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에 방송된 SBS<불타는 청춘>에 1980~1990년대를 풍미했던
전설의 히트 작사가 겸 가수 지예가 새 친구로 출연했다.
詩에 대해 이야기가 나왔다. 시인과의 대화~~~
지예는 2018년 3번째 시집을 낼 예정인 시인이라고 말함^^
그런 지예와 시를 좋아하는 김국진의 대화가 깊어졌다.
詩로 주고받고 대화하는 그 광경이 낯설기도 하면서 흥미로웠다.
노랫말을 쓰는 사람이 괜히 시인이 아니구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이건 거의 문학산책이야” 말한 김광규의 우스개 소리가 이해되었다. 그 날만큼은^^
박선영은 지예의 곡 중 사랑·이별노래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자 지예는,
“내가 너무 사랑을 꿈꾸나 봐” “나는 현실적이지 못하다. 너무 이상적이다”
퍽 공감되었다. 현실적이면 나올 수 없는 언어와 감정이 詩라고 생각되기에....^^
시는 해석하면 안 되고 그냥 보는 글, 즉흥적이고.....
최성국이 학창시절에 배운 시 중에 시인 한용운 '님의 침묵'이 있는데,
그 '님'이 왜 잃어버린 조국을 뜻하는지 어떻게 증명할 수 있냐고 선생님과 싸웠다는 얘기에
더 깊이 오래 생각이 머물렀다. 학교다닐 때 그냥 달달 외웠음에 대한 폐해???
멤버들이 그 당시의 시대와 환경도 생각해줘야 한다는 말에 다시금 제자리로~~~~
보면서 詩에 대해 찬찬히 생각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왜 '님'이 '조국'을 의미하는지 비유와 함축의 의미를 찾기 위해 눈으로 읽고 마음에 담는
노력을 시를 읽을때에만이라도 최소한 그래야겠다고 생각한다.
방학중 오랫만에 간 도서관,
신착도서에서 눈에 띈 이병률 시인의 시집,
<바다는 잘 있습니다>
산문집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 끌림 / 내 옆에 있는 사람』
너무 좋았기에 시인의 다른 시집『눈사람 여관』까지 읽었다.
산문집과 달리 시집은 더 응축된 느낌이었다.
절제된 언어로 사유하는 시인의 내밀함을 더 느낄 수 있었다.
언어와의 사투가 詩라서 더 치열해질 수 밖에 없구나!!!
우리가 살아있는 세계는
우리가 살아가야 할 세계와 다를테니
그때는 사랑이 많은 사람이 되어 만나자
무심함을
단순함을
오래 바라보는 사람이 되어 만나자
-이 넉넉한 쓸쓸함 中에서-
항상 그랬다. 역설적인 언어가 더 마음을 후벼파듯 아프게 느껴졌다.
시인 김영랑의 '모란이 피기까지는'에서 '~찬란한 슬픔의 봄을'처럼.....
넉넉하지만 쓸쓸하고, 찬란하지만 슬프고.....
희망을 얘기하지만 그 희망을 약속할 수 없는 그 허함들이 느껴져서 말로만
다음에 밥 한 번 먹자의 인사처럼.
눈을 뜨고 잠을 잘 수는 없어
창문을 열어 두고 잠을 잤더니
어느새 나무 이파리 한 장이 들어와 내 옆에서 잠을 잔다
그날 아침
카페에 앉아 내가 쓴 시들을 펴놓고 보다가
잠시 밖엘 나갔다 왔는데
닫지 않은 문 사이로 바람이 몹시 들이쳤나보다
들어와서 내가 본 풍경은
카페에 모인 사람들이 일제히 일어나
바람에 흩어진 종이들을 주워
내 테이블 위에다 한 장 두 장 올려다 놓고 있는 모습들이었다
우리들은 금세 붉어지는 눈을
그것도 두 개나 가지고 있다니
그럼에도 볼 수 없는 것들도 있다니
사실은 내가 쓰려고 쓰는 것이 시이기보다는
쓸 수 없어서 시일 때가 있다
-내가 쓴 것-
이 詩를 읽고 나도 금세 붉어지는 두 눈을 가졌음에 감사했다.
우린 각자 서로 무관심하지 않았음에,.....
詩는 작정해서 쓰여지는 것이 아니라고. 쓰려고 쓰는 것이 더욱 아니라고.
평범한 삶 속에 사람이 있고, 바람이 스치듯
뭐라고 감히 적을 수 없는 뭉클함이 깃드는 순간,
그 풍경 자체가 詩다.
아...... 좋다. 밤 깊어가고 바람이 쉬어가고
사람과 피조물을 그저 오랫동안 바라보는 것이 詩다.
이 밤에 내 마음 속, <바다는 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