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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나의 도시 (리커버 특별판)

[도서] 달콤한 나의 도시 (리커버 특별판)

정이현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5점

 

오랜만에 재미있게 읽은 소설이었다. 주인공에 감정이입도 잘 되고 보면서 웃기도 하고 흥분을 하기도 했다. 한국적 사회의 특성, 30대라는 나이, 결혼이라는 제도 안에서 고려되는 각종 계급적이고 자본주의적인 조건들을 우울하지만 담담하게 다뤘다. 보는 내내  깊이 공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치부를 들킨 듯 쓰리고 아팠다. 30대 여성이라면 누구나 이런 생각을 한번 쯤 해보지 않았을까?


  지극히 현실적인 듯 보이는 이 작품은 그러나 환타지다. 미국의 밝고 샤방한 칙릿이 한국으로 건너오면서 먹물을 좀 먹고 우울과 사색이라는 걸 바르면 이런 글이 나오지 않을까.


  만약 김영수가 문제가 없는 사람이어서 은수가 그대로 결혼을 했다면 그녀는 과연 행복했을까? 특별한 문제가 없으니 재인이처럼 이혼도 못하고 아마 또 그럭저럭 꾸역꾸역 살아야 했을지도 모르는 거다. 마지막에 떠밀리듯 창업을 하고 독립을 하는 그녀를 보고 있으니 보다보다 이렇게 답답한 애는 또 처음이다.


  그래도 32살이면 어른이고 사회생활을 8년이나 했는데도 불구하고 남한테 보호받고 보살핌을 받고 싶어한다니........ 친구가 이혼을 했는데도 결혼에 대한 환상을 버리지 못한다는 건 좀 심하지 않나?  평범한 여자라면 다들 한번 씩은 하는 생각이라지만 누군가에게 구원받고 싶다는 거 이거 신데렐라나 백설 공주 콤플렉스 아니야? 내놓고 말하기 쪽팔린 생각이다.


  나는 결혼에 대해서 상당히 회의적이다. 물론 둘이 같이 산다는 사실 자체에 거부감이 드는 건 아니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외로운 존재고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두 사람이 같이 산다는 사실은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하지만 현대의 결혼은 두 사람이 각자에게 서로의 짐을 떠넘기고 사회가 만들어준 짐을 하나씩 더 지고 사는 거 같다. 사회나 제도를 만들 때는 분명히 더 편하고 행복하게 살자고 만든 걸 텐데 이제는 주객이 전도되서 사람들은 사회나 제도의 눈치를 보면서 서로를 착취하면서 살고 있다.


  꼭 그럴 필요가 있을까? 구조나 사회가 개인의 행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과감히 내려놔야 하지 않을까? 물론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건 나도 안다. 사회에서 조장한 30대 여성의 위기감, 남들에게 소개시킬 때 쪽팔리지 않을 사람을 만나야 한다는 강박관념. 사회적 체면과 시선, 여러 가지 방식으로 무의식에까지 각인된 각종 고정관념을 벗어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겠지.


  그 때문에 여자가 남자를 변화시키려는 건 자신의 자존심 때문이라는 유준의 이야기는 참 가슴에 와닿았다. 자기 남자친구가 다른 사람의 남자친구보다 조건이 쳐진다고 느껴지면 열등감을 느껴서 남자를 볶는다는건 자신의 인생을 친구의 인생과 비교한다는 거다. 과연 행복이라는게 객관적으로 비교가 가능한가?


  물론 나도 처음부터 이런 생각을 한건 아니었다. 살다보니까 내가 맘대로 바꿀 수 있는 건 나 자신밖에 없더라. 바뀐 나 때문에 상대방이 바뀔지도 모르고 혹은 그 바뀐 나에 맞는 다른 사람이 나타날지는 그 다음 일이다. 옆에 있는 상대방의 존재가치는 허영의 충족이 아니다.


  누군가에게 위로를 받으며 서로의 짐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그 아픔을 공유하고 다시 걸어갈 힘을 얻는것으로 옆에 있는 사람의 존재가치는 충분하다. 결국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은 나이다. 그렇지 않으면 서로 불행해진다.


  그래서 책을 읽는 내내 마치 과거의 내 잘못들을 보고 있는 듯한 생각이 들어 한편으로는 씁쓸했다. 혹시 내가 또 이런 실수를 저지르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마저 들었다.


  사람은 결국 혼자라는 사실, 옆에 있는 누군가는 떠날 수도 있다는 걸 인정하는 건 아픈일이다. 때로는 나도 부정하고 싶다. 하지만 나를 위로 할 수 있는 건 나 자신뿐이고 내가 가장 사랑해야 할 대상도 나 자신이다.나머지 관계는 그 다음문제다. 부모든 남편이든 애인이던 자식이던 아무리 죽고 못 살 것처럼 굴어도 내가 아니면 결국 남일 뿐이라는 서늘한 진리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다.


  그러니 30살이고 40살이고 나를 사랑하면서 열심히 살자. 나이에 얽매여, 사람들의 시선에 얽매여 나를 버리지 말자. 언제나 하루는 24시간 똑같이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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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스블로그 예스블로그

    이번 주 이 주의 리뷰에 선정되셨습니다. 안내 쪽지 드렸으니 확인 부탁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07.11.20 13:54 댓글쓰기
  • 비나리

    그래요. 상투적인 말일지 모르겠지만 지금-여기의 삶을 열심히 사는 것 외에 답이 없을 듯 싶습니다.

    2010.08.20 10:13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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