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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100세 노인

[도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100세 노인

에디 제이쿠 저/홍현숙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소설 속 주인공보다 훨씬 더 소설 같은 삶을 살았던 그의 이름은 에디 제이쿠. 1920년생인 그는 독일에서 태어난 유대인, 바로 아우슈비츠에서 살아남은 생존자 중 한 사람이다. 그는 19살이던 1938년부터 1945년까지 약 7년 동안 독일, 벨기에, 네덜란드, 프랑스 그리고 폴란드에 있는 여러 수용소를 전전하면서 수십 번 죽을 고비를 넘긴 인물이다. 천신만고 끝에 탈출해서 가족들과 상봉하고 짧은 시간 동안 숨어 살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이웃의 밀고로 다시 체포되어 악명 높은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약 13개월정도의 시간동안 인간 이하의 생지옥을 경험하게 된다.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이 책,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100세 노인(원제: The Happiest Man on Earth)은 불운했지만 스스로 운이 좋았다고 말하는 그의 인생을 집약해놓은 회고록으로 3분의 1가량이 아우슈비츠 체험담으로 채워져 있다. 부모를 가스실에서 잃고, 수용소 안에서 나치 간수가 되어 있는 대학 동기를 만나고, 목숨을 건 탈출을 시도한 후 민가에서 도움을 청하다 오히려 다리에 총을 맞고, 친구와 동료가 날마다 죽어나가고, 부모를 학살한 자들을 위해서 중노동을 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박탈당하면서 날마다 모멸감을 느꼈던 하루하루가 이 책 안에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한국에서 102세의 철학자 김형석 교수님의 인생에 대해서 관심을 많이 받기도 했다. 이 책의 추천서를 쓰셨는데 일제강점기의 시절을 겪었고, 한국전쟁과 한국의 근현대사의 산증인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에디 제이쿠의 이야기가 더 공감이 되었다고 한다.

나는 이 책을 우연히 인스타에서 어떤 이가 올린 책 사진을 보게 된 후 읽게 되었는데 첫장을 넘기자 마자 단숨에 마지막까지 읽게 되었다. 사는 동안 온갖 고난과 시련을 겪은 사람이었는데 책 표지의 사진에는 전혀 그런 일들을 겪은 사람이라는 것이 느껴지지 않는다. 아픔을 철저히 숨겼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그가 남긴 말들이 가슴을 울린다.

현재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상황을 보니 그들에게도 작가의 희망적인 메시지가 전달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기기도 했다.

이 책은 한 사람의 삶에 대한 회고록이지만 가장 밑바닥, 지하 100층 속에서 살다 삶을 저버리지 않고 작은 희망을 품고 살아낸 기적같은 이야기이다.

 

[P.45-46]

이 독일인 친구들엑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선량하던 사람들이 어떻게 살인자가 된 걸까? 어떻게 친구였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원수가 되어 이토록 무서운 증오를 분출한단 말인가? 그토록 자랑스러웠던 나라, 내가 태어난 나라, 조상들이 살던 나라 독일은 대체 어디로 갔단 말인가? 친구이자 이웃이자 동료였던 사람들이 한순간에 우리를 불구대천의 원수로 대하다니, 나는 도무지 믿어지지 않았다. 우리의 고통을 한껏 즐기던 그들을 생각하면, 이렇게 묻고 싶어진다.

대체 영혼이 있나요? 마음이라는 게 있긴 한가요?”

그것은 말 그대로 광기였다. 그렇지 않다면 문명사회에 사는 이들이 옳고 그름에 대한 분별력을 그렇게까지 철저하게 내던졌을 리 없다. 독일인들은 끔찍한 잔혹 행위를 저질렀다. 하지만 더 나쁜 것은 그것을 즐겼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믿었다. 게다가 이 모든 분노와 폭력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도 광기에 휩싸인 사람들을 제지하려는 어떤 시도도 하지 않았다.

그들은 두려웠다. 그리고 나약했다. 나약했기 때문에 쉽사리 증오심에 휩싸였던 것이다.

 

나와 같은 사람이고, 이웃, 친구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한순간에 붉은 눈으로 변하면서 나를 공격한다고 한다면 공포영화 괴물 중 하나인 좀비가 떠오른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인간의 내면에는 공격성이 숨어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것이 발현되지 않고 있다가 공격 버튼이 켜지는 순간 인간성이 숨어버리고 공격성만 남는 것이 아니었다 싶기도 하다. 사람은 두려우면 두려울수록 나와 가족을 지키기 위해 공격적으로 변하는 것일테지만 이토록 광기만으로 휩싸이게 되는 것은 믿기 힘들 정도이다.

 

[P.113]

아우슈비츠는 죽음의 수용소였다.

매일 밤 맨 바깥쪽에서 너무 오래 자다 목숨을 잃는 사람이 열 명에서 스무 명도 정도 되었다. 매일 밤 우리는 단지 살기 위해 옆 사람의 품안에서 잠들어야 했으며, 잠에서 깨어나면 누군가 초점 없는 눈으로 우리를 응시하며 딱딱하게 굳은 채 얼어 죽어 있는 것을 발견하곤 했다.

 

제대로 된 난방기구도 없었고, 추위를 견딜 수 있는 제대로 된 옷가지도 없었다고 한다.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든 살기 위해서는 옆사람과 살을 맞대고 체온만으로 견뎌내야 하는 상황이 상상이 되었다. 나같으면 온전한 정신으로는 버틸 수 없었을 것 같다. 그렇지만 작가는 이를 악물고 버티며 살아냈다.

 

 

[P.121]

지금까지 살면서 알게 된 가장 중요한 깨달음은 바로 이것이다. 그것은 바로 누군가의 사랑을 받는 것이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최고의 가치라는 것이다.

특히, 이 책을 읽고 있는 젊은 친구들에게 나는 몇 번이라도 강조해서 이야기하고 싶다. 우정이 없으면, 인간은 길을 잃고 방황한다. 친구는 우리가 살아 있다는 걸 일깨워주는 너무나 소중한 존재다.

아우슈비츠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공포가 난무하던 생지옥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친구 덕분에 살아남았다. 순간순간 그리고 하루하루, 쿠르트를 다시 볼 수 있다는 희망으로 버텼다. 좋은 친구가 단 한 사람이라도 옆에 있으면 이 세상은 전혀 새로운 의미를 갖는다. 좋은 친구 한 명이 있다는 것은 온 세상을 얻은 것과 같다.

 

사람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는 존재라는 것을 뼈져리게 느끼게 하는 구절이다. 지옥에서도 좋은 친구 한 명 때문에 삶의 끈을 계속 이어갔다는 것이다.

 

[P.186]

우리가 힘을 낸다면,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은다면, 우리의 몸이 기적을 행할 수도 있다는 걸, 나는 잘 안다. 내일은 온다. 하지만 마음이 죽는다면, 내일이 와도 우리는 이미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 그렇지만 목숨이 붙어 있는 한 희망은 있다. 희망에 기회를 한번 줘보는 게 어떨까? 돈 한 푼 들지 않으니 말이다!

친구여, 나는 이렇게 해서 살아났다.

  작가는 정말 희망을 이야기하는 사람이구나! 라는 것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P.216]

고통에서 벗어나면서 내가 얻은 교훈은 이것이다. 바로 행복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 행복은 우리 손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행복은 우리 내면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에게서 온다. 그리고 건강하고 행복하다면, 내가 바로 백만장자와 같다.

행복은 나눌 때마다 두 배가 되는, 이 세상에서 유일한 것이다. 아내는 내 행복을 두 배로 만들어주었다. 쿠르트와의 우정도 내 행복을 두 배로 만들어주었다. 나와 새롭게 친구가 된 당신은 어떤가? 당신의 행복도 나처럼 두 배가 되길 바란다.

매년 420일이 되면 아내와 나는 결혼한 날을 기념한다. 그날은 히틀러의 생일이기도 하다. 우리는 아직 여기 살아있고, 히틀러는 저기 땅속에 있다. 저녁 시간에 텔레비전 앞에 앉아 과자를 곁들여 차 한잔을 할 때면, 내가 정말로 운이 좋다는 생각이 든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최고의 복수이자 내가 하고 싶은 유일한 복수다. 그것은 바로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지옥같은 경험을 했지만 지금의 내가 행복하지 않으면 끔직한 일을 행한 범죄자에게 지는 꼴이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작가는 누구보다 행복해지자고 결심을 했던 것일테다. 마음을 단단하게 만드는 과정도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이 책의 대부분의 내용은 지금의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끔찍했던 순간들이 기록이 되어있다. 하지만 매순간마다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수 있을까? 고민했고, 결국엔 살아 남았다. 살고보니 세상의 편견 속에서 버티기 힘들어 고향이라고 생각했던 곳을 떠나서 살아갔다. 가족들이 모두 죽어서 사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절망속에서 친구을 만났고, 죽었다고 생각했던 가족 중 여동생을 만나 행복했다고 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가족이 생겼지만 자신이 겪었던 일들을 아내는 겪지 않았기에 온전히 이해를 하지 못했지만 언제나 힘이 되어주었기에 자식을 낳아 행복한 삶을 살았다고 한다. 작가는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파했고, 202110월에 별이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생각이 났다. 친할아버지는 1920년생이셨고, 일제강점기를 거쳐 한국전쟁을 겪으셨다. 어릴 때는 왜 자꾸 그 시절 이야기를 하시나하며 듣기 싫어했었는데 성인이 되고 나서 돌이켜보니 누군가에게는 이야기를 털어놓고 싶으셨던 것 같다. 할아버지는 강제 노역이나 징집이 되지는 않았지만 숨소리를 크게 내지 않고 살아내셨다고 했다.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았기에 어떻게든 끌려가지 않으려고 숨어서 지냈다고 했던 이야기가 떠오르게 하는 책이기도 했다.

이 책은 수용소에서의 경험담을 이야기한다기보다 어떠한 순간에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기에 생존할 수 있었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었다. 힘든 일을 겪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이야기하는 책이다. 희망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 요즘 이 책을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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