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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구들

[도서] 욕구들

캐럴라인 냅 저/정지인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캐널라인 냅의 [명랑한 은둔자]를 조금만 들췄을 뿐인데 문장 속 담겨있는 사색과 사상이 부족한 나에게 화살처럼 쏘아져서 매료되어 욕구들로 자연스럽게 독서가 이어졌다.

 

캐널라인 냅은 폐부를 찌르는 듯 날카로운 시각을 탑재했지만 한 명의 여성으로서 자신이 사회의 강제와 압력들로 인해 가질 수 밖에 없었고 그렇기에 따랐던 여성억압적인 가치들 말하며, 그를 행한 시절을 고백해 자신이 경험한 고통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그가 겪은 일련의 삶은 공감을 자아내면서, 단순히 개인의 일상이나 치부 혹은 자기통제실패가 아니라 사회가 전달하는 여성혐오적 메시지에 대한 저항과 해방으로 치환된다.

 

 

여성이 주로 갖는 욕구들이란 큰 틀 하에 거식증(식이조절압박), 모성애와 모녀애증, 육체혐오, 드물게 허락된 욕구의 불출구이면서 역설적으로 여성혐오의 근거로 작용되는 쇼핑, 그리고 그를 극복하고 나아가는 위로같기도 희망같기도한 내용들로 구성된다.

 

 

저자가 오랜 시간 거식증을 앓았던 이유에서인지 여성의 육체와 식욕으로 이어지는 사색들이 많았는데, 우리 사회에서 개인의 노오-력 부족으로 국한시켜, 특히 여성에겐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며 요구되던, 호흡처럼 일상적이었던 특정한 육체성에 대한 가치관들이 하나같이 통념들과 다른 결로 날카롭게 뻗어나아가서 정말 개안하는 느낌을 받았다.

병원에서 아픈 곳을 정확하게 진단 받았을 때의 시원한 그 심정, 답답하고 체했을 때 가스활명수랑 소화제를 한번에 딱 먹어서 위가 뚫리는 경험을 책을 한장 한장 넘기면서 체험할 수 있다니.

나보다 앞서나가는 사람의 사유에 기대에 언어를 정립하고 찾는 감격을 내내 안고 독서할 수 있었다.

정말 좋은 구절, 인상깊은 문구가 너무 많아 이 문장이 가장 좋았다고 꼽기 힘든데 그럼에도 놀랐어서 기억에 유달리 남는 부분들을 적어본다.

 

 

 

 

내가 이 책에서 묘사하고 내 말의 수신자로 삼은 여자들은 주로 백인이며 부유하고 고등교육을 받았으며 현대사에서 가장 큰 특권을 누리는 인구 집단 중 하나다. 나는 이 책에서 인종 문제가 식욕에 관한 여성의 감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논의하지는 않겠지만(생략) 계급과 사회적 맥락이 결정적인 힘을 지니고 있음을 나는 분명히 알고 있다. 허기 문제와 씨름하는 나 자신의 분투는 같은 도시에서 최저 생계선 이하의 생활을 하는 독신모나 탈레반 치하에서 살아가는 아프가니스탄 여자, 아이를 등에 업고 전쟁으로 파괴된 고향에서 탈출해 무거운 걸음으로 산을 넘는 쿠르드족 여자의 분투와는 완전히 다르다. 체중을 몇 길로그램 줄이는 일에 관한 걱정은 생존에 대한 걱정과는 전혀 다른 일이다.

 

그러나 그렇게 '사치스러운' 형식을 띠고 있음에도 욕구를 둘러싼 분투는 중요하다.

욕구들, 45페이지

 

 

 

 

거식증과 육체성, 모녀관계에 대해 촌철살인의 문장을 적을 때도 물론 좋았지만

- 특히 거식증을 단순히 질병이 아닌 여성에게 가해지는 혐오와 대상화를 이탈한 자기통제의 일환으로 여긴 이야길 할 땐 그에 대한 동의여부와 무관하게 상당히 충격받았다. 거식증을 종국 긍정하지 않으면서도 이렇게 해석할 수도 있단 생각에-

여성의 다양한 층위를 인정하면서 자신과 다른 층위의 여성에 대한 부정없이, '사치스럽다' 고 하면서도 자신이 겪고 있는 혐오에 대해 주장해, 사회에 다양한 결로 확장된 여성혐오에 대해 비판하면서 여성을 하나의 정체성으로 묶어 호명하지 않고 여성들간 차이에 대한 인지를 명확하게 하며 자신이 발담은 분야에서만 저항하고 변화를 꾀한단 점에서 캐널라인 랩의 사유가 돋보였다.

만약 이 책에서 특정 계층의 여성을 부정하거나 배제하려는 의도가 보였다면 그런 울림을 주지 못했을텐데 저자가 이에 대해 얼마나 디테일하게 사유했는지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정말 통찰력이 대단하다.

 

 

 

 

 

수기적인 스토리다 보니 공감되는 부분도 많았는데 특히 자기비판적으로 타인이나 스스로의 육체나 식이에 대해 평가를 내렸던 사고흐름을 지적할 때, 나 또한 사회가 주입한 여성의 육체성에서 자유롭지 못한 몸이여서 그 일련의 혐오와 고뇌, 자기충돌이 여실히 공감되었다.

요즘 시대엔 '바디 포지티브', '자기몸긍정주의'라는 말로 본인의 육체를 긍정하자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지만(이를 백래시적 움직임에 오용하기도 하지만 그 취지는 지지한다) 사실 쉼없이 외형적으로 평가받고 재단당하는 현대 사회에서 이런 단단한 자아를 유지하기는 쉽지만은 않다. 특히 사회적으로 어떤 획일화된 기준과 가치가 지속적을 주입되고 있는 현실에선 더더욱 말이다.

그러다 이 책을 읽던 중에 악뮤의 수현님이 모 프로에서 체중이 증가한 자신에 대해 말하던 부분을 보았는데 그게 이 책에서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과 상통한단 생각이 들었다.

 

(독립만세, 극과 극 플렌테이너 악뮤 독립9주차 편에서 차량 속 악동뮤지션의 대화 중 발췌)

 

-거울을 봤는데 살이 쪄가지고 '아 정말 보기 싫다ㅠㅠ' 이래야지 다이어트를 할텐데

-(아...이 정도 몸무게의 나는 이렇게 생겼군...)

-(속마음) 귀여운데?

 

충분하다.

욕구들, 368페이지

 

이미 자신이 보유한 외형에 다른 잣대를 들이밀지 않고 만족하는 것, 충분하다 여기는 자세가 필요하단 내용과 결이 같다 여겨졌다.

(사실 이에 대해선 얼마전 백래시냐 바디 포지티브냐의 논란이 있었던 빌리 아일리쉬의 보그화보도 떠올랐는데 그에 대핸 의견이 상당히 갈릴 것 같아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하지만 보그 인터뷰에서 빌리가 코르셋을 입은 이유가 "I hate my stomach." 였단 점에서 욕구들과 연결해 생각해 볼 여지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시선을 돌리고 불가피한 부분을 인정하며 또 다른 무언갈 추구하며 새로운 영토로 자신을 이끄는 것.

 

이대로 충분한가? 물었을 때 자신이 손에 쥔 장점과 승리들을 보려하며 그것을 음미하는 것.

 

 

나 또한 식이조절에 대한 압박과 체증증가나 외형변화에 좀 강박이 있고, 이제는 그렇지만은 않지만 스스로의 몸이 긍정적 평가를 받을 때나, 말랐단 소리를 들을 때 이성적으론 거부함이 마땅함에도 본능적으로 그에 뿌듯해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자기혐오를 살짝 할 때가 있었다. 물론 자의식이 강한 사람이라 슬쩍 세상탓을 하며 넘기고 변화의 의지에 더 의의를 두긴하지만, 한땐 변하고 싶은데 이제 내 의사와 반대되는 뿌리깊은 관념이 자리를 틀어 빠지지 않을 때의 자괴감과 좌절은 고백하는 순간 앞선 미개함을 지적당하고 나의 약점을 내보이는 것 같았다. 솔직히 털어놓고 공감받기 힘들었던 감정이었고 아마 아직까지도 누군가에겐 그러할 것이다.

공감을 받을지의 문제도 있겠지만 일단 대다수의 사람이 타인에게 '좋은 사람'으로 보여지기 위해 자신을 꾸미고 포장하지 않는가.

어떠한 자기고백은 그 껍질을 벗고 스스로의 치부를 보이는 것이기에 기피되는데 저자는 용기내 먼저 진솔하게 다가와준다. 그게 참 용기를 북돋아주며 임파워링이 된다. 어떤 진솔함은 사람을 더 매력적이게 만드는구나 싶으면서 나도 글을 읽고 내 목소리를 낼 수 있게끔 말이다.

 

 

 

작가가 자신이 거쳐간, 혹은 여성이 거쳐간 '사치스러운'

-마치 할머니, 어머니 세대는 차별당했지만 요즘 여자들은 남녀평등, 아니 여성상위시대에 산다고 주장하는 골자와 비슷한 어투로 말할 것 같은 '사치스러운' 투쟁-

욕구들이 단순히 개인의 산물이 아닌 보다 거시적인 시점에서 여성들에게 가해지는 제재를 통찰력있게 고발하며 그에 대한 극복을 이야기하며 같은 족쇄를 가진 여성을 위로하는 심도깊지만 매력적인 에세이였다.

읽을수록 고인과 더 이상 같은 세상을 살아가지 못한다는게 그저 아쉽고 한탄스러웠다.

지성과 통찰 그리고 사유를 겸비한 작가가 이렇게 빨리 별이 되어 야속할 뿐이다.

혹시 모를 미발표작이 더 있길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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