했다. 전선에서 직접 프랑코의 파시즘과 대항했던 조지 오웰은 그러나 혁명을 위해 이름없이 쓰러져가는 자들, 전선의 상황은 아랑곳하지 않고 정치적인 경향으로 흘러가는 상황, 파시즘에 대항했던 세력들의 분열, 헤게모니의 장악을 위해 혁명을 뒤로 미루고 어제의 동지에게 총부리를 들이민 공산주의의 전체주의를 지켜보며 ‘무고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고자 자신이 보고, 듣고, 느낀 바를 세세히 기록해 나갔다. 이것이 바로 <카탈로니아 찬가>의 집필 동기이자, 그 자체이다.
 
<카탈로니아 찬가>는 그래서 일종의 보고서와 같은 느낌을 준다. 이 책에는 극적인 상황이나 인위적인 전개가 없다. 시간의 흐름을 따라 그가 의용군에 지원하면서부터 스페인을 빠져나오기까지의 상황들이 세세히 전개된다. 때론 각각의 세력들이 주장했던 전단지, 포스터, 신문기사 등 후대에 제대로 남지 않은 기록들을 그대로 볼 수 있다. 그는 이 기록들을 소설로 옮기면서 최대한 객관적으로 쓰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러한 문제에서는 누구도 완벽하게 객관적일 수 없음을 스스로 인정했다. 그 자신 또한 통일노동당의 의용군에 가입하여 그 위치에서 사실들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기록조차도 한 가지 관점에서만 바라보지 말 것을 독자들에게 요구한다.
 
“나의 당파적 태도, 사실에 대한 오류, 사건들의 한 귀퉁이만 보았기 때문에 생길 수밖에 없는 왜곡을 조심하라. 또한 스페인 전쟁의 이 시기를 다룬 다른 책을 읽을 때도 똑같이 조심하라.” (295면)
 
이 책을 읽으며 전혀 아는 바가 없었던 스페인 내전에 대해 소상히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인간의 자유와 평등을 지향했던 이데올로기가 그 목적을 합리화하기 위해 어떻게 전체주의를 수단으로 삼았는지에 대해서도 엿볼 수 있었다. 그래서 이 책을 다 읽어갈 때쯤 ‘인간다운 삶을 위한 사회의 건설은 이렇게 인간의 욕망 앞에서 무기력할 수밖에 없는가’라는 회의가 들기도 했다. 스페인 내전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현실 속에서 숱하게 그러한 상황들을 보아왔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조지 오웰은 이러한 분노에 실망하지 않는다. 책을 읽는 내내 ‘카탈로니아의 비극’이라는 제목이 더 적합하게 느껴졌지만, 그는 굳이 ‘카탈로니아 찬가’라는 제목을 붙였다. 왜?
 
“내 역할에 무력함을 느꼈던 전쟁은 나에게 대체로 나쁜 기억만을 남겼다. 그러나 전쟁이 없었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이런 참사를 잠깐 보았다고 해서 꼭 환멸과 냉소만 생기는 것은 아니다. 이상한 일이지만, 그 경험 전체를 통해 인간의 품위에 대한 나의 믿음은 약해지기는커녕 오히려 강해졌다.” (294면)
 
<카탈로니아 찬가>를 읽고 나서 <동물농장>의 부록으로 실려 있는 「나는 왜 쓰는가」를 다시 한 번 읽어보았다. <동물농장>과 <1984>을 읽으면서 느꼈던 전체주의에 대한 반감, 그가 글을 쓰는 목적들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자신이 <카탈로니아 찬가>에 대해 비관적이지 않고 좌절하지 않은 것은, 혁명을 위해 싸웠던 사람들의 주체적이고 열정적인 모습에서 희망을 보았고, 그가 꿈꾸는 민주적 사회주의에 대한 일관된 열정이 있었기 때문이며, 또 하나의 전체주의적인 관점이 되는 걸 원치 않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해본다.
 
“스페인 전쟁과 1936-1937년의 기타 사건들은 정세를 결정적으로 바꿔놓았고 그 이후 나는 내가 어디에 서 있는가를 알게 되었다. 1936년 이후 내가 진지하게 쓴 작품들은 그 한 줄 한 줄이 모두 직접적으로나 간접적으로 전체주의에 <반대>하고 내가 아는 민주적 사회주의를 <위해> 씌어졌다.” (『동물농장』,「나는 왜 쓰는가」, 141면)
 
“우리 시대처럼 소란한 세월을 살면서 이런 문제들을 회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넌센스이다. … 내가 가장 하고 싶었던 것은 정치적 글쓰기를 예술이 되게 하는 일이었다.” (『동물농장』,「나는 왜 쓰는가」, 14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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