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정치라는 말이 실감나는 2016년이다. 정치와 관계없어 보이는 분야에서도 정치와 연관된 문제가 벌어지고 있다. 우리 현대사에서 권력을 잡는 곳은 대부분 보수였다. 그런 면에서 우리 정치의 문제는 우파의 문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새와 정치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고 하지만 보수가 우리가 겪는 모든 문제에 더 큰 책임이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보수란 무엇인가라고 물으면 애매하다. 어떤 세력을 어떤 사상을 보수라고 부를 지 콕 집어 이야기 하기 어렵다. 저자의 말을 빌려본다.
" 나는 보수주의를 설명하고 옹호할 때 기본적으로 영어권 세계의 독자들을 염두에 둔다. 나는 관습법적 정의, 의회민주주의, 개인적 자선, 공공심, 자원봉사자 소집단 등을 시민사회의 기본적인 태도로 여기는 독자들, 하지만 근대 복지국가를 흡수하려고 애쓰는 초국가적 관료제뿐 아니라 근대복지국가의 하향식 권력에 아직 적응하지 못한 독자들을 상정한다. "
전통을 지키며 봉사하되 세금으로 쓰는 복지에는 반대하는 의회민주주의자라고 요약할 수 있겠다. 복지제도에 대한 가치판단만 제외하면 모두가 좋은 주장이고 옳은 입장이다 그런데 왜 보수주의자라고 하면 딱딱한 꼰대로 여겨질까? 보수주의자가 보수적 정의를 실천하지 않아서 일것이다.
저자는
" 시장은 참여자 사이의 신뢰가 존재할 때만 재화와 용역의 합리적 할당을 유도할 수 있고, 신뢰는 사람들이 자신의 행동을 책임지고 거래 상대자들에게 의무를 다할 때만 존재한다. 달리 말해 경제적 질서는 도덕적 질서에 좌우된다. "
라고 주장한다. 여기서 문제가 생기는 것이 아닐까? 의회를 장악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법을 만들고 도덕적 질서는 무시한 채 전통을 강요하는 것. 이것이 보수주의의 문제일 것이다. 보수주의의 이념이 문제가 아니라 경제적 이익을 늘리기 위해 질서를 만드려고 하는 사이비 보수주의가 문제일 것이다.
책에서 저자는 보수주의의 가치를 설명하고 우파가 보는 세상, 문화, 가치를 보여준다. 영국식 보수주의라 어색하고 낯선 문화를 보여주지만 우리가 가지고 있지 못한 보수주의라는 문화를 영국 영화처럼 보여준다. 느리고 낯선 장면이지만 그런대로 잘 짜여진 스토리를 가진 영국영화처럼 영국의 보수주의도 인정할 만한 부분이 많다.
이런 보수주의라면 누가 반대하고 조롱하겠습니까?
* 아주 오래전에 "하워즈 엔드"라는 영국영화를 보려고 했었다. 책을 읽는 내내 그 영화가 생각났다. 영국 상층문화는 비슷한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