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칵테일, 러브, 좀비

[도서] 칵테일, 러브, 좀비

조예은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그때, 목에 뭔가 걸리는 느낌이 났다. / p.10

 

이 책은 조예은 작가님의 단편 소설집이다. 심너울 작가님의 <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와 배예람 작가님의 <좀비즈 어웨이>, 범유진 작가님의 <아홉수 가위>, 하승민 작가님의 <당신의 신은 얼마>에 이어 다섯 번째 안전가옥 쇼트 시리즈이다. 지금까지 읽었던 시리즈가 대부분 만족스러웠지만 이 소설집이 가장 기대가 되었던 작품이었다. 예전에 읽었던 장편 <스노볼 드라이브>를 인상 깊게 읽었고, 주위에서 추천해 주었던 쇼트 시리즈였기 때문이다. 그동안 구입하고 읽지는 못했는데 시간이 되어서 읽게 되었다. 

 

이 소설집도 마찬 가지로 네 편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첫 소설인 <초대>는 생선 뼈가 목에 걸린 한 여자에 대한 이야기이다. 주인공인 채원은 어렸을 적 친척 어른들의 강요로 회 한 점을 먹은 이후 생선 뼈가 목에 걸린 느낌을 받는다. 병원에서는 뼈가 없다고 하는데 이상하게 어느 순간마다 뼈는 목을 찔러 불편하게 만든다. 시간이 흘러 채원은 정현이라는 남자 친구가 생겼는데 그는 무례하기 짝이 없다. 더 나아가 흔히 말하는 쓰레기 인물이었다. 정현과 트러블이 생겼고, 조사를 통해 알게 된 한 여자의 이름을 운영하는 강좌 명단에서 발견한다.

 

처음에는 생선 뼈가 의미하는 바가 주인공에게 힘든 일을 할 때마다 찌르는 존재로 생각했다. 육체적 피로부터 시작해 정신적으로 힘들게 만들 때마다 오는 반응이지 않을까. 그러나 생각과 다른 존재로 다가왔으며, 회적 문제인 데이트 폭력을 생선 뼈와 연관 지어 수면 위로 올렸다는 게 흥미로웠다. 초점 자체는 성인이 된 채원이의 이야기에 맞춰져 있지만 그것을 떠나 싫어하는 것을 강요하는 어른들의 안일함도 어떻게 보면 아동에게 학대이자 큰 트라우마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 소설인 <습지의 사랑>은 습지에 있는 물과 숲의 사랑을 다룬 이야기이다. 물은 어느 날부터 드러나는 한 형체를 보고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용기가 없는 물은 몰래 숨어서 바라만 보게 되었다. 숲은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물에게 왜 숨어서 보는지 이유를 묻는다. 그렇게 같이 그들만의 이름을 붙여 부르기도 하고, 순수한 사랑을 나눈다. 

 

물과 숲이 사랑에 빠지는 것은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어떤 방식으로 이를 풀어나가는지, 그리고 독자에게 이해시킬 것인지 의문을 가지고 보게 된 내용이었는데 사실 처음에는 쉽게 상상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물과 숲의 특성을 무엇보다 잘 표현되어서 풋풋한 사랑 이야기를 머릿속으로 그릴 수 있었다. 물을 튕기거나 나뭇가지를 던지는 등의 그들만의 관심 표현을 말이다. 여기에서 끝나면 순수한 사랑 이야기로 남겠지만 무분별하게 재개발을 하는 인간의 욕망과 폭력이 드러나서 마냥 가볍게 받아들일 이야기는 아니었다.

 

세 번째 소설은 표제작인 <칵테일, 러브, 좀비>이다.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된 아버지와 그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이다. 평범하게 보내던 일요일 주연의 아버지는 이상한 행동을 보인다. 처음에는 이를 믿지 않았지만 뉴스에서 나오는 좀비 바이러스에 대한 이야기를 보고 확신하게 되었다. 1차 감염자는 국가 차원에서 모두 사살. 아버지는 뉴스에 나오는 것처럼 폭력성의 띄지는 않았다. 정부에 신고하느냐 여부를 두고 어머니와 주연이는 고민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와닿았던 작품이었다. 주연의 입장에 서서 공감이 되었던 것인데 소설에 등장하는 아버지는 좋은 사람이 아니다. 돈만 벌어다 주는 가부장적인 아버지 그 자체였다. 심지어 술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어떻게 보면 알코올 중독자로 보일 정도이다. 물론, 이러한 원인 때문에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이 되었지만 말이다. 와닿았던 점은 누가 봐도 미움을 가지고 있는 아버지에 대한 주연이의 애정이었다. 분명 부정적인 감정만 남았다면 더 생각할 것도 없이 정부에서 처리할 수 있게 아버지를 넘겼을 것이다. 그러나 주연은 망설인다. 그게 온전한 마음이 아니기는 하지만 소설을 읽는 내내 애증이 느껴졌다. 그런 면에서 보았을 때 가부장적인 아버지를 둔 딸들이라면 주연에게 감정이입이 되지 않을까.

 

마지막 네 번째 작품인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은 한 남자와 여자의 운명에 관한 이야기이다. 세호는 폭력적인 아버지 밑에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던 인물이다. 세호가 집을 비운 어느 날, 어머니가 아버지로부터 살해당한다. 그동안 어머니와 함께 아버지를 벗어나려고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기에 죄책감에 시달린다. 세호에게 알 수 없는 목소리로 세호에게 세 번의 기회를 준다고 한다. 과거로 돌릴 수 있는 기회를 말이다. 그리고 한 여자가 등장한다. 그녀는 대학교 시절 알 수 없는 스토커로부터 시달렸다. 스토커에게 쫓기던 중에 한 남자의 도움을 받게 되고 연인으로 발전한다. 그 여자에게도 알 수 없는 기회가 주어진다.

 

가장 강렬했던 작품이었다. 처음에는 세호의 시점과 알 수 없는 여자의 시점으로 바뀌는 부분에서 이게 무엇을 말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혼란스러움을 알고 읽다가 결말을 보고 크게 충격을 받았다. 물론,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였다면 이미 눈치를 챘을 수도 있겠지만 세호의 시선에 따라가다 읽다 보니 그의 고군분투만 느꼈다. 결말이 뭔가 씁쓸하면서도 편안했던, 뭔가 묘한 감정이 소용돌이 쳤던 소설이었다.

 

이번 시리즈도 성공이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읽은 시리즈와 다른 느낌을 받았다. 그동안 받았던 공감보다는 현대 사회의 문제와 이야깃거리를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지금까지 읽은 안전가옥 쇼트 시리즈 중에서는 가장 어두우면서도 우울한 주제인 것 같다. 어떻게 보면 가볍다고 느낄 수 있는 소설에 묵직한 건더기가 남았던 작품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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