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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아워 2

[도서] 골든아워 2

이국종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다 읽고 잠이 안왔다. 선잠을 자며 새벽에 계속 눈이 떠졌다. 내 일이 아닌데 왜이럴까 하면서 내 일인데 왜 이럴까 했다. 내 일이 아니면서 내 일이다. 나는 또다시 이 들끓음이 식으면 잊고 살겠지, 하지만 그 잊는다는 게 두려웠다. 새기고 기록하자. 누군가는 이 책을 더 읽게하자.

 

골든아워는 시간 순서대로 1,2권이다.

1권에 대한 리뷰는 이미 상세하게 써놓았다.

2권은 2013년부터 2018년까지 최근의 기록이 담겨 있다.

 

1권에서는 외상센터의 가동, 치임, 부침, 그래도 희망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2권에서는 침몰하는 병원선 선장의 바닥난 인내심과 절망이 느껴졌다.

2권을 읽고나니 이 번 권은 살기위해 죽음을 외치는 피맺힌 외침이구나하는 느낌이 들었다.

 

책을 내거나 인터뷰를 하는 모든 것들을 그는 선호하지 않았을 것이다. 

여느 의사들이 잘 빼입은 정장과 우아한 미소로 건강을 설명하고 병원에 자료화면으로 홍보할 때,

티비속 그의 모습은 굳어 있거나 심각했다. 이미지 관리를 전혀 생각하지 않는 표정이었다.

그의 가운 한 편은 핏자국이 선명했다.

 

그가 명의로서 유명한 만큼 최고의 지원을 받으며 지휘하는 마에스트로일 것이라는 환상은 깨졌다.

환자 살리기도 바쁜데 왜 또 티비에 나왔어, 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몸신에만 나오는게 아니라 응급의료의 현실에 대한 정치인들과의 공청회에도 나온다.

왜 그럴까, 이 책을 읽으면 깨닫는다.

무너져가는 외상의료를 살리기 위한 그의 심폐소생술과 제세동에 이마에 송글거리는 땀이 보인다.

 


 

 

그가 말하건대,

'사람들은 알지 못했다'

이 말이 이 책을 관통하는 핵심이다.

 

그가 원하는 것은 가장 빨리 가서 가장 빨리 데리고 와서 가장 빨리 치료하는 것이다.

핸드폰만 LTE, 5G로 터뜨릴 게 아니라, 환자 이송과 치료를 그 속도로 해내면 살 수 있는 사람이 늘어난다.

 

 

환자를 5G로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헬기이다. 수직상승과 강하가 가능해서 큰 활주로가 필요하지 않고, 비행기보다 부피가 작아 민첩하다. 만성적인 동맥경화에 시달리는 우리나라의 도로에서는 앰불런스를 타고 가다가는 응급실이 아닌 장례식장행이다. 그래서 외상의료의 핵심은 '헬기'이고, 그 다음이 헬기에 들고가는 의료장비이다.

 

헬기는 그냥 얻어지는 게 아니다. 소방방재청, 군대, 비행장 등 많은 이들과의 협상과 실행이 필요하다. 그 가운데에도 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 과정에도 다사다난한 문서작업과 고통스러운 기다림이 있다. 우리가 생각하기 힘든 많은 고충 속에 얻어낸 귀한 헬기는, 그 소리가 듣기 싫은 이들에 의해 부서질 위기이다. '사람들은 모른다' 흐르는 피를 멈추게하면 루비콘강을 건너지 않을 수 있는 우리 이웃들에 대해. 사람을 살리는 바람 소리에 대해.

 


 

 

노동자를 위한 정책은 노동하지 않는 이가 만든다.

외상센터가 가난한 이유는 가난한 사람을 주로 치료하기 때문이고, 가난한 사람이 오는 이유는 갈 곳이 공사장과 공장이라 공중에 떠서 일하고 쇳덩어리에 끼이기 떄문이다. 말로 먹고살기에 몸으로 먹고사는 이에게 진정한 복지는 '외상센터의 보완'임을 잘 모르는 정치인들에 대한 외침이 느껴진다. 내가 언제 어디서 다쳐도 나라에서 나를 구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무엇보다 큰 복지일텐데 말이다.

 

다른 명의들은 '돈'을 불러온다. '돈'이 되기 때문에 최고의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이 교수는 '돈'을 파먹는다. 그리고 헬기소음을 불러온다. 그래서 그는 욕을 먹고 깨진다. 그가 아주대에 가져다주었던 1300억원짜리 홍보효과에 대한 광고료 지불을 한다면 외상센터는 직진신호를 받을텐데하는 마음을 가져보기도 한다.

 

교통사고 현장, 군대의 사고 현장 등 빨리 데려오는 데는 '돈'이 많이 든다. 환자가 제발로 택시를 타거나 걸어들어와서 3분 진료보고 수십만원을 내는 진료가 아니다. 헬기를 띄우는 데는 유능한 조종사와 유능한 의사 간호사 정비사, 심평원서 삭감되어 병원에서 손실처리해야할 가능성이 높은 약품들이 필요하다. 데리고 오는 데도 돈이고, 고치는 것도 돈인데, 환자에게서 다 받아낼 수가 없다.

 

아낌없이 '돈'을 대는 부자들만 중증외상센터로 몰린다면 어떨까.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새건물이 날마다 올라가는 허망한 상상을 해본다.


 

석해균 선장과 귀순 병사라는 빅이슈가 터지고 나면 정치인들의 방문과 약속이 늘어난다. 매스컴에서도 다루고 많이 알려지고 이국종교수에 대한 존경과 찬사는 늘어난다.  윗 사람의 약속은 아래로 내려오면서 포말처럼 깨진다. 끊임없이 연락하고 조아리고, 환자 살릴 시간도 없는데 환자를 더 살리기 위해 물어보고 연락하는 일들을 해야한다.


 

 보람보다 부담이 커진다 했다.

 그는 그 혼자서 사람들을 살린 게 아니라는 겸손함이 있다.  2 권뒷부분의 상당 부분은 그와 함께하는 이들의 이름과 약력에 대한 소개에 할애되어 있다. 평소같으면 읽지 않고 넘기는 주석같은 그 부분에 대해 꼼꼼하게 읽었다.

 

 '간호사'가 직업이었던지라, 정말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외상센터 간호사의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근무할 때는 간호사를 동료로 존중해주는 의사도 있었지만, 하대하는 의사도 있었다. 그는 이 책에 그들의 '이름'을 달았다. 그가 어떤 태도로 동료들을 대하는지 알 수 있었다.

 

 외상센터의 의료진들은 뱃 속의 아이를 잃고, 폐렴으로 쓰러지고, 과로로 혼절한다. 인력충원은 매 번 부결된다. 강도 높은 이라는 말로 표현이 안되는 살인적인 이란 말도 상투적인 표현일 뿐, 동료들의 힘듦에 그는 유난히 힘들어한다.

 


 

 

 어제 책을 다 읽고 침대에 들면서 평생 처음으로 눈을 다 떴는데 빛 한줄기도 안보이는 어둠을 경험했다. 암순응이 제대로 되지 않았는지, 눈을 떴는데 단 한 점의 빛도 보이지 않았다. 덜컥 겁이났다. 그렇게 수 분동안 실명을 경험했다.

 
 '정경원에게'가 표지 말이다.

 그의 뒤를 따르겠다며 수련하는 의사의 이름이다.

 

 왜 '정경원에게'일까 고민해봤다.

 

 그는 2권의 펜을 내려놓으면서 '정경원'이가 훗날 외상센터를 지키는 것에 대한 생각을 한다.

 한 눈도 보이지 않고 몸도 성치 않다. 언젠가는 메스를 내려놓아야 하는데, 후계에 대한 고민이 깊다.

 그에게 '정경원에게'라는 말은 미래의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정경원'이란 이름은 완전히 정착된 중증외상의료체계이자, 아무데나 헬기가 뜨고 내리도록 사람들이 이해해주는 풍토, 충분한 인력이 공급되어 탈진하는 이가 없는 일터, 살릴 수 있는 사는 세상이라는 모든 희망을 농축시킨 이름이 아니였을까.  

 

 덜컥 겁이난다. 이 분의 포기가 얼마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앞이 보이지 않아 보기 위해 이 글을 쓰셨을 것이다. 더운 사막 긴한 갈증에, 젖어있는 수건의 마지막 한 방울까지 짜내는 그 마음으로 이 책을 썼을 것이다. 책 곳곳에 묻어있는 구원 요청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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