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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아이

[도서] 완벽한 아이

모드 쥘리앵 저/윤진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무엇으로도 가둘 수 없었던 소녀의 이야기, 실화, 회고록.

 

책을 펼치니 <식인귀의 첫 희생자였던 나의 어머니에게>라는 글귀가 눈에 띄었다. 무슨 의미일까. 궁금증이 일었다. 그리고 프롤로그를 읽고나니 이 책을 완독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고, 겁이 나기 시작했다. 이야기는 한 소녀의 안타까운 사연일지 모르겠지만 피해자는 작가인 모드 쥘리앵과 그의 어머니라고 생각했다. 아버지로부터 온갖 학대를 받는 딸을 그저 바라만 보고 있는 어머니가 처음엔 이해되지 않았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고, 딸을 보호하는 것을 포기하고 자신을 최소한으로 지켜내기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왜 아버지를 식인귀에 비유했는지 읽으면서 이해가 되었다. 50년대~60년대의 시대에는 가부장제도에서 여성들을 억압하고 아이들을 훈육한다는 면목으로 체벌을 했던 시대였지만 모드가 당했던 일들은 학대를 넘어서는 범죄에 해당하는 것 같다.

엄마가 되고 보니 이 책을 완독하는데 너무 힘들었다. 세상에 자신의 자식에게 이럴수 있다고? 흔히 뉴스에서 아이를 학대하여 죽음에 이르기까지 했던 부모들의 이야기도 믿기 힘든데 이 책의 내용도 현실 이야기라는 것이 놀랍기까지 하다.

 

[P.23]

아버지가 고함친다. “모드! 어서 나와!” 나는 아버지의 말에 따른다. 나는 아버지의 말을 어길 수 없다. 그렇게 린다를 철책 뒤에 남겨두고 나온다. 린다의 눈에는 당혹감과 슬픔이 가득하다. 아버지가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한다. “잘 봐둬라. 린다는 널 믿었다. 그리고 이게 그 결과지. 절대로, 그 누구도 믿어선 안 된다는 사실을 이제 알겠느냐.”

 

동물을 학대하는 아버지를 판단할 수 있는 모드가 아니다. 이상한 사상을 아이에게 주입시키는 것 또한 폭력이다.

 

[P.48]

데콩브 선생님은 감정을 표현하는 연주자를 용납하지 못한다. 어쩌다 내가 눈썹을 찌푸리거나 입술을 깨물면 곧바로 가방에서 거울을 꺼내든다. “여긴 서커스장이 아니고, 넌 얼굴을 찌푸려가며 사람들을 즐겁게 만드는 원숭이가 아니야. 넌 지금 작품을 해석하고 있고, 표현은 네 얼굴이 아니라 네 음악에 담겨야 해.”

데콩브 선생님이 용납하지 못하는 또다른 것은 바로 내 손의 상처들이다. 어느 날 크게 긁힌 상처를 본 선생님은 화를 낸다. 나는 고개를 숙인다. 아버지가 또 정원 공사를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차마 말하지 못한다.

 

아이의 학대를 알아차리고 도와주려고 했지만 처참히 무산되었고, 모드는 더 혹독한 선생님을 만나게 된다. 가정에서부터 음악 선생님으로 온 사람에게까지 모두가 가해자다.

 

[P.70]

침묵이라는 벌을 받던 모드.

 

내가 죽음의 유혹에 빠지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것은 그런 텅빈 침묵 앞에서 찾은 놀라운 위안, 동물들과의 대화 덕분이다. 고개를 숙인 채 숙제를 하거나 육체노동을 하면서, 나는 정원에서 쉼없이 이어지는 새들의 수다에 몰래 귀를 기울인다.

한밤중에 아버지의 호출로 따라가니 지하실로 내려간다. 설마설마 했지만 설마가 모드를 잡았다. 어두컴컴한 지하실에 혼자 가둬두고 부모가 나가버린다. 어린 모드가 극한의 공포를 느꼈을 것이고, 제정신을 잡고 있기 힘들었을텐데 부모는 전혀 개의치않는다. 정말 이럴수 있다고? 아이에게 훈육을 해야하지만 이것은 훈육이 아니다.

 

[P.128]

나는 결국 포기하고 자리에 눕는다. 나는 내 이를, 내 몸을 증오하고, 나의 전부를 증오한다.

 

여덟 살의 아이가 이빨이 흔들리는데 혼자 뽑으려고 했다가 이런 생각을 하다니. 겨우 여덟 살인데......

 

[P.219]

이브에게 배우기 시작한 지 삼 년째다. 지난 삼 년 동안 이브가 일주일에 몇 번씩 나를 학대하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돈이 필요할 때 이브는 제정신이 아니다. 문제는 그가 늘 돈이 필요하고, 늘 빚이 있고, 늘 집달리들에게 쫓기고 있다는 것이다. 어느 날 아버지가 우리집 삼층에 방을 하나 내어줄 테니 아내 미레유와 함께 와서 지내라고, 물론 무도회에 가서 연주하는 날은 빼고 나에게 여덞 시간씩 음악 수업을 해달라고 한다. 그렇게 이브가 몇 달 동안 우리집에 머물게 된다. 나에게는 악몽이다. 나는 음악을 거의 증오하게 된다.

 

이 세상에 나를 아무도 보호해주지 않는다는 현실이 얼마나 무서웠을까.

 

[P.221]

나는 열 살이 되고,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생각조차 할 수 없던 일들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원래는 밤중에 방 밖으로 나갈 수 없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일어나 나가서 집 안을 배회한다. 물론 즐거운 배회는 아니다. 나는 벽에 일부러 부딪친다. 내 몸을 멍들게 하면서 이 지긋지긋한 집도 나 때문에 멍들기를 바란다. 난 이 집을 증오하고, 집도 그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다.

자신을 사랑할 수 없고, 자해까지 하는 모드가 너무 가여운 시점이다.

 

[P.242]

내가 기계도 아닌데 어째서 뭐든 다 삼켜야 한단 말인가. 정말 진저리가 난다. 숨막히는 것을 참으며 억지로 먹고, 그런 뒤에 경멸 어린 아버지의 눈길을 받으며 토해내는 것도 진저리난다.

 

일 분안에 스테이크를 다 먹으라는 아버지의 말에 통째로 삼켰다 숨이 막혀 정신이 혼미해진다. 아버지가 호출을 할때면 늘 긴장을 해야했고, 서재에 불려가면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고 앉는 자세도 정확하게 앉아야 한다는 글들을 보면서 자식을 양육을 하는 것인지 화풀이(?) 인형을 키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 자신의 아이가 이렇게 고통을 받고 있는데 그저 불통이 자기에게 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아이의 행동과 말들에 가시를 곤두세우는 엄마. 엄마도 성인이 되어서 아버지를 만난 것이 아니라 어린 나이에 교육을 받게 하고 아내로 지내게 된 것, 그루밍을 당한 것이다. 가스라이팅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고, 스톡홀름 증후군이지 않을까.

 

[P.312]

나는 경이로울 만큼 행복하다. 내가 있는 곳은 수용소가 아니다. 나는 살아남기 위해서 연주하지 않는다. 나는 살아 있다. 사람들과 함께하기 위해, 다른 연주자들, 그리고 다른 인간들과 함께 흥에 젖기 위해 연주한다. 나는 내 부모의 집을 나왔다. 정말로 나왔다.

 

처음엔 원치않은 결혼이었지만 부모의 집에서 벗어났다는 것 하나 때문에 숨통이 트인 것이 아니었을까. 그렇게 세상 밖으로 나와 살았다. 유년기의 상처들에게 잠식 당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혹여 입 밖으로 내뱉었다가 돌이킬 수 없을까봐 두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오래 지나지 않아 그 두려움이 현실이 되었고, 건강에 이상이 생겼다고 한다. 18세까지 치과에 가본적이 없어 제대로 관리가 되어있지 않아 엉망이고, 아버지와 함께 술을 마셨던 탓에 간이 상해버렸고, 몸 여기저기 흉터가 많아 의사들이 놀랐다고 한다. 다시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심리치료를 받게 되었고, 부단히 노력하여 대학공부도 마치고 현재는 자신처럼 상처를 가진 자들을 위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자식은 또 다른 존재이다. 나의 유전자를 바탕으로 태어났지만 다른 사람이다. 그렇기에 부모의 지나친 관심이 간섭이 되고, 훈육이 학대가 되기도 한다. 부모의 마음은 다 똑같을 것이다. 세상에 나가 잘 살아가는 것을... 나의 소유물이 아니기에 함부로 대해서는 안되는 한명의 사람인 것이다. 아마도 아이가 태어나고 처음 시작은 아이만을 위했을 것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 자신의 욕망이 투영이 되면서 어긋나기 시작했다고 생각한다. 모드의 경우는 특이한 경우이지만 말이다. 모드의 어머니는 딸을 철저히 방임했다. 자신이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말하지도 모르겠지만 아이의 방임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보여주는 것 같다.

그리고 오랜 시간동안 정신적, 육체적 학대를 온전히 받으면서 자신을 잃지 않고 살아남은 작가에게 경이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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