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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 팜

[도서] 베이비 팜

조앤 라모스 저/김희용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아테 씨에게

아테, 그곳은 어때요? 정말 온통 하얀가요? 아픔도 고통도 이별도 어리석음도 없이 초월하고 초연하고 정말 그렇게 행복하기만 해요? 아무래도 난 의심스러워요. 아무리 죽었다 해도 사람이 있는 곳인데 어떻게 그렇게 하얗게 완벽할 수 있겠어요. 난 아닐 것 같아요.

당신이 가장 궁금해 할 소식이겠지만 당신 아들 로이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는 모르겠어요. 엄마의 죽음을 인지하고 있는지조차요. 로이에게 당신은 부재하는 사람이었잖아요.

미안해요. 당신에겐 네 명의 아이가 있었고,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선 돈이 필요했고, 아픈 로이를 치료하려면 더 많은 돈이 필요해서 그 돈을 벌려고 일을 한 것뿐인데. 모두가 다 아이들을 위해서였는데. 하지만 아테, 나는 안타까웠어요 많이.

 

우리는 계속해 순서를 매겨야만 하죠. 중요한 순, 시급한 순. 그래서 우리는 계속 난감해야 하고요. 예쁘게 인쇄된 조직도처럼 가장 중요한 것이 맨 위, 그 다음 중요한 건 그 아래, 또 그 다음 중요한 건 다시 그 아래 쓰여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결정을 해야 할 때마다 그 위계표를 보고 따라만 하면 되게. 그럼 당신은 당신의 나라에서 존중받는 어머니의 죽음에 이를 수 있었을까요? 제인은 아말리아가 첫걸음 떼는 걸 볼 수 있었을까요? 골든 오크스의 직원들은 제인과 레인건을 84번과 82번으로 부르지 않았을까요? 나는요? 나는 그때마다 더 좋은 사람일 수 있었을까요?

당신의 권유와 자신의 선택으로 타인의 아이를 수태했던 제인의 말처럼 우린 생각만큼 자유롭지 않을지도 몰라요. 겨우 주어진 두어 가지의 선택지가 전혀 근사하지 않다면 우리가 그 중 무얼 가리킬 수 있겠어요.

하지만 아테, 나는 답을 듣고 싶어요. 우리에게 주어진 게 정말 그게 다일까요? 다른 걸 택할 수는 없는 걸까요? 그럼 우리의 손실은요? 형편없는 선택지도, 우리가 잃은 것들도, 이렇게 물어도 답을 구할 수 없는 것까지도 모두가 다 우리의 몫인 걸까요? 아직도 나는 사는 게 뭔지 잘 모르겠어요. 내가 바라는 건요, 내가 결국 택한 그 길이 내 소중한 이들에게 칼 긋는 행위인지 아닌지, 내 스스로를 벼랑 아래로 떠미는 건지 아닌지 그것만이라도 누가 신호를 주었으면 좋겠어요.

 

아테, 나는 잘 살고 싶어요. 아무에게도 상처주지 않으면서요. 그러고 싶은데 내가 똘똘한 선택으로 살고 있는 건지는 확신이 없어서 지난 주말엔 철학서를 읽었어요. 물론, 여전히 요원하죠. 어쩌면 영원히 그럴지도 모르고요. 당신은 거기, 하얗고 완벽한 세상에 있으니 나 대신 한 번 물어봐줄래요? 그런 지혜 대체 어디서 어떻게 구할 수 있는지.

당신의 아픈 아들 로이가 엄마를 그리워할 수 있을 만큼 호전되길 바라야 하는 건지, 엄마 없는 슬픔을 느끼지 않을 수 있도록 지금 그대로이길 바라야 하는 건지 모르겠어서 그냥 평온하기를 기도할게요. 고생 많았어요 아테. 푹 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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