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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한 그루 있었습니다. 그 나무는 인간에게 그늘을 제공하고, 낙엽을 떨어뜨려 퇴비를 제공하고, 제 몸을 타고 놀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가을이면 열매를 주렁주렁 내어놓아 맛있는 먹거리도 제공했습니다. 그런데 낙엽도 다 떨어지고, 열매도 더 이상 열리지 않아 더 이상 내줄 것이 없다고 생각한 나무는 제 몸마저도 송두리째 내어 놓습니다. 제 몸뚱이를 땔감으로 쓸 수 있게 하고, 남은 그루터기는 길 가던 나그네가 잠시 쉬어 갈 수 있도록 한 것이지요.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일생은 인간에게 무한한 정을 베푸는 자연의 따뜻한 마음과도 같습니다. 그런데 나무의 아름다운 나눔이 비단 인간에게만 행해지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수없이 많은 나무들은 ‘숲’이라는 공간 안에서 살아 있는 것들에게 자신의 것을 나누어주고, 죽어서도 숲의 생명을 유지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숲을 좋아하고, 나무를 사랑하는 숲 학자 차윤정 선생님이 그 나무의 숭고한 죽음을 알리기 위해 <나무의 죽음>이란 책을 펴내었습니다. “숲에 사는 생명들 중 30퍼센트 이상이 죽은 나무에 의존해서 살아갑니다.” (82면)라고 하니 정말 나무의 희생정신은 그 어떠한 말로 칭송하더라도 모자랄 듯 하네요.

 

“나무의 죽음 이후의 삶-삶이 맞습니다-은 자신의 모든 것을 숲으로 되돌리며 다른 생물들의 삶으로 거듭나는 과정입니다.” (6면, 저자의 말)

 

저자는 이 책에서 나무의 죽음을 ‘죽음’이라 부르지 않습니다. 나무는 비록 제 몸을 내어주고 쓰러지지만 숲의 생명을 살리고 새로운 삶을 유지시키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하기 때문입니다. 나무로 인해 삶을 유지하는 생명은 얼마나 많은지요. 딱정벌레, 장수하늘소도 보이고 딱따구리도 보입니다. 개미들은 또 얼마나 부지런히 쓰러진 나무 위를 오고가는지요. 오래된 숲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끼들은 나무들을 뒤덮어 역동적인 생태드라마를 만드는 토대를 마련하기도 합니다. 다람쥐와 도룡뇽도 죽은 나무를 제 은신처로 삼네요. 그리고 죽은 나무는 나무의 씨앗을 틔우는 희망터이기도 합니다. 낙엽이 쌓인 땅에서 자라지 못하는 나무의 씨앗이 죽은 나무를 거처로 하여 새로 태어나는 것이지요. 또한 물 속으로 떨어진 나무는 땅 위의 생물들에게 제공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물 속 생물들에게 똑같이 자신을 나누어줍니다. 은신처를 제공하고 영양분을 나누어주는 등 그 나눔의 활동은 이루 말할 수 없지요. 이렇게 자신의 것을 모두 나누어준 나무는 마지막으로 토양이 됩니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아낌없이 주는 마음은 변함이 없습니다. 그러나 나무의 생명이 여기서 끝날 것만 같지는 않습니다. 다시 새로운 식물의 자양분이 되어 싹을 틔울 테니까요.

 

“유령처럼 서 있는 죽은 나무는 오래된 숲이 남긴 유산입니다. 유산의 상속자는 당연히 숲의 모든 생명입니다. 이 유산은 오랫동안 숲의 완전한 일부가 되어 스스로 살아가기 위해 애쓰는 주체이기보다는 살아가기를 아주 열망하는 또 다른 삶들의 바탕이 됩니다.” (54면)

 

죽어서까지 자신을 온전히 내어놓는 나무의 일생을 보며 경이로움과 함께 한편으로 부끄러운 마음이 밀고 올라옵니다. 나무처럼은 아니더라도, 살아있는 동안만이라도 함께 나누고, 베풀며 살면 얼마나 좋을까요? 아니, 나눔의 삶을 살 것을 바라지도 않습니다. 남의 것을 빼앗거나 다른 사람을 짓밟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첨단 과학기술을 가졌다고 마치 세상을 지배하기라도 한 것처럼 행동하는 인간의 오만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요. 정말 문명의 이기를 다 누리고 있는 인간이 자연 앞에서도 그렇게 떳떳할 수 있을까요? 자연 앞에서 겸손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작은 것 하나라도 베푸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저자의 말은 책의 어떤 내용보다도 참 가슴에 와 닿습니다.

 

“살아 있다는 것에 그리 자만할 일도 그리 집착할 일도 아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죽어 자연에 되돌려지는 것이 지극히 미미한 우리 인간은 살아 있는 동안 많이 베풀어야겠구나 하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8면, 저자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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