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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의 집

[도서] 여자들의 집

래티샤 콜롱바니 저/임미경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1. 여성들의 이야기

여성에 관한 서사에는 언제나 눈길이 갑니다. 안타까움으로 치부하기에는 여성의 삶을 단편적으로 묶어버리는 듯 하고, 동질감을 언급하기에는 그 감정의 깊이를 헤아리기에 내가 아직 많이 부족하다 느낍니다. 하지만 작품 속 여성의 서사는, 같은 여성이기에 나의 삶을 다른 각도로 비추고 곰곰이 생각하게 만듭니다.



2. 저자 래티샤 콜롱바니(Laetitia Colombani)

책의 저자 래티샤 콜롱바니는 프랑스 작가이자 영화감독 그리고 배우이기도 합니다. 그녀는 2002년 한국에서 개봉했던 영화 <히 러브스 미(He loves me)>의 감독이었습니다. 래티샤는 영화에서 미술학도 앙젤리크를 통해 사랑과 망상에 집착하는 한 여성의 삶을 조명합니다. 여성에 대한 관심은 저자의 소설에서도 나타납니다. 그녀의 첫 소설 <세 갈래 길>에서는 서로 다른 세 여성이 각 삶에서 고난을 극복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해 10월에 출간된 <여성의 집>이 두 번째 장편소설입니다. 소설은 프랑스 파리 11구 샤론 거리에있는 ‘여성 궁전’을 소재로 합니다. 구세군 장교였던 블량슈 페롱에 의해 1926년 창립된 ‘여성 궁전’은 폭력, 차별, 빈곤에 의해 길로 내몰린 ‘여성들의 피난처’ 였습니다.


3. 한 세기를 오가는 구성

책은 두 시대를 오갑니다. 주인공 솔렌이 살아가는 현대의 파리와 여성궁전의 창립자 블랑슈 페롱이 살아가던 1920년대의 파리입니다. 잘나가는 로펌의 변호사였던 솔렌은 법정을 나오며 의뢰인의 투신을 목격하고, 이후 솔렌은 번아웃 상태에 빠집니다. 아버지의 요구대로 변호사가 되었고, 좋은 로펌에 속해 어려운 사건들을 도맡아 처리하며, 고급 아파트에 살고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이 모든 것은 아버지의 바람이었습니다.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싶은 어느 날, 솔렌은 문득 ‘자신이 정말로 뭘 바라는지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다’며 “이젠 내가 원하는 일을 하고 싶다.(p.82)”고 말합니다. 반면, ‘약자를 향한 동정심과 공감’을 지닌 페롱은 자신의 의지로 ‘구세군’에 입대합니다. 19세기 여성들에게는 ‘수도원 기숙 학교에 들어가 교육받은 뒤 부모가 정해준 남자와 결혼하는 것(p.48)’이 허용된 삶이었습니다. 심지어 여성의 노동은 일종의 궁여지책에 불과했습니다. 가족, 친구 모두가 말렸지만 블랑슈는 “조국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는 게 꿈(p.50)”이라며 구세군 사관 학교로 떠납니다.


4. 궁전의 일원이 되어가는 솔렌

솔렌은 병원에서 ‘봉사활동’을 권유받습니다. 그녀의 모든 증상은 ‘의미를 잃었기 때문에 발생’했다고 의사는 말했습니다. 머뭇거리며 봉사 장소를 안내받아 간 곳이 바로 ‘여성 궁전’이었습니다. 솔렌은 여성궁전의 거주자들 대신 편지나 각종 자료 등을 써주는 ‘대필작가’ 역할을 부여받습니다. 처음 여성 궁전의 거주자들에게 냉대를 받은 솔린은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기도 합니다. 사실 냉대는 상처를 동여멘 그녀들의 방어기제 였습니다. '마트에 항의하는 것을 도와달라는' 부탁을 시작으로 거주자들은 점차 솔렌에게 자신의 사연을 들려줍니다. 그리고 솔렌은 변화해갑니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고통과 슬픔에 공감하며 솔렌은 점차 자신의 과거와 마음을 돌이켜봅니다.


5. 결국 모두가 주인공

자신이 반한 요가 강사에게 편지를 써달라는 이리스의 이야기에 솔렌은 자신의 사랑을 돌아봅니다. 좋아하는 남자가 있었지만 표현하지 않았고 콧대 높게 굴었습니다. 그 남자는 이제 다른 사람의 남편이자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되었습니다. ‘왜 말하지 못했지?’ 딸을 지키고 싶어 아프리카에서 도망친 수메야는 두고 온 아들을 그리워하며 편지를 부탁합니다. ‘엄마가 가슴 아파한다’는 사실을 전해달라는 수메야의 말에 솔렌은 마음의 제방이 무너지고 맙니다. 딸을 고통으로 부터 지켜야했지만, 아들을 함께 데리고 올 수 없었던 모성이 느껴집니다. 사연을 들으며 솔렌은 이리스와 수메야의 감정에 공감하고, 이 모든 것이 독자들에게 가닿으며 결국 사연들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되고 맙니다.


그곳에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솔렌은 가능하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경험했다. 더 정확히 말하면 함께 나누었다. 그것은 내주고 돌려받는 어떤 과정, 그렇게 주고받음으로써 하나가 되는 경험이었다. 솔렌이 빈타의 품에 몸을 던지고 울 때 느낀 것이 바로 그런 일체감이었다. (p.208)


“글쓰기는 나를 위한 것이 아니고 타자를 위한 것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상처입은 삶’ ‘집없는 여자들’이라는 책 <여자들의 집>에 대한 설명은 자칫 신파극처럼 여겨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줄곧 ‘여성들의 삶’을 비춘 작가의 깊이는 새롭게 다가옵니다. 독자는 여성 궁전의 거주자들 개개인의 사연을 들으며 감정이 전이된다면, 솔렌의 글을 통해 감동을 느낍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했던 블랑슈의 헌신과 그녀를 수면위로 끌어올린 저자의 노력을 절감하게 됩니다. 책을 읽으며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모든 것을 할 수 있지만, 어떤 것도 할 수 없었던 과거의 '여성’이라는 굴레는, 이제 벗어던질 수 있는 옷가지에 불과할지 모른다고. 자신의 우울을 해결하고 싶었던 솔렌은 불행이 가득하리라 믿었던 ‘여성 궁전’에서 희망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겠다 다짐합니다. 과거와는 다른 오늘. 스스로가 나아가는 시간. 이것이 래티샤 콜롱바니가 <여자들의 집>을 통해 전하고 싶은 이야기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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