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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 이토록 재미있을 줄이야

[도서] 심리학이 이토록 재미있을 줄이야

류혜인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동화책을 읽을 때면 별 생각없이 읽게 되지만 조금만 생각을 해보면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을 많이 보게 된다. 등장 인물들이 너무 인과성과 핍진성이 떨어지는 말이 안 되는 행동을 하는 것을 쉽게 찾을 수 있는데 가령 백설공주는 왕비의 계속된 암살 시도에도 낯선 사람을 경계하지 않고 쉽게 문을 열어준다거나 착한 사람의 눈에만 보인다는 쌩구라를 믿고 있지도 않은 옷을 입었다며 벌거벗은채 거리를 활보한 임금님의 행동은 아무리 동화라지만 쉽게 공감이 가지 않는다. 반면 목마른 여우가 높이 달려 있는 포도를 보며 군침을 흘리고 따먹으려고 시도하지만 너무 높아 실패하자 갑자기 태세전환을 해서 사실은 신 포도였을 것이라고 정신승리를 하는 장면은 오히려 우화임에도 굉장히 공감이 간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공감이 가는 내용이건 공감가지 않는 내용이건 양쪽 모두 심리학적으로 그 상황이나 캐릭터의 심리를 설명할 수 있다고 한다.

 

사람들은 동화를 단순히 아이들이 읽는 유치한 이야기, 교훈을 주기 위해 꾸며낸 이야기라고만 생각한다. 실제로 아이들의 동화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과장되고 억지스러운 부분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저자의 말에 의하면 동화만큼 다양하고 섬세하게 인간의 심리를 표현하고 있는 장르도 없다고 한다. 동화라는 장르는 애초에 아이들에게 교훈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만큼 동화 속에 나오는 수많은 캐릭터와 여러 사건들은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동화 속의 장면들은 우리가 살면서 부닥치는 여러 고민이나 문제들과 너무나 닮아있다. 동화 속에 나오는 캐릭터와 상황들이 우리 삶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다면 그 동화를 심리학적으로 이해하는 것은 우리가 살면서 겪는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는 뜻이고, 더불어 심리학의 여러 법칙을 동화를 통해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다는 뜻도 된다.

 

[심리학이 이토록 재미있을 줄이야]는 우리가 잘 아는 동화를 정신분석학적 입장에서 해석해보는 심리학책으로 동화에 나오는 캐릭터들의 심리 상태를 심리학 법칙을 통해 설명하고, 그런 심리 법칙이 우리 일상과 어떤 연관이 있고, 어떻게 작용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총 스물다섯편의 동화를 심리학 이론으로 분석해보는데 우선 동화의 전체 또는 일부 내용을 소개하고 해당 동화를 심리 법칙을 활용해서 풀이를 한다. 이 책의 목적은 동화를 심리 법칙으로 풀이하면서 심리학을 가볍게 배워보자는 취지이므로 동화의 분석과 심리학 이론 설명이 균형감있게 다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챕터 마지막에는 '한 걸음 더'라는 코너가 나오는데 앞에 나온 심리 법칙을 우리 실생활에 적용하여 어떻게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지, 동화 속의 캐릭터들이 범하는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등을 생각해본다.

 

보통 동화는 마지막에 '그래서 그들은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라는 해피 엔딩으로 끝날 때가 많은데 의외로 인어공주는 비극으로 끝을 맺는다. 인어공주는 왕자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걸을 때마다 가시밭을 걷는 듯한 고통을 겪어야 하고, 만약 왕자의 사랑을 받지 못하면 물거품이 되어 사라지는 커다란 리스크를 감수하고도 목소리와 다리의 전격 트레이드를 강행한다. 인어공주의 가장 큰 무기인 목소리를 잃게 되면 특기인 노래로 왕자를 유혹할 수도 없게 되는데 그런 커다란 핸디캡을 안고도 왕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는 근자감에 차있었던 것인지 그렇게라도 잠시 옆에 있을 수만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인어공주는 목소리 대신 다리를 얻고 왕자가 있는 육지로 올라간다.

 

왕자는 결국 다른 여자를 선택하고 인어공주는 내일이면 물거품이 되어 사라질 위기에 처한다. 언니들은 인어공주에게 왕자를 칼로 찔러 죽이면 다시 인어가 되어 살 수 있다고 말을 하지만 인어공주는 그대로 물거품이 되어 죽는 것을 선택한다. 인어공주는 그렇게 허무하게 죽어가면서도 행복했을까? 심리학에서는 사람이 선택하는 방식에 따라 극대화자와 만족자로 나누고 있다. 극대화자는 어떤 상황에서든 최고의 선택만을 하려고 노력하고 최고의 행복만을 노리는 반면, 만족자는 선택하기 전 선택 가능한 모든 영역을 확인하여 선택의 폭을 극대화하고 일단 선택을 하고 나면 다른 것을 더 알아볼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그 정도 선에서 만족을 하는 것이다. 실제로 주위 사람들을 봐도 이런 두 부류로 나뉘는 것을 실감한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두 가지의 선택지 중 하나를 선택한 후 그 선택의 결과가 좋지 않거나 더 좋은 대안이 있었음을 알게 되면 나중에 후회하기가 쉽다. 그런데 극대화자는 자신이 고르지 못한 선택지를 생각하며 만족해하지 못하고 계속 후회하지만 만족자는 자신의 선택을 합리화하고 만족하려고 노력한다고 한다. 선택의 방식도 다르지만 이후의 대처도 다르다는 것. 저자는 인어공주가 만족자라고 말하며 왕자의 초이스를 받지 못하고 물거품이 되어 죽어가게 생겼음에도 행복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내일이면 죽는데 행복하면 안되는 거 아닌가? 극대화자인 나로서는 이해가 좀 안되지만 만족자인 인어공부는 목소리를 잃고 다리를 얻어 왕자 곁으로 오는 선택을 하지 않았을 때보다 비극으로 끝나더라도 그런 선택을 한 것을 더 행복하게 생각했을 것이라고 한다.

 

모든 선택은 선택하지 않은 것들을 감당하는 거라는 말이 있다. 방송인 김어준이 한 말인데 과연 선택이란 선택하지 않은 것들의 기회비용이 어떻게 돌아오더라도 자신이 선택한 것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받아들이는 방식이 극대화자처럼 자신이 가지 못한 길을 끝없이 후회하는 것과 만족자 인어공주처럼 과거 자신이 그런 결정을 내렸던 그 순간의 판단을 믿고, 선택하지 않은 것들을 감당하며 어떤 결과가 오더라도 만족하며 지내는 것 중 어떤 것이 더 나은지는 굳이 말을 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김어준은 또 말한다. 나쁜 선택보다 훨씬 나쁜 건 선택하지 않는 거다. 선택하지 않은 채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 그건 사는 게 아니라 살아지는 게 되는 거다. '어차피 물거품으로 돌아가는 인생이라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제 한 몸 던져 보는 것이 의미 있는 삶 아니겠는가' 저자는 이것이 안데르센의 가르침이 아니겠냐고 말을 하는데 일견 동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너무 현실에 만족하고 굳이 물거품으로 사라질 것이 아니라 왕자를 칼로 찌르고 또 다른 인생을 살아갈 수도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은 역시 지울 수가 없다.

 

왕비는 백설공주의 외모에 질투를 느끼고 사냥꾼을 시켜 백설공주를 숲 속으로 데리고 가서 죽이라고 명령한다. 왕비의 명을 받은 사냥꾼은 백설이를 끌고 숲으로 가지만 백설이를 어여삐여겨 풀어주고 멧돼지 심장으로 왕비를 기망한다. 사냥꾼 덕분에 겨우 목숨을 부지한 백설공주. 이쯤 되면 목숨 귀한 줄 알고 문단속도 잘하고, 밖에 나가서는 사주경계를 하며 항상 위험에 대비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6.25가 왜 일어났는가? 방심해서가 아닌가? 심지어 몇 번 암살시도가 있은 후에는 난쟁이들도 짜증나서 제발 좀 아무나한테 문 열어 주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한다. 그런데도 백설이는 계속 낯선 사람이 찾아오면 바로 문을 열어주고 아무 꺼리낌 없이 낯선 사람과 접촉을 한다.

 

저자는 백설이의 그런 행동이 외로움에 기인한 것이라고 분석한다. 과거에 접촉이라는 것의 중요성을 알기 전에는 아이가 엄마에게 애착을 갖는 이유가 단순히 엄마가 자신의 배고픔을 해결해 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었다. 생존에 가장 필요한 먹을 것을 주기 때문에 아이가 엄마에게 매달린다는 늬앙스. 그런데 실험을 통해 아기들이 엄마에게 매달리는 것은 먹을 것 때문이 아니라 접촉, 애정 때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누군가와 접촉하고 쓰다듬거나 안아 주는 행위는 정말 중요하다. 그런데 백설이는 태어나자 말자 엄마를 여의고, 국사에 바쁜 아빠는 백설이를 직접 보살필 시간이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백설이를 질투한 계모 왕비가 백설이를 안아줬을리는 만무한 일. 그런 백설이가 난쟁이의 집으로 도피생활을 하게 되었는데 난쟁이들은 아침마다 일하러 나가버리고 빈 집에 혼자 있게 된 백설이는 외로움을 느꼈을 것이란 것. 그래서 낯선 사람이 와서 자신을 애타게 찾자 문을 열어줬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에 다른 사람으로부터 충분한 접촉을 받지 못하면 어른이 되어서도 그 접촉을 갈망하게 된다고 한다. 흔히 말하는 애정 결핍증인데 신체 접촉을 받으면 사람의 피부에 있는 신경섬유가 활성화되어 엔돌핀을 막 분비하게 되고 그로 인해 기분이 좋아져서 마음이 안정된다고 한다. 그러니 접촉을 하면 마음이 안정되는 것은 기분상 그런 것이 아니라 실제로 우리 몸의 기저작용에 의한 것이라고 하겠다. 이런 이유로 심리학에서는 접촉을 '접촉 위안'이라고 한다. 백설공주는 타인으로부터 접촉 위안을 받고 싶었던 것이다. 이런 애정 결핍이 있는 사람은 잘못하면 가스라이팅을 당하는 경우가 많은데 백설공주처럼 접촉 위안을 추구하려다가 죽음에 이르는 위험에 빠지고 싶지 않다면 평소 건강한 관계맺기를 통해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다른 사람들과 의미 있는 관계를 맺는 것이 필요하다. 혼자 사는 사람보다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고 사는 것이 우리 삶을 훨씬 더 풍요롭게 만들기 때문이다.

 

백설공주가 애정결핍일 것이라는 가설은 아마 비슷하게 생각한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애정결핍이 어린 시절 접촉의 부재에 기인한다는 사실은 쉽게 떠올리지 못할 것 같다. 우리는 아이에게 사랑을 듬뚝 주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정확히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는 말하지 못한다. 맛있는 유기농 음식을 먹이고, 아이가 원하는 걸 사주고, 브랜드 옷을 입히고 아이가 아쉬울 것 없이 클 수 있게 하는 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정말 아이를 사랑하는 길은 한번이라도 더 손을 잡아주고, 아이를 안아주는 것이란 걸 알게 되었다. 접촉이 이렇게 중요하다. 누구나 다 알만한 동화를 심리학으로 분석해보고 그 속에서 심리 법칙들을 배워보니 재미도 있고, 동화가 새롭게 보인다. 그리고 어렵게만 느껴지던 심리학 이론을 너무나 쉽게 배울 수 있어서 가볍게 심리학에 접근해보고 싶은 사람에겐 안성맞춤인 책이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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