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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놀란

[도서] 크리스토퍼 놀란

톰 숀,크리스토퍼 놀란 저/윤철희 역/전종혁 감수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크리스토퍼 놀란은 현재 헐리우드에서 상업적 성공과 예술적 완성도라는 두 마리를 토끼를 모두 잡는 몇 안되는 감독으로 헐리우드 내에서 놀란의 영향력은 상상 이상으로 대단하다고 한다. 스튜디오는 놀란의 작품에 일절 터치를 하지 않고 전권을 줘서 놀란은 온전히 자기 뜻대로 영화를 만든다고 한다. 요즘의 헐리우드, 특히 거대 자본이 들어가는 영화는 철저하게 스튜디오 시스템 하에서 관리되고 스튜디오의 뜻대로 영화가 만들어지는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특혜가 아닐 수 없는데 그만큼 크리스토퍼 놀란은 흥행과 작품성을 모두 인정받는 그야말로 거장, 작가라는 호칭이 어울리는 감독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동시대의 여러 뛰어난 감독 중 놀란은 그야말로 최고의 거장이라고 할만하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20여년 동안 11편의 장편을 만들었는데 두어편의 작품을 제외하면 작품이 출시될 때마다 엄청난 흥행과 함께 극찬을 받았고, 몇몇 영화는 하나의 사회현상으로까지 이어질 정도로 큰 화제성을 불러일으켰다. 놀란 감독은 극사실주의를 추구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최근의 헐리우드 영화가 과도하게 그래픽에 치우치는 경향과는 정반대의 성향을 보이는 것이다. 그래픽이 아닌 사실주의 촬영 방식이 가지는 특유의 질감과 떼깔은 CG로는 느끼지 못하는 무게감과 생동감을 느끼게 해준다. 이렇게 놀란 감독만의 스타일이라는 것이 존재하는데 놀란 감독의 영화의 특징은 이런 영상미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놀란 영화는 단순한 오락 영화가 아니라 여러가지 철학, 과학, 인문학적 담론을 제시하고 영화를 다양한 관점으로 읽어내며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깊이있는 내용인 것이 많다. 내용 속에 담겨 있는 함의도 그렇고, 사실주의를 추구한 만큼 영상 그 자체의 미장센에도 담겨 있는 의미가 많이 있다. 그러나 영화 속의 함의건 미장센이건 그런 것들을 모두 완벽하게 읽어내기란 쉬운 것은 아니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놀란 본인이 직접 참여한 첫 공식 도서로 놀란이 20년간 만든 11편의 영화에 대해 감독의 입으로 자신의 영화에 대해 들어보는 코멘터리북이자 감독이 직접 그린 미공개 스토리보드, 스케치, 사진, 스틸샷 등 200장이 넘는 컬러 시각자료와 함께 여태껏 밝혀지지 않았던 제작 뒷이야기, 숨겨진 의도와 고민 등 놀란이 오랫동안 벼려온 천재적인 사유를 담은 책이다.

 

책은 열세 개의 챕터로 되어 있는데 책의 도입부인 첫번째 챕터인 구조와 마지막 챕터 결말을 제외하면 11편의 장편 영화를 각각 방향, 시간, 지각, 공간, 환상, 혼돈, 꿈, 혁명, 감정, 생존, 지식이라는 키워드로 하나의 챕터당 영화를 한편씩 소개하고 있다. 챕터의 소제목들은 해당 챕터에서 다루는 영화를 한마디로 정의하는 핵심 키워드이다. 일단 놀란 감독의 장편 영화를 모두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긍정적이다. 다크나이트 시리즈나 인셉션, 테넷 같은 최근의 블록버스터 영화들에는 많은 담론이 있었지만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떨어지는 인섬니아나 프레스티지 같은 영화를 깊이 있게 분석하는 일은 많이 없었는데 놀란 감독의 전체 필모를 빠짐없이 쭉 따라가며 한번에 그의 작품 세계를 전부 톺아볼 수 있어서 매우 좋았다.

 

각 챕터는 해당 키워드와 연관된 영화계의 에피소드를 소개하거나 영화 작업을 시작했을 때의 놀란의 일화를 회상하는 것으로 가볍게 시작한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는데 영화의 배경이 되거나 맥을 함께 하는 고전영화를 소개하기도 하고, 놀란이 그 영화를 만들 떄 참조하고 영향을 받은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참고한 고전작품이 자신의 영화에 어떻게 녹아들어갔는지를 조금 디테일하게 설명을 하는 식이다. 감독이 영화를 만들 때 이전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는 것은 흔한 일이고, 때로는 숨기지 않고 오마주하거나 패러디 하기도 하지만 진짜 영화를 많이 본 영화광이 아니면 그런 작품과 장면을 읽어내기란 쉽지가 않다. 그런 것을 감독의 입을 통해 직접 들어볼 수 있어서 작품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다크나이트의 조커는 독일 표현주의의 대표주자인 프리츠 랑의 '도박사, 마부제 박사'에게서 어마어마한 영향을 받았다고 말한다. 조커를 마부제 박사의 영화처럼 독창적인 범죄의 달인으로 만들려고 시나리오와 캐릭터를 구성했다는 것. 흔히 조커는 라울 레니 감독의 표현주의적 작품인 무성영화 클래식 '웃는 남자'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캐릭터로 알려져 있는데 놀란의 조커는 웃는 남자 대신에 마부제 박사를 차용한 것이었다. 분명 조커는 '웃는 남자'에서 따온 것이지만 밝은 색 정장과 광대 메이크업이라는 캐릭터의 특징만을 가져온 것이고 놀란은 그런 시각적 캐릭터의 성격 대신 독창적인 범죄자의 이미지를 새로 구축한 것이다.

 

그리고 마이클 만의 '히트'처럼 영화를 도시 이야기로 만들기로 한다. 히트는 실제 로스앤젤레스를 반영한 스토리로 그 도시를 벗어나지 않는다. 다크나이트도 실제 거리와 실제 빌딩이 있는 실제 도시에서 촬영하기로 했는데 그렇게 하면 세트가 아닌 도시 규모의 큰 비쥬얼을 구현할 수 있기 때문에 아이맥스 카메라를 사용하고, 그런 도시를 구성하는 요소들을 위협하는 악당을 만들 계획을 세운 것이다. 놀란의 인장 같은 아이맥스 촬영은 그런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히트'도 다크나이트에 굉장히 큰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프롤로그인 은행 강도 장면을 떠올려 보면 과연 히트의 미장센이나 디테일을 연상시키는 장면이 많이 연상된다. 심지어 히트에 대한 오마주로 히트에 출연한 윌리엄 피츠너를 일부러 출연시키기도 했다고 한다.

 

다크나이트는 특이하게도 2.35:1의 일반 화면비율로 진행되다가 도입부의 은행을 터는 장면, 조커를 유인하기 위해 하비가 호송차에 타고 중앙구치소로 가는 장면, 조커가 병원을 폭발시키는 장면 등에서는 스크린을 꽉 채우는 아이맥스로 화면이 전환된다. 처음에는 단순히 액션장면을 잘 보여주기 위해 아이맥스로 촬영할 것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책에서 놀란의 얘기를 듣고나니 아이맥스의 큰 화면은 액션 때문이 아니라 도시를 보여주기 위함임을 알게 되었다. 일례로 액션씬은 아니지만 도시의 전경을 훑어가는 장면에서는 어김없이 아이맥스로 도시의 풍경을 보여주는 것을 발견했다. 아이맥스 화면에는 그런 의미가 있었던 것이다.

 

다크나이트는 놀란 감독의 영화 중에서도 특별히 좋아해서 몇 번이나 봤지만 그동안 내가 뭘 봤나 싶을 정도로 영화에 대해 알지 못하고 있었다. 가령 덴트가 탄 호송차를 조커 일당이 습격해서 RPG를 쏘고, 트럭이 전복되는 씬에서는 음악이 제거되고 음향효과만을 삽입했다고 한다. 사실 영화를 몇 번이나 보면서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음악이 없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는데 그 장면이 워낙 긴박해서 집중하다보니 음악이 빠진 것을 눈치채지 못했기도 했고, 다시 영화를 보니 해당 장면은 헬기의 프로펠러 소리와 트럭의 엔진소리, 배트맨의 바이크 소리 등이 마치 배경 음악처럼 리듬감을 가지고 들려왔는데 그래서 음악이 없다는 것을 알지 못했던 것 같다. 음악이라는 보조장치를 제거하고도 그렇게 쫄깃한 긴장감을 구축한 놀란의 능력에 다시 한번 놀라게 된다.

 

영화의 컨셉과 구성, 스타일과 시나리오을 구상하는 것부터 시작하여 특정 씬을 찍을 때 감독이 어떤 것에 신경을 쓰고, 어떤 의도를 가지고 촬영했는지, 그 캐릭터는 어떤 컨셉과 배경을 가지고 있는지, 그 장면을 찍을 때 감독이 영향을 받은 영화는 무엇인지 등 영화의 한 장면 한 장면을 뜯어서 그 장면에 관련된 트리비아를 감독의 입을 통해 직접 들어보니 영화를 꼼꼼하게 다시 읽을 수 있어서 영화가 새롭게 보이고, 더욱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 내용들은 영화를 여러번 보더라도 알기 어려운 정보들이라 책을 통해 감독의 코멘터리를 보고나서 영화를 다시 보면 영화가 정말 완전히 새롭게 보이고, 그동안은 놓쳤던 많은 것들을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특히나 놀란의 영화는 철학적, 과학적인 함의가 많고, 여러가지 담론이론으로 읽어낼 여지가 많다보니 영화에 대한 디테일한 정보가 주어지면 영화읽기의 새로운 장을 열 수 있을 것이다. 놀란 감독과 그의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기 바란다. 영화가 개봉할 때 즈음이면 소위 영화평론가나 영화 유튜버들이 그 영화를 분석하고 나름대로 해석을 하는 기사나 영상들을 많이 볼 수 있지만 이 책의 내용은 그런 수준을 넘어서서 굉장히 디테일하고 정확한 정보와 구체적인 해석을 제공한다. 무엇보다 놀란 감독 자신의 해석이니 그것보다 더욱 정확하고 의미있는 정보는 없을 것이다. 놀란 감독의 팬이라면 반드시 읽어봐야 할 필견의 영화평론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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