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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리틀 포레스트

[도서] 나의 리틀 포레스트

박영규 저/윤의진 그림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집사님, 안녕하세요. 적어놓고 보니 교회 느낌이 물씬하네요. 하긴, 신앙 같은 충성이죠, 고양이를 알게 되기만 한다면.

  어쩜 그렇게 똘똘한 따님을 두셨어요? 아빠에게 스멀스멀 고양이를 흘려보내는 솜씨가 상당하던데요? 맥없이 당하시는 모습, 보기 좋았습니다.

  실은, 지금 저희 사무실에 아기 고양이가 일곱 마리나 있어요. 태어난 지 이십일도 안 된. 이제 막 눈들을 떴는데 얼마나 예쁜지 몰라요. 걸어보시겠다고 용을 쓰는 게 어찌나 귀여운지.

  작년 이맘때쯤 사무실 주차장에 자꾸 찾아오던 ‘눈송이’가 얼마나 애교스럽게 직원들을 구워삶았는지 말씀 안 드려도 짐작하실 거예요. 집사님 당하신 거랑 똑같죠 뭐. 덕분에 사무실 분위기가 확 달라졌어요. 업무 말고는 나눌 게 없던 직원들끼리 대화도 많아지고, 칙칙하기만 했던 얼굴에 웃음도 피고, 동물을 낯설어했던 직원들은(저요) 인간 아닌 생명의 온기를 알게 되었어요. 사람과 동물의 교감, 사람과 사람의 연결을 경험해버렸으니 이곳 스무 명의 인생은 이제 전과 같지 않죠.

  그런데 눈송이 이 녀석이 봄꽃 살랑거리던 어느 날 가출을 하더니 삼일 만에 돌아오지 않았겠어요? 그러더니 이렇게 예쁜 녀석들을 일곱 마리나. 아무튼, 그렇게 저희 면사무소엔 여덟 마리의 고양이가 있구요, 면장님은 아직 모르세요. 조마조마.

 

  저도 집사님과 같은 망설임이 있어요. 새끼들 젖 먹이느라 앙상한 몸으로 다시 임신할까 걱정도 되고 진드기가 아기들에게 전염될까 무섭기도 해 눈송이를 사무실 안에서만 지내게 하고 있어요. 지난 주말, 창문틀에 앉아 바깥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짠해 염려 많은 직원들도 없겠다 내보내줬습니다. 봄볕에 흔들리는 나뭇잎 올려다보고, 잡초에 코를 킁킁거리고, 새소리에 쫑긋 귀 세우는 녀석을 보고 있자니 우리가 눈송이의 생활반경을 제한하는 게 이상한 거 아닌가? 부자연스럽지 않나? 눈송이가 그걸 원할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러다 녀석을 눈에서 놓쳐 불안했는데 이십 분 뒤에 돌아왔습니다. 기특한 건지 딱한 건지.

  선을 넘지 않는 고양이, 공존의 룰을 깨지 않는 고양이에 대한 집사님의 생각에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는데 이제는 그런 시각조차도 인간이 인간의 기준으로 고양이를 규정하고 대상화하는 건 아닌가 싶습니다. 제 깜냥으로는 결론짓기 어려운 생각이 많네요.

 

  ‘ㅇㅇ’ 뿐이었던 따님과의 대화가 야옹이 덕에 인간과 사회의 영역으로 확장되어 대통령 후보에 대한 토론까지 이어졌다는 말씀 흐뭇했습니다. 하여간 고양이의 힘이란. 헌데 실례가 안 된다면 조금 더 힘을 내셔서 동물권과 공장식 가축사육, 기후재앙과 지구공동체까지도 가족들과 함께 고민해보시는 건 어떠세요? 채식 확산을 위한 사심 한 번 부려봤습니다.

  일곱 녀석 중 여섯이 입양 확정되었어요. 두 달쯤 지나 젖을 떼면 어미와 떨어져 인간과 지내야 해요. 차갑고 위험한 길바닥에서 온갖 사고와 의식주 걱정 없이, 다만 집 안에서만, 지낼 수 있게 된 것이 다행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꼬물거리는 녀석들을 보낼 생각을 하니까 벌써 슬픔이 한가득입니다.

  집사님 댁 야옹이의 만수무강을 소원하며 편지 줄입니다. 가족 모두 건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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