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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들링 1

[도서] 엔들링 1

캐서린 애플게이트 글/서현정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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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부터 어른까지 읽을 수 있는 3부작 판타지 소설 '엔들링'을 읽었다. 인간의 탐욕으로 인해 생물종 일부가 멸종위기에 처해 위기의 상황에서 힘을 모아 난관을 헤쳐나가는 이야기이다. 멸종 위기종에 처한 동식물 뉴스에 관심이 있었는데, 미국 아동문학상인 뉴베리상을 수상한 어린이책 작가 캐서리 애플게이트가 썼다고 해서 꼭 읽고 싶었던 책이다.

 

 

엔들링(endling)

1. 하나의 종족 또는 경우에 따라서 그보다 규모가 작은 종족에서 마지막으로 살아남은 존재.

2. 하나의 종족이 멸종했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행사 이별식.

3. (비공색적) 불행이 예상되거나 무모한 원정에 나선 사람. -네다라 제국 공식 백과사전 세 번째 개정판

 

 

 

3부작으로 이루어져있다는데 국내 및 해외에 아직 2편까지밖에 출판이 안되었다. 엔들링 1 서평단 신청이 당첨되어 읽기 시작했는데, 우리집 어린이들과 정신없이 읽다가 정신차려보니 엔들링 2 책을 인터넷 서점에서 구매하고 있었다. 얼른 2편이 도착하길 기다리며 어린이들은 발을 동동 구를만큼 흡입력있고 재미있게 책장을 넘겼던 책이다.

  

이 소설에서는 네다라 제국이라는 가상의 공간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지구 상에는 여섯 개의 위대한 지배 종족이 있다. 인간, 데언, 펠리벳, 나티테, 테라만트, 랍티돈이다. 옛날에는 이 여섯 종족이 땅에서 큰 힘을 갖고 조화롭게 살았으나, 지금은 인간을 포함해 여섯 종족 모두 독재자 무르다노의 지배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멸종 위기에 처한 데언족 빅스이다. 데언은 개처럼 생겼지만 털이 실크처럼 보드럽고, 배에 주머니가 있으며, 무엇보다도 결정적으로 직립보행을 한다. 인간처럼 엄지손가락이 있어 손으로 물건을 잡고 쥐고 쓰는 것이 가능하다.

  

데언의 진가는 타인이 진실을 말하는지 거짓을 말하는지 구분하는 힘을 가졌다는 점이다. 이 특별한 능력은 또 한편으로는 부담스러운 축복이기도 하다. 거짓말인지 진실인지 구별할 줄 아는 능력을 갖고 있으면 다른 종족이 데언족을 속여 얕은 꾀를 내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무르다노는 예언자의 조언에 따라 데언족을 몰살하고자 하나 구사일생으로 데언족의 빅스는 살아남는다. 빅스는 인간 카라, 워빅 토블, 펠리벳 겜블러와 함께 혹시나 살아있을 수도 있는 또 다른 데언족을 찾아 전설에서 들었던 살아 움직이는 성을 찾아 떠난다.

  

기대를 갖고 읽기 시작했는데 기대만큼이나 흥미롭게 재미있었다. 일단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문체가 쉽고 간결하다. 소설의 화자는 데언족 무리에서 가장 막내이다. 막내 아가의 관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에 쉽게 읽힌다. (만화책을 주로 읽고 긴글은 잘 안읽는 우리집의 초등학교 1학년 어린이도 누나에게 엔들링 이야기를 듣더니 읽기 시작해서 2권까지 완독!) 초등학교 저학년과 중학년 어린이가 매우 재미있게 읽은 책이다. 읽다 보니 어린이들에게는 잘 안보이지만 읽는 어른들이 뜨끔해하며 성찰할만한 생각거리와 교훈이 있다. 몇 가지 책을 읽으며 느꼈던 질문거리를 남긴다.

 

  

1. 스스로 일어서야 하는 순간에서의 고뇌, 그리고 성장 

빅스는 무리에서 가장 막내이자 아가였다. 그런데 데언족 가족과 무리들이 모두 죽고 빅스는 홀로 남아 새 친구들을 사귀게 된다. 이 때 빅스가 스스로를 바라보는 관점이 재미있다. 자신은 아직 어리다고 생각하고 길잡이가 될 준비가 아직 안되었다고 생각하는 빅스.

 

나는 돌멩이 위의 글자들을 흘끗 봤다.

"이게 누구 건지는 잘 모르겠어. 우리 무리의 길잡이였던 믹스 아줌마 거였나 봐."

"이제는 네가 길잡이야. 빅스."

난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난 아니야. 아직은 아니야. 아마 앞으로도 아닐 거야. 난 절대 그런 일 못할 거야."

"나는 그렇게 생각 안 해."

토블이 말했다.

 

살다보면 빅스와 같은 생각이 드는 순간이 있다. 내 마음 속의 자아는 아직도 어리고 아직 나는 그렇게 성숙한 인간이 아닌데, 큰 일을 맡아 해결해야 할 때 느껴지는 당혹스러움. 

10대에는 20대가 무척 어른스러워보였고, 20대가 되니 30대, 40대는 내가 아직 모르는 진짜 어른의 세계에 경험치를 쌓은 '어른'이었다(경험이 쌓인 사람들이 그 경험치만큼 성숙하고 존경스러워 보였다는 뜻은 아니지만.).

어린 내가 까마득해보였던 그 선배들의 나이가 되었는데, 나는 아직도 방황하고 혼란스럽다. 어떤 문제가 주어지면 글쎄? 하고 고민하고 헛다리를 짚기도 한다. 

길잡이라는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되었을 때 빅스는 '아직 난 어려. 아직 아니야.'라고 말하지만 사실 인생에서 종종 나도 외치고 싶었던, 그러나 삶에 떠밀려 사회적 나이에 떠밀려 외칠 수 없었던 말이기도 하다. 삶의 풍랑에서 언제쯤 그래. 내 나이면 됐어. 이제 나는 이 일을 감당할만한거야. 라고 말할 수 있을까. 깨달아야 가능한걸까. 그러나 적어도 난 아직 안돼를 외치고 싶지만 그 고비를 한 번 넘기는 순간 나는 또 훅 자라있음을, 성장해있음을 느끼게 된다.

 

 2. 인간에 대한 통찰

소설 속 인간은 믿지 못할 종족이다.

독재자 무르다노는 파괴자이기도 하다. 인간의 탐욕을 위해 데언족은 몰살된다. 마지막 엔들링 빅스가 무르다노 앞에 서자 무르다노는 빅스가 참과 거짓을 가려낼 줄 아는 능력에 관심을 갖는다.

데언에게 관심있었던 이유는 데언 자체가 아니라 권력.

인간의 세계는 권력을 얻기 위해이다. 다른 종족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 되는 세계이다.

뼈아픈 성찰이다. 읽다보니 갑자기 동물원에 갇혀 우울증을 앓고 있는 동물들, 멸종 위기종들이 떠오른다.

 

 3. 데언족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

진실을 말한다는 것. 거짓을 말하지 않기 때문에 속고 속이는 인간을 대할 때 데언족이 그 진실을 가려줄 수 있기에 데언족은 귀한 대접을 받았다. 그러나 동시에 거짓을 말하지 않기 때문에 인간은 데언족이 가진 부담스러운 힘을 제거하고자 몰살시키려 했다.

 데언족 무리의 좌우명 '진실 안에 힘이 있다'는 사실상 작가가 우리에게 던져주고 싶은 말일 것이다.

  

4. 권력 과시

왕궁을 크게 짓는 이유가 소설 속에서 묘사된다.

인간의 권력이 무엇을 지향하는가? 궁극적으로 권력은 권력 그 자체를 지향한다. 권력 독점을 위해 권력가는 두려움을 전파시킨다. 권력에 도전하면 살아남기 힘들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서.

  

왕궁은 도시를 내려다보며 지배하는 것처럼 무시무시하게 보였다. 일부러 그런 느낌이 들도록 왕궁을 만든 것 같았다. 왕과 힘을 가진 이들이 저 위에, 머리 위에 있는 대저택과 왕궁에 살고 있다. 이곳을 지나가는 모든 이들이 자신의 운명은 저 위쪽에 있는 인간들이 쥐고 있다고 생각하게 만들려고 저렇게 높은 곳에 왕궁과 저택들을 만든 것 같았다.

나는 인간들에 대해 좀 더 알게 되었다. 아래쪽 도시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도 느낄 수 있었다. 여기 사는 사람들은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p365)

 

 

5. 인간이 아닌 종족에게서 배우는 교훈

1) 펠리벳(겜블러):

펠리벳에는 명예의 규칙이 있다. 자신의 약속을 준수하는 규칙이다. 우정도, 집단 생활도 익숙하지 않은 펠리벳이지만 겜블러는 감옥에서 자신을 구해주었다는 이유로 빅스에게 충성을 다짐한다. 그리고 자신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빅스 무리에 합류해 성심성의껏 무리를 위해 애쓴다.

  

2) 워빅(토블):

토블은 자신의 생명을 구해진 생명체에게 3번의 생명을 구해준다.  

 

네가 내 생명을 구해 주면 나는 네 생명을 세 번 구해 줘야 해.

왜 세번인데?

그게 규칙이나까.

그러니까 왜 그런 규칙이 생긴 건데?

우리 꼬리가 세 개라서 그래.

나는 얼굴을 찡그렸다.

그게 무슨 소리야.

규칙은 내가 만든 게 아니야. 그래도 어쨌든 지켜야 돼.

 

자그마한 -우리가 아닌 동물로 치면 아마 너구리나 원숭이 정도 크기인 것 같은 워빅이지만 생명을 구한 은인에게는 3배로 갚는다니.

빅스는 워빅 토블을 구했다. 그 이후로 토블은 빅스를 구하겠다며 따라 다닌다. 빅스의 눈에 토블은 한없이 작고 힘없어보인다. 심지어 잡아먹은 적도 있는 먹잇감에 불과하다. 그러나 토블은 끝까지 빅스를 따라다니며 자신의 약속을 지켜내기 위해 어떤 고생도 마다하지 않는다.

아이코. 사람이었다면 벌써 진즉에 도망가고 내뺐을 것이다. 왜 힘든 고난의 길을 자처하는가.

그러나 토블은 자기 무리의 규칙에 따라 은혜를 갚으려 한다. 그리고 그저 심플하고 겸손하게 말한다. 그건 그냥 규칙이니까. 어쨌든 지켜야 한다고.

 

 * * *

 어린이용 판타지 동화이지만 읽다보니 성찰할 것들이 있어 되려 좀 메모를 하면서 읽었다. 동물들의 눈에 비친 인간의 모습이 딱 독재자이자 파괴자인 인간 무르다노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 같다. (더했으면 더했지.) 

고속도로를 넓히고 땅을 개간하고 개발하며 동물들의 터전이 줄어들고, 동물을 포획해 우리에 넣어 인간의 유희로 삼고, 화학물질, 오염물질 배출로 동물들이 멸종되어 가는 이 시대에서 우리 모두가 독재자 무르다노 한 명 한 명의 모습과 닮아있지 않을까. 

 

전에 방문했던 순천만 습지의 풍경이 그립다. 시베리아에서 7천킬로미터를 날아와 순천만에 자리잡은 흑두루미 철새떼들. 철새를 위해 농경지에 볍씨를 뿌리고 논을 내어주며 불필요하게 사람이 접근하지 않도록 농가, 정부, 환경단체 등이 힘을 합하는 모습을 보며 겸허해졌었다. 흑두루미들의 월동을 돕기 위한 노력들은 소설 속에서 데언족 무리의 멸망을 막기 위한 카라의 모습과 닮아 있다는 생각 또한 든다.

  

그나저나. 3권은 언제 나오나. 우리집 어린이들이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한국에만 안나왔나 싶어 원서라도 사보려고 아마존을 기웃거렸더니 아마존에는 올해 3월 2일 발매 예정이라며 예약판매를 받고 있다. 영어교육에 원대한 꿈을 품고 엄마표 원서 읽히기에 도전해야하는지 고민이 되지만 아마도 쭉 한글번역본이 나오길 기다릴 예정.

엔들링1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서평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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