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가 어려울 때가 있다.
나라와 나라간의 전쟁, 한 나라 안에서의 내전, 요즘엔 그리스처럼 나라의 부도 사태가 연일 톱뉴스이다.
우리나라도 내외환을 다 겪었고, 경제적으로 고립된 국민 모두가 힘겨웠던 1997년 IMF.
더 거슬러 올라가면 대공황의 소용돌이.
1929~39년 무렵까지 북아메리카와 유럽을 중심으로 전 세계 산업지역에서 광범위하게 지속된 경기침체.
1920년대의 미국 경제는 호황을 이루었으나 1929년 10월 주식시장이 붕괴되면서 호경기는 막을 내렸다. 이때부터 경기는 계속 후퇴를 거듭해, 1932년까지 미국 노동자의 1/4이 실직했다.
대공황은 국민들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었다.
든든했던 가정의 가장이 무너지고, 그럭저럭 괜찮았던 살림살이가 나락으로 주저앉는다.
믿었던 은행마저 도산하고, 잘 나갔던 기업의 오너가 길거리로 내몰린다.
콕 집어 어느 누구의 탓이라 할 수 없다.
그러나 그 힘겨움 와중에서도 국민들은 강했다.
성숙한 시민의식이 싹 트는 계기가 되었다. 나보다 더 힘겨운 이웃을 돌아봤으니깐.....
<Mr. 버돗의 선물>은 미국의 대공황 시절때,
1933년 12월 18일자 <캔턴 리파저토리>에 실렸던 작은 광고 하나에서부터 기적이 시작된다.
화이트칼라 남성분들을 위한 배려!
만약 당신이 내일 먹을 빵을 걱정한다면 복지 단체에서 도움을 받아야할지 고민할 것입니다.
아마도 그런 사람이 수백명은 될 것입니다.
제가 이런 상황에 놓이 75가구에게 즐겁고 복된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있는 기회를 드릴 수 있다면
매우 기쁘겠습니다.
재정적 도움이 필요한 이들이나 가족들의 신원은 절대 밝히지 않겠노라 약속합니다.
제게 편지로 사정을 알려주시면 곧 재정적인 도움을 드리겠습니다.
편지를 보내실 곳은 아래와 같습니다.
B. 버돗, 오하이오 주 캔턴, 유치 우편(수신자가 우체국을 지정하고 우편물을 유치했다가 수령하는 제도)
이것을 희망이라고 부르지 않을까? 5달러의 기적이 굼틀대고 있었다.
책의 저자는 외할머니의 낡은 가방 속에서 오래된 편지 뭉치와 'B 버돗'이라는 서명이 적힌
150장의 지급 완료된 수표들을 발견한다.
그리고 발견된 찢겨진 신문 광고 한 쪽에 적힌 'B 버돗'이란 익명의 기부자가 편지를 보내는 사람에게
10달러씩 보내주겠다는 내용이 적혀있다.(위의 편지)
1933년 모두가 힘들고 배고팠던 대공황의 시기에 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돌아갈 수 있도록
10달러 대신 5달러로 75가구 대신 150가구에게 기적을 선물한 Mr. 버돗은 저자의 외조부,
샘 스톤이었다.
<Mr. 버돗의 선물>책에서 저자는 외할버지의 가방 속 편지 뭉치의 흔적들을 따라간다.
그 흔적들 속에서 저자는 외할아버지 샘 스톤의 어릴적 삶과 이민자였던 신분, 신분을 속일 수 밖에
없었던 이유들, 할머니와의 결혼, 굴곡진 삶들에 대해 알아간다.
그리고 샘 스톤이 B. 버돗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사연들, 버돗의 기적을 선물받았던 사람들의 후손들...
그 눈물겨움과 따뜻함이 녹아들어있다.
아버지가 직장을 다니든 실직했든 | |||
우린 행복했어요. | |||
우리에게는 서로가 있었고 | |||
서로 사랑했으니까요. | |||
"우린 살아냈어요. 살아냈다고요." | |||
그때나 지금이나 이것 말고 또 뭐가 중요할까. |
사연들 속에는 가난과 배고픔, 아픔의 흔적들이 들어있었지만 그들은 희망을 내려놓지 않았다.
버돗에게 받게 될 도움으로 의기소침하지 않았다. 오히려 버돗에게 희망과 축복을 빌어주었다.
그 시대는 적어도 그랬던 것 같다. 위기도 기회이고 희망임을...
크리스마스를 일주일 앞두고 기적은 일어났다.
자존심보다 아이들에게 빵과 옷, 신발이 먼저였던 무능력한 부모들.
하지만 그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들에게 힘겨울 때 필요한 것은 자존심이 아니라
가난에 굴하지 않고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용기였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훗날 버돗의 선물을 받았던 사람들의 아이들은 모두 경제적으로 인격적으로 잘 자리잡았으니깐....
한 사람의 따뜻한 선행이 일파만파로 퍼져나가 따뜻한 온기를 전해주었다.
물론 그 선행은 150가구에게만 전해졌지만 그 혜택을 받지 못한 사람들에게도 분명 다음의 생각과 행동에 있어서 동기부여가 되었을 것이다.
그 동기부여만으로도 충분하다. 언제라도 2,3의 B. 버돗이 생겨날테니깐......
그 희망 때문에 아직 이 사회는 충분히 살아있고, 따뜻하다.
B. 버돗은 그가 타인들에게 준 선물었지만 자신에게 준 선물이기도 했다.
그것을 통해 두 번째 기회를 얻고, 다른 사람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그는 젊은 시절을 국가와 아버지라는 두 독재자 휘하에서 보냈다.
어릴 때와 사춘기에는 끔찍한 결핍과 불의에 휩싸여 무기력했다.
마침내 남을 도울 위치가 되었다는 것은 그의 삶에서 큰 변화를 의미했다.
그가 갈구한 것은 바깥의 인정이 아니라, 그런 베풂이 주는 내적인 확인이었다.
그것은 자신의 가치에 대한 선언이었다.
또 다른 세상에 살지만 많은 것을 공유한 이들의 가치에 대한 선언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