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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의 꽃

[도서] 순간의 꽃

고은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4점

읽은 책에서 깊은 울림이 일렁거려 시집을 사기는 처음인 것 같다.

가을이라서 더 마음이 흔들거리고, 허하고....

뭣이 그렇게 힘겨웠는지....

그런데 이런 마음 하나 하나도 다 내 욕심이더라.

그저 내려놓고, 그저 받아들이고, 나와 다를 뿐임을 인정하면 되는데.....

내 시선에만 맞출려고 해서 그렇게도 힘겨웠나보다.

조그만 생각과 시선을 달리하면 나를 힘겨워했던 사람도, 상황도 그렇게 나쁘지않은데 말이다.

이럴 때 나에게 위로가 되는 것이 책이었다.

책 중에서도 단어 하나 문장 하나의 의미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 詩集은 참 좋다.

자칭 광고쟁이라고 말한 박웅현의 <책은 도끼다>를 읽고

감수성을 깨우는 참한 도끼인 고은 시인의 <순간의 꽃>이 나에게 왔다.

 

고은 시인의 <순간의 꽃>,

이 시집의 詩들은 제목이 없다.

그저 시인이 바라보는 모든 시선들이 제목에 구속되지않고 고스란히 수놓아져 있다.

소박한 일상 속에서 사람이나 자연, 사물과 상황들을 허투루 보지 않는 시인의 감성이

솔직하게 녹아져있다. 시인의 혜안이 오롯이 느껴진다.

짧지만 강한 여운이 남는 詩.

충분히 감수성을 일깨우는 성실한 도끼다.

 

 

 

 

4월 19일

첫 뱀이 나와 죽어 있구나

내가 너무 오래 살았구나

 

가난한 집 마당

달빛이 환하여 떡 치고 있네

 

초등학교 유리창마다

석양이 빛나고 있다

그 유리창 하나하나가 실컷 신들이었다

 

창 밖은 바람 한 점 모르고 깡추위인가 보다

춘란 홍화(紅花) 두 송이

내 앞에 자란히 피어났다

안중근 의사가 남긴 참을 인(忍) 한 자도 저쪽에 걸려 있다

 

쉼표여

마침표여

내 어설픈 45년

감사합니다

더이상 그대들을 욕되게 하지 않겠나이다

 

고양이도 퇴화된 맹수이다

개도 퇴화된 맹수이다

나도 퇴화된 맹수이다

원시에서 너무 멀리 와버렸다

우리들의 오늘

잔꾀만 남아

 

봄바람에

이 골짝

저 골짝

난리 났네

제정신 못 차리겠네

아유 꽃년 꽃놈들!

 

방금 도끼에 쪼개어진 장작

속살에

싸락눈 뿌린다

서로 낯설다

 

겨울바다에는

헤어진 사람이

가거라

지금 뜨거운 사랑보다

지난날 뜨겁게 사랑했던 사람이

가거라

 

함박눈이 내립니다

함박눈이 내립니다 모두 무죄입니다

 

 

미사여구를 섞지 않았는데도 가슴이 콩닥콩닥 뛴다. 벅차다.

정갈한 詩의 힘이다.

순간을 잘 포착해 詩가 마음 속 꽃이 되었다.

관조와 사색의 힘이 어디서 나올까?

계절에서도 그저 그런 일상 속에서도 뿜어져나오는 것임을.....

단지 넘들보다 조금더 고개를 숙여 들여다보기만 하면 되는 것임을.....

그래서 시인이라 규정짓지 않은 그 누구나 모두가 시인이 될 수 있음을 알았다.

사색하기에 더없이 좋은 날, 가을.... & 시집 한 권,

내 몸과 마음이 조금 더 여유로워지고 풍성해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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