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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차가운 일상

[도서] 나의 차가운 일상

와카타케 나나미 저/권영주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왜 아무도 멈추지 않았나. / p.119

 

책의 제목인 나의 차가운 일상을 딱 처음 들었을 때 의문이 들었다. 반면, 바로 전에 읽었던 미스터리한 일상의 경우에는 이유로 설명되지 않는 일들이 일상에 발생했다는 것으로 너무나 당연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데 과연 차가운 일상이라는 것은 어떻게 피부에 와닿을 수 있을까. 겨울이어서 날씨가 추우니까 차가운 일상이라는 뜻인지 아니면 주변 사람이 쌀쌀맞게 대해서 마음이 차갑다는 뜻인지 등 다양한 생각이 들었다.

 

차갑다는 말의 반대말인 뜨겁다로 보면 또 쉽게 의문이 풀린다. 사람들의 배려와 감동으로 마음이 뜨거운 순간을 떠올리면 되기 때문이다. 따뜻하다거나 뜨겁다는 말은 그래도 뭔가 익숙하게 느껴지는데 차갑다거나 춥다는 말은 왜 이렇게 괴리감이 드는지 모르겠다. 

 

이 책은 와카타케 나나미의 장편 소설이다. 바로 이전에 미스터리한 일상이라는 단편집을 읽었는데 나름 만족스럽게 읽었다. 또한, 초기 장편 소설이라고 하니 이것 또한 기대가 됐다. 서두에 언급했던 것처럼 제목 자체에서 주는 의문이 있었기에 왜 화자는 차가운 일상을 보내고 있는지 궁금해서 읽게 되었다.

 

이야기를 이끌어 가고 있는 화자 와카타케 나나미는 여행을 하던 중 기차에서 만난 한 이치노세 다에코라는 여성을 만난다. 다에코는 초반부터 남자 친구와의 대화로 나나미에게 큰 인상을 주었다. 큰 소리로 이야기하는 다에코를 보면서 계속 시선을 두고 있었는데 이후 다에코가 나나미의 옆자리로 와 앉아도 되겠냐고 묻는다. 그렇게 다에코와 남자 친구의 이야기를 듣게 되고 나나미와 하루를 같이 보낸다. 이후 크리스마스 이브에 같이 만나 시간을 보내기로 약속하게 되었는데 다에코가 자살을 시도했다는 연락을 받게 된다.

 

나나미는 다에코의 자살 미수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하는데 그 과정에서 익명의 사람으로부터 하나의 수기를 받고, 또 다른 사람들의 죽음이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특히, 수기의 경우에는 누나라고 칭하는 한 사람이 했던 극악무도한 범죄가 적혀 있었다. 나나미는 다에코가 자살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하며, 수기를 보낸 사람과 수기의 주인공, 다에코에게 해를 가한 범인을 찾는다. 그렇게 하나는 다에코의 자살 미수 사건을 쫓는 나나미의 시각으로, 또 하나는 다에코의 시각으로 벌어진 회사에서의 사건들. 거기에 수기를 보낸 화자의 편지의 입장으로 소설에서는 크게 두 가지 사건과 세 가지 이야기가 중심이 되어 전개가 되는 듯하다.

 

처음에는 나나미의 행동 자체가 이해되지 않았다. 나나미에게 다에코가 크게 인상에 남았던 인물이기는 하지만 감정을 깊게 나눈 사이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흔히 여행지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은 너무나 익숙한 일인데 그 사람이 죽음의 위기에 놓인 상황에서 이를 파헤칠 수 있는지 묻는다면 많이 망설이게 될 것 같다. 물론, 당시 그 상황에서 생명의 위협을 받았다고 하면 바로 돕겠지만 말이다. 내가 느끼지 못했던 뭔가 감정의 교류가 있었던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범인들의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친구라고 생각하는 다에코 자살 미수 사건의 퍼즐을 찾아가는 게 꽤 의문스러웠다.

 

거기에 나나미가 이렇게 다에코 자살 미수와 다에코의 직장에서의 살인, 수기의 주인 등 다양한 사건들을 파헤치는 게 탐정의 면모로서 다가간다는 생각도 들었다. 다에코의 일기나 주변 흔적들을 토대로 유추는 할 수 있겠지만 나나미는 상당히 적극적이었다. 친한 친구라고 속이면서 다에코의 회사 동기들이나 용의자들을 하나하나 인터뷰 또는 추궁을 하는 식으로 퍼즐을 맞춰 나간다. 보수만 받지 않을 뿐 누가 봐도 탐정이었다. 

 

개인적으로 수기를 보낸 화자의 편지가 가장 뇌리에 깊게 박혀 있었는데 현실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하면 세기의 살인 사건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정말 극악무도한 행동이었다. 초반에는 세상 사람들은 다 멍청하다고 생각하는 어긋난 신념과 어머니로부터의 학대로 반인격적적인 성향을 띄게 된 것에 인간으로서의 연민이 들기도 했었지만 중반으로 넘어갈수록 그야말로 악마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자신의 생물학적 지식을 활용해 흰독말풀로, 화학적인 지식을 토대로 비소로 독살을 하는 행동을 말이다. 보는 내내 소름이 돋았다.

 

조금 답답하게 느껴졌던 부분도 있었는데 여성의 우정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식의 이야기가 소설 전체를 관통하고 있으며, 등장 인물들의 말들을 통해 등장한다. 화자인 나나미 역시 여성의 우정은 그림의 떡과 같다고 표현하면서 진정한 우정은 있을 수 없다고 말한다. 물론, 남자의 우정도 마찬가지라고 하지만 말이다. 순간 읽을 때에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남녀노소 깊게 마음을 나누는 우정은 있을 수 있는데 왜 이를 폄하하려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나나미가 다에코를 위해 사건을 파헤치고 있다는 자체가 이를 반증하는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아무것도 아닌 우정으로 이렇게 동분서주를 하면서 친구에 대한 오해를 풀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나나미가 만나는 사람들에게는 친한 친구라는 거짓말을 하기에 이들이 느낄 수는 없겠지만 이렇게 나나미가 하는 행동과 말 자체가 우정이라는 게 하찮은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 주는 듯했다.

 

바로 전에 읽었던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과 비교해 보면 이 소설이 더 내 스타일에 가까웠다. 미스터리한 일상에 비해 술술 읽히기도 했었고, 나나미의 시각에 이입되어 추리 소설 특유의 긴장감이 훨씬 더 잘 느껴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해의 장벽이었던 일본 문화에 대한 내용이 전혀 없어서 더욱 만족감이 컸다. 단편 소설의 빠른 전개를 좋아하는 편이었지만 유독 차가운 일상에서의 조금 인물들의 빌드업이 나쁘지 않았다. 

 

제목의 차가운 일상이라는 뜻을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었지만 아무리 봐도 따뜻함이라는 게 지워지지 않는다. 인물들의 성격이 하나같이 시니컬하게 느껴져서 차가운 인상을 주기는 했지만 나나미의 시점만 놓고 본다면 은근한 뜨거움이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차가운 일상이었기에 눈에 띄었겠지만 말이다. 인간의 악한 본성과 관계의 믿음을 동시에 와닿았던 소설이자 차가움과 따뜻함이 공존하는 이야기를 보면서 와카타케 나나미 소설의 진수를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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