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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의 밤을 떠나지 않는다

[도서] 나는 나의 밤을 떠나지 않는다

아니 에르노 저/김선희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나는 나의 밤을 떠나지 않는다

아니 에르노 장편소설/ 김선희 옮김/열림원

 

아니 에르노는 삶을 쓰는 작가라는 말처럼 이 글은 작가의 삶을 이야기한다. 그 이야기에 나의 삶, 나의 어머니의 삶도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한다.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곁에서 지켜보면서 겪게되는 일, 그리고 생각들을 통해 치매라는 병의 고통, 어머니를 남겨두어야 한다는 죄책감 등 다양한 감정으로 마음을 무겁게 한다.

 

에르노어머니의 이야기는 우리 어머니와 별반 다르지 않다.

자식을 낳아 열심히 살아온 이야기, 어느새 나이 들어온 이야기우리 어머니의 이야기와 똑같았다. 어느새 얼굴에 주름 가득히 살아갈 날이 살아온 날보다 적게 남았음을 알게 한다.

 

 어머니는 나로 하여금 시간의 흐름을 느끼게 해준다. 어머니가 죽음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으면 나 역시 죽음으로 치닫는다. 어머니가 나를 죽음으로 내몰기도 하는 것이다. 104

 

언젠가 엄마와 이모가 나누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언니야, 거울을 보는데 거울 속에 돌아가신 엄마 얼굴이 있더라.”

너도 그래, 나도 그래. 주꿀꿀한 늙은 엄마 얼굴이 나더라구.”

엄마와 이모의 대화에 어느새 늙어버린 엄마의 얼굴을 다시금 보았다.

 

그런데 지금 내가 거울을 보니 그 속에 울 엄마의 얼굴이 있다.

어느 새 나또한 엄마가 살아왔던 시간을 따라가고 있었다.

 

에르노의 글에서도 우리의 삶이 이렇게 흐르는 것을 깨닫게 된다.

영원히 붙잡을 수 없는 젊음.

아니 언젠가 맞을 수밖에 없는 죽음.

나의 어머니에게도, 언젠가 나에게도 다가올 죽음을 생각하면 무섭고 두렵다.

나의 어머니의 죽음을 나는 어떻게 받아들을 수 있을까.

 

1985년 말, 나는 죄의식을 느끼면서 어머니의 생활에 관한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나는 글을 쓸 때 어머나가 어느새 세상에 생존해 있지 않게 될 시점에 이미 내가 와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글쓰기의 고통을 실감했다. 젊었을 때 나는 글쓰기는 세상을 향한 전진이라고 생각했지만 어머니를 문병하고 있는 현재의 글쓰기를 통해서는 어머니의 가혹한 피해 상태를 확인하게 될 뿐이었다. 168

  

나는 어머니가 타고 있는 휠체어의 제동장치를 확인하려고 몸을 구부리고 있었는데 어머니도 몸을 숙이더니 내 머리를 껴안았다. 어머니의 이 몸짓, 바로 이 사랑을 나는 한동안 망각한 채 지내왔다. 이 사랑의 몸짓을 잃고서도 어머니는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다. 어머니, 나의 어머니는. 144

 

에르노 어머니의 요양원의 생활 이야기는 마음 아프다.

죽는 날까지 온전한 정신으로 생을 마무리하면 얼마나 좋았을까? 나또한 우리 어머니에게 바라는 소망이고, 나의 미래에 바라는 소망이다. 하지만 어떤 죽음이 될진 모르지만, 그 삶 자체가 사랑의 순간이라는 것을 기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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