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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미스터리한 일상

[도서]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

와카타케 나나미 저/권영주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는데. / p.127

 

지금까지 살면서 미스터리를 겪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과거에 겪은 일을 깊이 생각하는 탓이 아니어서 그냥 넘기다 보니 인식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래도 가장 미스터리한 무언가를 뽑는다고 하면 내 존재 자체이지 않을까. 존재 자체가 미스터리라는 생각을 가지게 될 때가 있는데 살아가면서 겪는 일 자체가 신기하기 때문이다. 하나하나 당연하면서도 평범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아마 다른 사람이라면 같은 상황에서도 다른 선택을 하지 않을까.

 

이 책은 와카타케 나나미의 단편 추리 소설이다. 올해 초에 나왔던 3부작 시리즈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추리 소설로는 유명하신 작가님이라는 사실을 그때 처음으로 알게 되는데 그동안 기회가 닿지 않아 올해 안에는 읽겠다고 벼르던 참이었다. 그러다 초기작이었던 소설이 한국에서 발간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무래도 예전부터 꼭 읽고 싶었던 작가님의 소설이었기에 놓칠 수 없었다.

 

소설 전체를 이끌어가는 와카타케 나나미는 건설 컨설턴트 회사 편집부 직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사내 신문을 매월 발간하게 되면서 소설을 한 꼭지 실어야 한다는 상부의 지시에 따라 작가인 한 선배에게 이를 부탁한다. 선배는 힘들 것 같다고 거절하면서도 잘 아는 지인이 하나 있으니 연결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연결된 작가에게는 조건이 있었다. 익명으로 게시한다는 것. 고료는 와카타케 나나미가 보관할 것이며, 소설 또한 선배를 통해 전달이 된다는 것. 조금 당황스러울 법도 하지만 와카타케 나나미는 이를 수락했다. 그렇게 4월부터 시작해 매달 익명 작가의 소설 한 편씩 사내 신문에 들어가게 되고, 책에서는 총 열두 편의 소설이 나온다.

 

4월에 기재된 한 주인공의 벚꽃을 싫어하는 이유부터 3월에 기재된 제비꽃점으로 인한 이별 등 각 주인공들에게 소소하고도 평범한 일상이지만 조금은 이상하다고 느낄 수 있는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개인적으로는 10월의 래빗 댄스 인 오텀, 12월의 소심한 크리스마스 케이크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래빗 댄스 인 오텀>은 한 아이의 이름에 대한 이야기이다. 소설속 화자는 건강상의 이유로 긴 휴식을 가지게 되었고 마루야마 선배의 추천으로 한 회사에 아르바이트로 근무하게 된다. 그러던 중 같은 회사 편집장의 책상을 청소하다 낡은 달력 하나를 버린다. 치운 이후 미루야마 선배가 찾아와 달력의 소재를 물었다. 버렸다고 대답하자 거래처의 홍보부장과의 내기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화자의 추리 능력이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이었다. 한두 가지의 단서를 가지고 바로 유추한 화자와 달력으로 편법을 쓰려고 했던 마루야마 선배의 행동 자체에 큰 대비가 느껴졌다. 아마 나였다면 그냥 그러려니 하고 포기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심한 크리스마스 케이크>는 아라이라는 한 소녀와 다케시라는 한 소년의 이야기이다. 아라이가 어린 시절에 살고 있던 동네에는 주위에 이웃집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중학생이 된 이후부터 하나둘 집이 생기기 시작하더니 다케시 가족이 이사를 오게 된다. 다케시는 생물교사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조금은 특이한 행동을 많이 했었는데 요리에도 소절이 있었다. 크리스마스에 아라이의 언니를 통해 다케시는 만든 케이크를 아라이에게 전달했다. 그러나 아라이는 별로 먹고 싶지 않았고 이는 임산부였던 언니가 먹었다. 먹고 난 이후 언니는 몸이 아팠으며, 이상하게 다음부터 다케시와의 연락이 끊기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내용이 가장 잘 이해되었던 소설이면서 첫사랑 생각이 들게 했다. 무엇보다 다케시의 사랑이라는 감정과 함께 죄책감까지 섞인 오묘한 마음이 와닿았다.

 

읽으면서 두 가지 생각이 가장 크게 들었다. 첫 번째는 익명 작가의 존재에 대한 생각이었다. 처음에는 열두 편의 주인공 중 어느 화자가 익명 작가인지 찾으면서 읽었다. 생각보다 겹치는 내용이 많아서 작가의 일상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추측도 했었다. 일을 쉬면서 아르바이트를 한다거나 누나에 대한 언급 등이 그랬다. 읽는 내내 작은 소설들의 이야기를 추리하는 것도 좋았지만 어느 부분이 익명 작가의 이야기를 녹였을지 추리하는 게 큰 재미이기도 했다. 마지막을 보니 생각했던 모든 추리가 허탕이라는 것에 조금 아쉬움을 느꼈다.

 

두 번째는 일본 문화가 짙은 소설이라는 생각이었다. 내용 자체는 흥미로웠지만 일본 문화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하는 사람이기에 이해하는데 조금 애를 먹었다. <래빗 댄스 인 오텀>이라는 소설에서는 딸의 이름을 찾기 위한 힌트를 주는데 일본 지역에 대한 내용이, <봄의 제비점>에서는 한국 사람들 사이에서 조금은 익숙하지 않은 제비점이라는 주제가 등장한다. 그 외에도 미스터리를 푸는 열쇠에 일본어의 동음이의어 등이 등장하다 보니 찾으면서 읽느라 시간이 조금 걸렸던 것 같다. 이는 옮긴 이의 말에서도 나왔기에 가장 크게 공감되었다.

 

개인적으로 마지막 익명 작가의 이야기에서 크게 뒷통수를 맞았다. 거기에 와카타케 나나미의 추리 능력에서 감탄했다. 나름 열두 편의 소설을 이으려고 노력은 했지만 각각 개별의 이야기이다 보니 이를 연결해 추리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퍼즐을 맞추고 나니 익명 작가의 존재가 의심할 여지도 없이 완벽하게 들어 맞았다. 물론, 와카타케 나나미 역시도 엉성한 구석이 있었지만 말이다. 

 

일본의 문화에 대한 장벽이 느껴지기는 했지만 추리도 만국 공통이라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느낄 수 있었다. 제목 그대로 일상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일들이 새롭게 보였다. 코지 미스터리 여왕이라는 이름값을 느낄 수 있었던, 초기작의 매력이 돋보였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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