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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세계사

[도서]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세계사

표학렬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우리는 역사라는 것을 팩트에 기반하여 있는 그대로의 과거의 사실만을 써놓은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실은 역사야말로 주관적인 기록물이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는 말도 그런 이유에서 나온 것이다. 단순한 미화 정도를 넘어서 아예 사실 자체를 바꾸기도 하고 자의적인 선악 구분으로 패자는 악으로 만들어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실제로 한국의 역사 교육도 서구의 시각에서 형성된 역사적 가치관을 배워왔었다. 우리의 역사지만 우리가 중심이 되어 세계 속의 한국의 역사를 생각한 것이 아니라 서구적 시각으로 한국을 바라보며 마치 그것을 역사인식의 객관화인양 생각했었다. 한국의 역사 뿐만이 아니다. 세계를 지배한 미국와 유럽을 중심에 놓고 그 이외의 국가들은 열등하거나 피지배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그들의 역사 인식을 토대로 역사를 배워왔었다. 역사는 해석의 영역이 큰데 그동안 매우 편향되게 역사를 해석해 온 것이다.

 

과거 교과서에는 시대 구분을 고대, 중세, 근데, 현대 등으로 시대를 나누고 이에 따른 시대적 특징을 노예제, 봉건제, 자본주의 등으로 구분하였는데 19세기 유럽에서 유행한 역사관이 한국으로 유입된 것이라고 한다. 지금의 세계사 교육에는 이런 식의 시대 구분에 의한 역사는 더 이상 가르치지 않는다고 한다. 요즘은 시대적 구분이 아니라 지역별로 나누어서 여성사, 종교사, 문화사, 문질사 등의 다양한 주제별로 역사를 다룬다고 한다. 역사를 공부하는 관점이 과거와는 상당히 많이 달라진 것 같아서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아무튼 시대의 변화에 따라 역사를 다루는 방식과 역사 인식도 달려져야 하는데 최근의 양상은 시대별로 역사를 구분하여 특징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주제별로 나누어서 역사를 배우는 현재 역사 교과서와 같은 형태가 유행하는 것 같다. 그러고보니 최근 역사관련 책들도 이런 식의 주제별로 역사를 다룬 책이 많이 나온 것 같다.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세계사]도 기존의 서구적 관점의 세계사 공부 스타일이 아니라 다양한 주제별로 역사를 탐구하는 주제사 책이다. 신화, 종교, 정치, 전쟁, 이슬람, 일본, 이상주의자, 여성 지도자, 대도시 등 9개 테마로 역사의 이면을 살펴본다. 책에서 다루는 테마들은 다원화, 다문화 시대에 맞추어 한국의 현상황과 시대상을 반영하여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국에서 큰 화두로 떠오른 이슬람과 관련된 내용이나 한일관계를 고려한 일본의 역사 등을 다루는 것은 시의적절하고, 역시 큰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페미니즘의 이야기도 관심을 가질만 하다. 각 민족의 대표적인 신화를 소개하며 그것을 민족 형성의 역사와 관련지어 생각해보는 것도 재미있다. 어느 나라건 민족이 형성되고 국가가 만들어질 때는 신화라는 개념으로 역사를 기록했는데 그래서 역사와 신화는 같은 이야기의 다른 판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신화를 실제 역사로 치환하여 살펴보는 것은 흥미롭다.

 

신화 다음의 시기는 종교의 시기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종교만큼 세계사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것도 없을 텐데 실제로 우리가 아는 역사의 많은 부분은 종교과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된 것이 많이 있다. 그런데 종교는, 혹은 종교권력은 정치권력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발전해왔고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갔다. 그래서 종교사는 정치와 함께 묶어서 살펴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특이한 것은 기존의 세계사에서는 유럽 중심의 기독교만을 주로 다루었다면 여기서는 고대 그리스의 신탁, 인도의 피와 학살의 군수 아스카의 불교에로의 귀의, 기독교, 종교개혁, 과학혁명과 종교의 충돌이라는 기존의 기독교 세계관을 벗어나 다양한 시각으로 종교문제를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다. 이슬람에 대해서는 따로 하나의 챕터를 할애하여 다루고 있으니 메이져 종교는 다 다루고 있는 셈이다. 이런 식의 균형감이 좋다.

 

다음 주제가 참 재미있는데 민중들의 자발적 참여로 발생한 민중봉기와 독립운동, 혁명과 전쟁 등의 역사적 사건으로 민중이 얼마나 선전선동에 속기 쉬운지, 역사적으로 선동의 정치는 어떻게 일어났는지를 알아본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현재에도 진행 중인 인터넷과 미디어를 이용한 정치 선동을 왜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해본다. 선전선동의 대명사 쯤으로 인식되는 괴벨스의 명언으로 '나에게 한 문장만 달라. 누구든 범죄자로 만들어주겠다'라는 게 있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 이 말은 실제로는 괴벨스의 말이 아니라고 한다. 그런데 대중들은 그렇게 믿고 있다. 선전 선동이 얼마나 쉬운지를 잘 보여주는 하나의 예라고 하겠다.

 

지난 촛불정국에서도 확인했듯이 민중의 힘은 막강하다. 촛불의 가장 큰 의미는 자발적이었다는데 있다. 정치세력이 나서서 민중을 이끈 것도 아니고, 개인의 사익을 위해 촛불을 들었던 것도 아니다. 그것이 촛불을 위대하게 만들었다. 깨어있는 시민의 힘은 위대했다. 그런데 다수의 민중이 모여 힘을 발휘했다고 모두가 촛불처럼 정의롭고 옳은 것은 아니다. 어지러운 삼국시대를 살아가던 농민들은 정부와 호족들에게 불만이 가득했고, 주술을 믿는 태평교도는 농민들의 불만을 모아서 난을 일으킨다. 책에는 이것을 '황건적'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과거에는 이들을 황건적, 즉 도적떼라고 봤었는데 요즘에는 황건당이라는 명칭을 더 많이 사용하는 것 같다. 나중에는 도둑떼처럼 변질되었지만 첫 시작은 우리의 촛불 비슷한 것이었을리라. 물론 앞서 말한데로 촛불은 그 어떤 정치세력도 구심점이 되지 않았지만 황건당은 태평도가 중심이 되어 봉기를 획책했으므로 그 둘의 성질이 다르긴 하다.

 

지식인이 지배층인 동아시아에서 민중은 도교나 불교의 이단적 종파의 선동에 따라 봉기를 일으켰다고 한다. 황건적을 시작으로 원나라를 무너뜨린 백련교, 홍건적의 봉기, 청나라를 무너뜨린 의화단의 봉기가 모두 민간신앙적 선동에 따라 일어난 사건들이라고 한다. 정치가 삼류가 되고 나라가 어지러우면 사이비 종교가 판을 치고 어리석은 백성은 손바닥에 王자를 그린다거나 하는 이상한 주술적 힘에 의지하게 된다. 민중을 단결하고 의사를 표출하게 하는데 신앙처럼 좋은 매개체가 없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무식한 사람이 신념을 가지면 가장 무서운 법인데 종교는 믿음을 무기로 하기 때문에 무지한 백성을 선동하기가 좋은 것이다.

 

다음으로 관심이 가는 주제는 일본의 탄생에서부터 막부 시대의 혼란을 거쳐, 통일국가를 이루고, 근대화와 민주주의의 발전을 이룬 후 전후 경제성장을 이루며 오늘날에 이른 일본의 역사를 그린 일본의 정체성 파트이다. 일본은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말하는데 실제로 일본에 대해 많이 알고 있는 것 같으면서도 제대로 아는 것이 없다. 특히 역사적으로도 우리나라와 관련이 된 부분들에 대해서만 잘 알고 있지 그 외의 역사는 무지하며, 일본의 영화나 만화 등의 창작물에서 다루어진 것으로 일본의 역사를 단편적으로 알게 되었을 뿐이다. 물론 일본의 역사 따위를 굳이 그렇게 상세히 알고 싶은 마음은 없으나 이번 테마의 소제목처럼 역사를 통해 일본의 정체성을 알고 싶은 마음은 있다.

 

전후 일본 경제는 미국의 지원하에 빠르게 복구, 성장했다. 특히 6.25 전쟁에서 미군이 사용할 무기를 일본에서 생산하기 위해 대규모 중화학 공업이 육성되자 1950년대 중반에 전쟁 전의 경제 수준을 회복했다. 우리에겐 씻지못할 아픔이 일본에겐 기회가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일본의 우익들은 다시 한번 한국에 전쟁이 일어나길 바라고 있다고도 하는데 아무튼 일본은 이후 유례없는 경제성장을 이룩했고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이 되었다. 문제는 전후 경제성장은 역사 청산을 완벽하게 하지 못한채 완전히 덮어버리게 된 것이다. 1960년대부터 어두운 역사보다 밝은 역사를 보자는 흐름이 나타나며 자기 정당화를 하며 역사 청산과는 담을 쌓게 된다. 그러다 버블이 몰락하고 긴 불황의 늪으로 빠져든다. 불철저한 역사 청산이 경제 불황과 만나 극우 세력의 강화를 불러일으켰다. 우매한 일본 국민들의 불만을 외부로 돌리는 것이다. 앞서 대중들이 얼마나 선동하기 쉬운지를 알아봤는데 일본은 그 정도가 더 심하다. 일본의 혐한과 한국 때리기는 갈수록 심해지는 것 같다. 이 모든게 고도의 경제성장에 의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시대순으로 연표외우기를 하며 재미없이 역사를 외우는 것이 아니라 주제별로 역사를 살펴보며 다양하게 분석하고 그 속에서 의미를 찾아내어 과거를 보는 눈을 키우고 현재를 되짚어보는 역사를 배우는 진짜 목적에 부합하는 역사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인 것 같다. '상대적이며 절대적인'이란 책의 제목은 베르베르의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에서 따온 것으로 보인다. 상대적이고 절대적이라는 말은 형용모순이지만 역사를 다루는데 있어서는 오히려 아주 딱 들어맞는 것 같다. 역사란 절대적인 과거의 팩트를 상대적으로 해석하게 된다. 절대적인 팩트를 어떤 시각으로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그 의미는 다르게 다가오게 되는데 기존의 서양 중심의 역사관이 아니라 세계화라는 트랜드에 맞게 다원화된 관점을 가지고 역사를 볼 필요가 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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