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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프 미 시스터

[도서] 헬프 미 시스터

이서수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딱 한 발만 내디뎌보자고. / p.23

 

요즈음 유행어 중에 '되는 놈은 된다.'라는 뜻의 줄임말이 있다. 예전부터 있는 속담이 있기는 했지만 줄임말을 듣게 된 뒤로부터는 상황이 생각하던 대로 풀리지 않으면 항상 입버릇처럼 하게 된다. 결국 나는 되지 않은 놈이라는 생각으로 말이다. 개인의 노력 부족으로 벌어진 일이라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기에 스스로를 더욱 다그치겠지만 상황이 주는 일이라면 그렇게라도 해야 정신 승리가 될 것만 같다.

 

이 책은 이서수 작가님의 장편 소설이다. 작가님의 단편 소설인 미조의 시대를 참 인상 깊게 봤었다. 아무래도 비슷한 연배의 화자 이야기이다 보니 공감이 되었던 것도 있고, 가장 현실을 잘 표현한 소설이어서 꽤 시간이 지난 듯하지만 아직까지도 선명하다. 그러다 즐겨 보는 유튜버 영상을 통해 이 책을 알게 되었다. 아무래도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었기에 기대감이 컸다.

 

주인공인 수경과 가족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수경의 집안으로 본다면 누군가는 한심하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보는 내내 안 될 집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경의 조카 두 명과 수경의 부모님, 그리고 수경의 남편까지 이렇게 여섯 명이 사는 집에 수입을 내는 사람이 없다. 전업투자자인 수경의 남편이 있기는 하지만 투자 자체가 생업이다 보니 결론적으로는 마이너스라고 해도 될 듯하다. 그동안 수경의 수입에 기대어 살아왔지만 직장 내 불미스러운 일로 트라우마를 겪고 퇴사하게 되었다. 백수 여섯 식구의 하루하루가 지나다보니 이대로 있을 수 없다는 생각으로 가족들에게 선전포고를 한다. 그렇게 수경은 자차를 활용해 택배 배달을, 수경의 아버지는 도보로 할 수 있는 배달을 시작한다. 

 

누구보다 고군분투하는 가족들의 모습을 보면서 안타깝기도 하고, 상황 자체가 답답하기도 했다. 수경의 개인적인 이야기만 들여다 보면 자발적인 무책임 퇴사가 아닌 직장 내에서 성희롱을 당해서 퇴사를 한 케이스다. 소설에는 직접적으로 등장하지는 않지만 아마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하는 입장이기에 이러한 선택 또한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수경의 마음과 트라우마 또한 너무나 현실적인 이야기이므로 충분히 공감이 되었다. 그래서 한심함이라는 부정적인 감정보다는 답답함이 먼저 들었던 것 같다.

 

그와 반대로 남편의 모습은 참 뭐라고 말할 수 없는 감정을 느꼈다. 사실 투자라는 것 자체가 안정적인 수입을 기대하기 어렵다 보니 부업으로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하다못해 투자를 전업으로 하게 된다면 그만큼의 지식과 확신이 필요할 텐데 남편에게서 그런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다른 가족 구성원을 본다면 투자라는 이상을 쫓을 것이 아니라 생업에 뛰어들어 조금이나마 가계에 보탬이 되는 것이 맞지 않을까. 개인적으로는 아쉬웠다.

 

소설이 유독 현실적으로 보였다. 아무래도 지금 시대에서 자주 회자되고 있는 플랫폼 노동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초반에 등장한 수경과 가족들의 택배과 배달 업무만 보더라도 현실과 맞닿아 있다. 거기에 헬프 미 시스터라는 플랫폼에서 심부름이나 의뢰인의 부탁을 들어주는 아르바이트로 넘어가는 것도 당근마켓이나 번개장터 등에서 흔히 등장하는 일화이기도 하다. 그 외에도 키오스크에 미숙한 노인의 정보 소외 문제, 디지털 성매매 등 다양한 소재들이어서 쉽게 몰입할 수 있었다.

 

사실 소재 자체에는 친숙함을 느꼈지만 자세한 내막을 몰랐기에 택배 배달 시 주민들과의 마찰 또는 갑질, 플랫폼 노동의 불안정성 등 차마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깊게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비슷한 예로 전자제품의 수리 기사 등의 직종들이 근로자가 아닌 사업자의 형태로 노동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플랫폼 노동자 역시도 최소한의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에 대한 경각심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는 무거웠지만 가족과 주변의 연대로 조금씩 나아가는 수경의 모습을 보면서 희망을 보기도 했다. 특히, 수경의 사촌 동생의 경우에는 누구보다 수경의 불미스러운 일을 적극적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들이 그려지는데 아마 수경이었다면 든든한 내 편이라는 생각에 큰 위로를 받지 않았을까. 개인적으로는 가장 애착이 갔던 인물이었다.

 

현실 사회에 대한 답답함을 느꼈지만 그 일상을 살아가는 수경의 나날들 속에서 연대하고자 했던 많은 이웃들을 보면서 한 조각의 윤슬을 찾아냈다. 마치 박상영 작가님의 추천사처럼 말이다. 무거운 마음 안에 긍정적인 희망과 부정적인 현실이 공존했던 소설이었다. 그래서 더욱 묵직하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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