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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한 은둔자

[도서] 명랑한 은둔자

캐럴라인 냅 저/김명남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https://blog.naver.com/mate3416/222315210437

< 책방 하고 싶은 면서기 >

 

  “혼자 하는 일을 하고 싶어.”

  “. 진짜.”

  나의 다크서클, 너의 푸석푸석. 칙칙한 때깔의 직원들이 종종 하는 대화다. 다 내 마음 같지 않고, 다 내 생각 같지 않아서 옹기종기 복작거리며 사는 게 참 만만치가 않다. 오해, 짜증, 울화, 가식, 모멸, 어쩌구 들을 굳이 불러내지 않아도 우리는 모두 꿈꿔본 적이 있다. 혼자 누릴 수 있는 시공간을, 혼자 차지할 수 있는 나를. 오롯이.

 

  그대도 그러했겠지만 나 역시도 서른 몇 해를 살며 이름, 생년월일, 성별, 취미, 특기 이런 것들을 지겹도록 써내야 했다. 나의 취미와 특기에 아무 상관 안 할 것을 알면서도 빈칸으로 낼 수는 없으니까, 어쨌든 시시한 걸 적어내고 싶진 않으니까 해마다 고민을 생략할 수가 없었다.(그래봤자 독서, 여행 뭐 그런.)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최고의 난이도는 성격칸이다. 성격? 달랑달랑 신발주머니 흔들고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에게 이런 걸 답하라는 것이다. 네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성질이나 품성을 쓰도록 해. 네가 일으키는 현상들의 본질을 말이야. 어떤 상황에 대한 너만의 독특한 심리 체계가 있지? 다른 사람이랑은 다른 너만의 행동양식 말이야. 그런 걸 써보도록 해.

  그래서 그대도 그러했겠지만 나 역시 이 사이에서 고민했다. 외향적 or 내성적. 어디부터가 외향이고 어디까지가 내성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쩐지 내성적보다는 외향적이 문제가 없는 것 같아 외향을 택한다. 그런데 또 내가 그렇게 외향적인 건 아니지 않나? 사람 많은 덴 좀 피곤한데.’하는 보루적 객관이 걸려 결국은 이렇게 적고 마는 것이다. ‘외향적인 편

 

  『명랑한 은둔자는 정말이지 마음에 쏙 드는 제목이다. 은둔자만으로도 매혹적인데, 명랑하시기까지! 표지 그림 Karen Offutt<Taking it all in>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시간을 즐길 수 있다.

  저자 캐럴라인 냅은 미국의 저널리스트 . 마흔둘의 나이로 삶을 마쳤으니 이제 우리는 그가 자신의 삶알코올 중독, 다이어트 강박, 섭식장애, 반려견 집착을 기록한 전작들을 읽는 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안타깝다. 좋은 글을 쓸 줄 아는 사람이었는데.

 

  냅의 마음은 불편의 연속이다. 저녁 약속이 반갑긴 한데, 시간이 되어가면 피하고만 싶다. 아픈 척 할까? 누군가와 밀착된 시간을 갖는 건 겁이 나지만 친밀감에서 오는 느낌존중받고 이해받는다는 느낌, 세상이 좀 더 편해진 느낌, 단단한 유대감, 놀랍도록 따뜻하고 자유로운 기분은 소중하다. 고독은 즐겁고 고립은 절망스럽다. 너무 잘 알겠다, 그 갈팡질팡.

 

  “나는 사랑받고 싶다. 한없이 한없이 한없이.”

  편파적인 은둔 예찬을 기대했건만 냅은 아니었다. 좋았다 싫었다, 이쪽이었다 저쪽이었다. 은둔을 고수하지 못하는 그에게 슬그머니 배신감을 느끼는 내 자신에게 놀랐다. ‘너야말로 그렇잖아! 똑같잖아!’

  캐럴라인 냅. 알지 못했던 사람이었건만 글을 읽어갈수록 마음이 조금씩 이상해졌다. 그의 고백에 기시감을 느끼고 안쓰러움이 솟고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무엇보다, 이른 그의 죽음이 너무나도 안타까웠다. 왜 이리 마음이 쓰일까.

  그렇다. 나는 우정을 느끼고 있었다. 잘못된 길로 저벅저벅 걸어갔던 여자, 정직하고 용감하게 자신을 직시했던 이 여자에게 친밀감을 느끼고 있었다. 갈팡질팡의 연속과 그 틈에서 지혜를 체득하는 냅의 해방을 진심으로 기뻐했다. 단 하루라도 바람과 볕이 좋은 날, 그녀와, 그녀의 개와, 내가 함께 산책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대화가 있어도, 없어도 좋을 것이다. 세상에 없는 이에게 이토록 아련한 마음이라니.

 

  앞으로 성격칸을 채울 일이 있다면 아주 길고 길게 써 볼 생각이다. 미안하지만 나는 딱 부러지게 외향적이거나 내성적인 사람이 아니고, 봄 성격과 여름 성격을 모두 가지고 있으며, 맘먹고 용기를 좀 내면 메소드 연기도 충분히 가능하니 그때 내 맘에 드는 대로 적으면 어때. ‘명랑한 은둔자인 편이라 써도 좋고.

 

  혼자 하는 일을 하고 싶으냐고? 물론이다. 앞뒤좌우 몇 겹을 둘러싸고 있는 타인들이 나는 어렵다. 하지만내가 뭐라고 나 같은 애에게 기꺼이 어깨를 내어주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손을 잡아주고 술주정을 받아주는 친구직원들 없이 나 혼자 뭔가를 할 수 있을까? 허접하지 않을까? 모르겠다. 수줍은 사회인, 음흉한 은둔자 정도로 그냥 살아야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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