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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의 심장

[도서] 기린의 심장

이상욱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이 책에 쏟아진 반응들이 예사롭지 않아 관심이 갔다. 무엇보다 매일 퇴근하고 밤 9시부터 12시까지 글을 썼다고 하지 않는가. 그것도 도합 15년을.  모르긴 해도 지금도 그렇게 쓰고 있을 것이고 평생 이어지지 않을까. 처음 그렇게 쓰기 시작한 때가 20대 중반이었고 지금은 40대 초반의 아저씨가 되었다고 작가는 고백하고 있다. 이렇게 성실한 루틴을 가진 작가라면 그 작품들은 보나 마나 좋을 것이란 막연한 믿음을 가지고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적어도 내가 알고 있기론 작가는 어느 날 쏟아지는 영감을 가지고(그런 일은 거의 백퍼 없다는 게 작가들의 하나 같은 말이긴 하지만) 쓰는 것이 아니라 성실한 루틴에서 나온다고 들었으니까.

 

사춘기 시절 이제 머리 좀 컸다고 생각했을 때 어린이 세계 문학을 떼고(진짜 뗀 것도 아니지만) 나도 이제 어른들이 읽는 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보통은 어린이가 보는 책을 떼면 청소년 문학으로 넘어가는데 시시해서 못 읽겠다는 배짱이 생긴 것이다. 하지만 그때 내가 마주했던 소설은 소위 사회 리얼리즘 계열이었다. 그땐 또 민주화의 열망이 어느 때보다 컸으니. 그때 난 쥐뿔도 아는 것도 없어 가지고 우리나라 문학은 상상력이 없다고 투덜 댔는데 (좀 세월의 텀이 길긴 하지만) 이 책을 읽고 있으려니 이젠 그럴 필요가 없겠구나 싶다. 충분히 창의적이다. 이런 저력은 또 어디서 왔을까 궁금하기도 하다. 

 

특히 첫 번째 수록 작품인 <시인의 죽음>은 근미래의 어두운 디스토피아의 세계를 그린 느낌이다. 인간을 먹는 외계 종족이 등장이라니. 문득 아주 오래전에 보았던 외화 시리즈 '브이'가 생각났다. 그 시리즈가 방영됐을 때 새롭기도 하고 충격적이었다.  특히 지구에 착륙한 미녀 외계인이 살아 있는 쥐를 집어 먹는 장면이 어찌나 충격적이 었는지 그 대범함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물론 이 작품은 그 영화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 하지만 그 대범성에 있어서만큼은 같은 선상에서 봐 줄만 하지 않을까. 이야기의 구축도 나름 탄탄하고 하니. 하지만 누군가를 대신해서 시인인 주인공이 죽는다는 설정은 갑작스럽기도 하지만 왠지 쓸쓸하고 외롭게도 느껴진다. 

 

이 작품은 다분히 공상과학적인 측면이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수록 작품 모두가 다 그런 건 아니다. 대체로 맨 정신 가지고 말하기보단 다소 비현실 또는 초현실적인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개인적으론 <시인의 죽음>과 함께 <허물>이 가장 마음에 든다. 하지만 여기에 나온 작품은 하나 같이 어둡고, 칙칙하고, 쓸쓸하다. 사실 문학이란 게 그렇지 않던가. 밝고, 충만하고, 만족스러운 상태를 표현하는 건 문학의 일이 아니다. 그게 책을 읽는 독자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사람들 대부분은 우울하고, 고통스럽고, 억울할 때가 더 많은데 말이다. 말하자면 작가는 독자의 이런 마음을 대변하거나 위로하는 게 본분 아닌가. 그런 점에서 이 책의 작가는 그 일에 충실해 보인다. 바라기는 기왕 탈현실적인 배경으로 글을 쓸 것 같으면 좀 더 치열하고, 좀 더 재미있고, 대범하게 써 줬으면 좋겠다. 지켜보고 싶은 작가 중 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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