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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늙어버린 여름

[도서] 내가 늙어버린 여름

이자벨 드 쿠르티브롱 저/양영란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늙음에 대한 깊고 명료한 접근

브라운 대학, 하버드 대학, MIT 교수 이자벨 드 쿠르티브롱의 에세이 국내 첫 출간.

 

늙음에 관한 시적이고 우아한 결코 타협적이지 않은 자기 성찰.

 

이 작품은 모두의 존경을 받는 한 여성 학자가 늙었다는 사실을 충격적으로 깨달은 여름에 대해 유머가 가미된 보기 드문 성실함으로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언제나 자유롭고 독립적인 여성이자 여행자, 페미니스트, 교사, 학자, 이중 문화 지식인으로 살아온 그녀가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과정을 맞닥뜨리고 그로 인해 야기된 몸과 정신의 변화에 맞선 이야기가 흥미롭다. - MIT News -

 

이 책은 저명한 학자이자 독립적인 여성이었던 한 사람이 나이가 들고, 그것을 깨닫는 순간 알 수 없는 감정들로 사로잡혔던 어느 여름날에 대한 글들이다. 나이가 들고 있음을 느끼고 있는 나에게는 이해가 되는 부분도 있고, 앞으로 다가올 미래가 그려지기도 했다. 어떤 이에게는 아주 먼 이야기일 수도 있고, 어떤 이에게는 같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일 것이다.

 

[P.52]

나는 때때로 각 세대 간의 단절이 이토록 견고하지 않았고, 인생 선배들이 이 정도로 무시당하지 않으면서 사회적으로 일정 역할을 담당하던 시절을 회상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 놀라곤 한다. 이런 종류의 생각을 한다는 사실 자체가 노화의 진영으로, 나아가서 고리타분한 꼰대들의 진영으로 성큼 들어서는 것임을 또렷하게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어떠한 일이든 먼저 경험을 한 사람에게는 불가항력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선배들을 보면서 꼰대가 절대 되지 않겠다고 다짐을 하지만 어느새 돌아보면 나도 그들과 다름없음을 느끼게 되니 말이다.

 

[P.61]

소위 업데이트라고 하는 것이 나에게는 불안감을 조성하는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었다. 업데이트는 끊임없이, 시도 때도 없이 닥쳤고, 그럴 때마다 나는 새로 닥친 것을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었으며, 그러니 그것들이 내 안에서 제대로 자리를 잡기도 어려웠다. 게다가 뭔가 잘못 이해하기라도 하면, 모든 체제가 다 헝클어질 우려도 적지 않았다. 정말이지 컴퓨터는 고역 중의 고역이었는데, 아마도 마흔 살 미만의 젊은 층이라면 이렇게 말하는 내 심정을 도저히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젊었을때는 새로운 일이 일어나도 금방 이해하고 능력 업그레이드가 가능했는데 점점 나이가 들어갈수록 그때만큼 할 수 없다는 것이 슬픈 일이다. 아마도 사회적으로 안정적인 위치에 있기 때문에 더 이상 나의 능력을 어필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나도 작가의 나이가 되면 슬플 것 같다.

[P.75]

늙는다는 건 결국 이런 걸까? 다른 사람들, 그러니까 남자들이나 젊은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존재, 투명인간이 되었음을 인정해야 할 뿐 아니라 더 나아가 스스로를 숨김으로써, 자신의 몸과 주름을 감춤으로써, 이 보이지 않음이라는 특성을 한층 더 완벽하게 만드는 것이 늙음인 걸까? 오로지 서른 살쯤 덜 먹은 사람들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상품을 찾기 위해 백화점에서 너무도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하는 것이 늙음인 걸까? 언제까지 여성성을 드러내는 외모를 유지하기 위해 편안함을 거부해야 하며, 완전히 임의적인,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내놓고 유해하기까지 한 사회 통념이 원하는, 예뻐지기 위한 고통을 참아야 한단 말인가?

나는 갑작스럽게, 그 여름에 늙음을 보았다. 제일 먼저 나 자신의 늙음을. 그리고 주변 곳곳에 널려 있는 다른 사람들의 늙음을. 나는 남녀 배우들, 영예가 절정에 달했던 몇 년 동안 아름다움으로 찬란하게 빛나던 그 배우들이, 오늘날 거의 희화적이다시피 변한 모습으로 계속해서 과거의 영광에 매달리고, 여전히 대중 앞에 서고자 안간힘을 쓰는 모습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어느 날 갑자기 백발 노인이 되었다고 가정을 하면, 충격적일 것이다. 또한 내가 늙었다는 것을 생각하지 않고 살다 순간적으로 내가 늙었다는 것을 알고, 인정해야 한다면 혼란스러울 것 같다. 그렇기에 항상 지금의 내 상태를 잘 파악해야 한다.

늙으면 마음이 한없이 넓고 넓은 바다와 같아지고, 여유가 생긴다고 하는데 작가는 그러질 못했다. 그동안 나름 잘 살아왔고,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어느 순간 내 몸이 의지와 상관 없어지는 순간 당황하기 시작할 것이다. 나는 마흔이지만 벌써부터 대중교통을 이용할때면 빈자리가 없나 살펴본다. 이것 또한 늙어가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이 변화들을 어떻게 잘 받아들이고 늙어갈 것인지 정해야 한다. 그래야만 한다. 우리는 시간이 지나갈수록 늙어가고 죽음과 가까워지고 있으니깐 말이다.

이 책은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해 미리 들여다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미리 안다고 잘 대비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벌벌 떨지는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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