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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기를 위한 변론

[도서] 소고기를 위한 변론

니콜렛 한 니먼 저/이재경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저탄고지가 건강한 다이어트로 회자될 때, 나도 그 물살에 합류했다. 결과는 참패. 몸에서 고기 비린내가 났고 피부가 기름으로 번들거렸다. 몸도 무거웠다. 채식으로 관심을 돌리자, 육류 섭취와 환경 파괴를 엮은 콘텐츠들이 눈에 들어왔다. 육식을 멀리해야 할 이유가 도처에 널려있었다.

 

육류 섭취로 인한 건강 악화, 공장식 축산 구조, 열대우림의 파괴, 온난화와 환경 오염.. 고기섭취를 반대하는 영역의 이유들이다. 1980년대 대학생이었던 저자 니콜렛 한 니먼은 ‘소에게 자리를 내주기 위해 벌목되고 불태워지는 브라질 삼림의 사진과 동영상’(p.23)을 보고 채식주의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이와 반대로 20년이 지난 지금, 저자는 책 <소고기를 위한 변론>을 세상에 내놓았다. 소고기에 가해지는 다양한 각도의 ‘비판들’을 변론하고, 문제는 “소가 아니라 방법”(p.19)이라는 사실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저자는 대학 졸업 후, 환경변호사로서 육류산업의 환경 오염 문제에 대응할 캠페인을 담당하게 된다. 축산농가를 방문하고, 전문가를 인터뷰하고, 논문들을 읽어나가면서 그녀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생태계를 파괴하고, 지구 온난화, 사막화 등 기후 위기를 일으키는 원인이 소가 아니었다. 진짜 문제는 축산업을 포함한 농업이었다.

 

인간이 유발하는 온실가스의 18%가 육류 라는 오해

 

저자는 소와 관련한 ‘오해’를 짚고 넘어간다. 우선 오해의 시초, 2006년 말 유엔 식량농업기구가 낸 보고서 <가축의 긴 그림자>를 언급한다. 보고서는 ‘인간이 유발하는 온실가스의 18%가 육류’(p.24)때문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 중심에는 소가 있었다. 저자는 지구가 부적절한 방목에 시달리고, 소 사육이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친 것은 일정 부분 맞다고 인정한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일부일 뿐, 지금처럼 모든 환경에 대한 책임이 온전히 ‘소’에 있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유엔의 논리를 반박하기 위해 저자는 온난화의 주요 동인인 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 중 ‘메탄’을 예로 든다. 식물이 태양에너지를 받아 탄수화물을 만들고, 이것을 소가 소화시키면서 메탄을 만들어내는데, 이것은 동물이 식물을 먹기 전 공기 중에 있었던 탄소와 같은 탄소라는 설명이다. 결론은 소의 소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은 ‘지구의 생물계통적 탄소순환의 일부’(p.38)라고 것. 따라서, 소가 배출하는 탄소는 ‘원래부터 있었던’것 이므로, 산업적 배출과는 완전히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의 18%라는 보고서 내용은, 음.. 한 때 고등어를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몰았던 환경부의 정책을 떠올리게 한다.

 

이와 더불어 책은 자연 상태의 풀을 먹이는 목축업이 토양의 건강을 향상시키고 생물 다양성도 증가시킬 수 있음을 강조한다. 저자는 자신의 주장을 위해 농목업계에 알려진 인물인 세이버리 교수의 말과 경험을 인용한다. 그는 “과거 심각한 피해를 야기한 것은 가축 자체가 아니라 우리가 그들을 사육하는 방식이었다”며 더 나아가 '방목'은 "생태계의 생물다양성, 구조, 기능에 지극히 중요하고 이롭다."(p.78)고 말한다. 즉, 동물 사육이 곧 환경파괴라는 믿음과 달리, 오히려 동물을 방목하지 않을 때 초원은 생물 다양성을 상실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적색육과 지방은 오히려 체중 감량과 체중 관리에 도움이 된다(p.277)

 

책에서는 소고기와 건강의 관계도 분석한다. 특히 저탄고지에 대한 부분이 흥미롭다. 저자는 여기서 하버드 공중보건대학원, 스탠퍼드의 연구 등의 자료를 인용하며 현대인들에 적신호를 일으키는 것들은 '설탕과 밀가루'임을 설명한다. 또, '적색육과 지방은 오히려 체중 감량과 체중 관리에 도움이 된다.'(p.277)는 걸 강조한다. 채식인구는 늘지만 심장병과 고혈압 같은 성인병 지표가 줄지 않는 것도 저자의 논거가 된다. 하여 저자는 결론 내린다. 풀을 먹여 키운 소고기가 균형 잡힌 식단의 기초가 될 수 있다고.

 

어떤 가축도 본질적으로 환경에 해악이 되지 않’으며 ‘진짜 문제는 오늘날의 가축 사육방식’에 있다(p.25)

 

각종 수치와 데이터가 가득해 보고서를 읽는 듯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책이다. 그러나 이 책은 많은 독자들에게 유의미하겠다. '소'라는 동물을 통해 인간과 식생활, 더 나아가 지속가능한 환경생태계의 모델을 생각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채식 지향의 반대 논리를 기대한 독자들에게는 다소 어색하기도, 또, 목축업에 종사하면서 소를 옹호하는 내용을 길게 서술한 저자의 태도가 불편하게 느낄 독자도 있겠다. 그러나 소고기에 씌워진 오명을 벗겨내고자 사진, 도표, 통계, 기사, 실험, 논문까지 끌어들이는 저자의 정보분석력과 태도는 그런 오해를 깔끔하게 지우기에 충분하다. 책은 전혀 논쟁적이지 않다. 처음부터 끝까지 줄곧 자신의 주장을 차분히 이어나간다. 얼마나 오랜 세월, 이 분야를 연구하고 골몰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고기에 대한 취향, 채식의 선택, 이 모든 것과 더불어 지속가능한 환경에 관심이 있는 사람 누구라도,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멋진 책이다. (4월 22일, 지구의 날을 맞이해 읽어봐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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