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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무것도 안하고 있다고 한다

[도서] 나는 아무것도 안하고 있다고 한다

김사이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시집에 실린 시들이 골고루 전체적으로 일정 수준의 궤도에 올라와 있다.

그래서 시 읽기가 수월한 반면, 실려 있는 시어들의 무게는 절대 가볍지 않았다.

사람이 한 생을 살면서 참으로 많은 일들이 있지 않은가.

일을 하면서 느끼는 일상 이야기들, 현실의 민낯을 바라보는 시인의 눈, 뜨겁던

촛불 열기의 현장을 돌아보는 감회, 고시원에서의 생활, 보통 날들에 대한 이야기가

조심스럽게, 가만가만히 등을 두드리듯, 쓰다듬듯 다가온다. 편안하지만, 아프다.

 

  이미 그 시간들을 통과했던 이야기들도 있고, 오지 않을, 만져지지 않는 시간들에 대한

이야기도 들어 있다. 현재성을 담보로 한 많은 시들은 그 자체로 시와 시인이 일체화된다.

시를 읽으면서 저 아래 사람살이 한 줌 먼지 같아온 생이 탈탈 털리고 있다

무기력한 중년은 불구덩이에서 한끼 밥을 위해 오늘을 헐값에 살고 있지에 이르러

시인의 마음을 읽고 일체화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한끼 밥을 위해 꾸역꾸역 일터로

나가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대변한다고 느껴졌다.

 

   직업소개소를 찾으니

   학력 미달 경력 없고 나이 많고 애도 있어

   손가락 하나로 끌려나왔다 끌려나가도 그 자리

   나는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

               -본문 시 내 죄는 무엇일까중에서 일부 

 

 시어들은 구체적이고 실제 삶을 이야기 하고 있다. 리얼인 것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가짜가 아니라, 진짜, 라는 이야기이다.

시집 전체를 관통하는 것은 진짜 시인의 삶, 시인이 통과한 이야기라는 점일 것이다.

이런 것들은 시를 읽으면서 독자가 스스로 내면화 하는 방법들을 모색하게 이끌어 준다. 

   

   아기 울음소리가 끊긴 지 오래된 마을

   도시 뒷골목에서 싸게 일하는 앳된 이주민 여자들

   깡촌에도 가랑비처럼 스며들었다

            -본문 시 아득한 내일에게중에서 일부  

 

 다민족 아이들이나 인간에 대한 근원적인 이야기들에 대한 질문,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서로의 고통 속으로 스며들어살 수 밖에 없다는 시인의 질문은 날카롭지만 따뜻하다.

슬픔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면서도 품위를 잃지 않는 인간됨에 대한 질문이 살아 있다.

아픈 두 사람을 3주에 걸쳐서 간호하다가 골똘하게 생각에 잠기거나 책장을 보는 일이

많았다. 책장에서 책을 꺼내서 시를 읽다가 이 시집에 대한 리뷰를 지금 당장남겨야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우연히도 우연하지 않게 <가끔은 기쁨>이라는 시인의 시

제목처럼 나도 그녀에게 작은 기쁨을 주고 싶어서였다. 어느 날 당신의 시집을 읽고

가슴에 안고 크게 고개를 주억거리며 공감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서평 빛의 그늘 속에서’는 시집에 나온 시 제목을 그대로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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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수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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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다운그녀

    *사족: 『창작과 비평』 정기구독 중으로, 구독선물로 받은 시집이다.
    담당자와 친해서 시집으로만 보내 달라 했더니 3권이 왔고, 그 중 한 권이다.
    그래서 예스24 서점에서는 구매, 로 뜨진 않는다.

    2019.04.14 20:52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찻잎향기

    이 시집에 등장하는 구체적인 시어들은, 시인이 통과한 삶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나 봅니다.

    2019.04.14 22:31 댓글쓰기
    • 아름다운그녀

      시들이 시인을 닮은 느낌입니다. 당연한 말 같지만, 시적화자가 반드시 시인이 되진 않으니까요. 시에 담긴 언어들이 그녀의 삶, 그 자체를 온전히 드러내고 말 하고 있었어요.

      2019.04.15 20:31
  • 시가 시인의 체험과 섬세한 관찰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것이 잘 느껴지는 작품이네요. 아이들과 이 작품을 읽고 이야기로 꾸며보는 활동을 하기에 적절한 제재가 될 것 같은데 구입을 할 수 없다면 꽤 아쉬운데요..

    2019.04.14 22:48 댓글쓰기
    • 아름다운그녀

      시 읽는 아이들과 선생님의 모습, 제가 꿈꾸는 이상적인 모습입니다. 훌륭하세요.
      생각을 실천하는 일이 살면서 참 쉽지 않다는 것을 안 어느 순간부터요.
      / 이 시집은 예스24 서점을 비롯해서 어디든 구입할 수 있습니다. ^^
      전 계간지 창비 구독 중이라 혜택을 받았다는 이야기였어요. ^^

      2019.04.15 20:33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