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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어느 날 잠에서 깨어나 출근을 준비하려는데 난데없이 침대 밑에 악어가 나타난다면, 그리고 그 악어는 구두를 먹으며,  나 이외에 어떤 사람의 눈에도 보이지 않는다면 과연 나는 어떤 상태가 될까? 아마도 반쯤은 미쳐 버리겠지. 카프카의 <변신>에서처럼 벌레로 변한 상태보다는 낫겠지만, 그 끔찍한 고통을 어찌 말할 수 있을까. 어디에다 대고 하소연도 못하고 정신병자 취급받기에 딱 알맞을 것이다.

 

그런데 이 정신병자 취급을 받을 만한 크로커다일 병(악어병)이 JJ에게 걸려 버렸다.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침대 밑의 악어를 발견한 그는 정신없이 동물원에 전화를 걸어 우리를 빠져나온 악어는 없는지 확인을 하고, 절친한 동네 정육점 주인 세페를 불러 악어를 보여주지만, 악어는 그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는다. 오로지 JJ의 눈에만 보일 뿐. 결국 JJ는 병원에 가 진찰을 받고는 자신이 크로커다일 병에 걸렸음을 확인한다. 그리고 크로커다일 약을 받아 복용하는데 상태는 더욱 심각해진다.

 

도시에서 혼자 자취생활을 하며 직장도 잘 다니고 있는 JJ에게 왜 갑자기 이런 일이 생긴 것일까? 그에겐 아무런 문제도 없으며, 누구에게 해를 끼칠 만한 잘못을 범한 적도 없다. 그러나 의사의 처방전을 들고간 약국에서 약사는 크로커다일 병에 대해 명확히 설명해준다. 크로커다일 병은 JJ 개인의 문제로 인한 것이라기보다는 문명과 소외, 고독, 소통의 단절 등으로 인한 도시병임을 …

 

“크로커다일 병은 이 시대 최악의 병이오. 사람들이 시골을 떠나, 자연스런 삶의 리듬 그리고 삶과 죽음의 영원한 힘과의 만남을 버린 이후로, 도시에 정착하여 땀과 다른 사람의 노력의 결과를 저버린 이후로 말야….” (67면)

 

<침대 밑 악어>는 이렇게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절대 엄숙함을 드러내지 않는다. 어느 날 갑자기 악어를 등장시켜 이를 고민하고, 진단받고, 해결하는 JJ의 모습을 통해 웃음과 재미를 선사한다. 그리고 집을 온통 물바다로 만들어버린 악어의 눈물을 보며 더 이상 갈 데까지 갔다고 생각하는 순간, 극적으로 행복한 결말을 이끌어낸다. 평소 흠모하고 있던 사무실의 여직원 엘레나도 같은 병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하고, 그녀로부터 데이트를 하자는 말을 듣는 순간 악어가 눈깜짝할 사이에 사라져버린 것이다.

 

우리는 도시의 바쁜 일상에 묻혀 작고 소중한 것들을 잊고 산다.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하고, 낮 시간 동안 일을 하고, 저녁이면 퇴근해 잠시 쉬다가 하루의 일과를 마감한다. 그 안에서 소통의 기회는 적다. 하루 종일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부딪치지만, 일적인 만남이 많다. 혼자서 자취를 해야 하는 사람이라면 퇴근 후 어두컴컴한 방문을 여는 순간 밀려드는 고독감을 종종 맛보아야 한다. 이 모두가 도시생활, 문명이 만들어낸 결과다. 일은 할수록 많아지고, 돈은 벌수록 더 많이 필요해진다. 사람 사이의 소통은 그래서 더욱 단절된다.

 

하지만, 그리 걱정하지는 말자. 어느 날 아침 갑자기 침대 밑에서 악어를 발견한다 해도 놀라지 말자. 크로커다일 알약을 복용하지도 말자. 어차피 그건 약일 뿐이지 해결책은 될 수 없다. 대신 주변에 귀를 기울이자. 작고 소중한 것들, 내 주변의 사람들에게 말이다. 침대 밑에서 악어를 발견한 순간 위험신호라 판단하고, 내 옆의 동료에게, 가족에게, 친구에게 말을 걸자. 그리고 만남 속에서 병을 치유하자. 때론 명상에 잠겨 산책도 하면서 말이다. 그 길을 사랑하는 연인, 가족과 함께 한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 크로커다일 약의 징후
크로커다일 알약은 불안, 버려진 느낌, 심한 소외감과 같은 증세에 나타나는 통증 치료에 효과적임. 크로커다일은 고립된 상황과 자위에서 오는 인간 관계의 절박함을 치료하는 데 쓰임. 또한 인간 관계와 의사소통의 어려움, 환각 장애, 잠재적 공격성, 적응 장애 및 심리 치료에도 효과적임.(7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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