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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도서] 비

마르탱 파주 저/발레리 해밀 그림/이상해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5점

기염뮈소가 소소한 이야기를 영상의 미학으로 표현한다면, 마르탱 파주는 언어의 미학으로 나타낸다. 마르탱 파주야 말로, 진장한 언어의 연금술사! 글을 잘 쓰려면 모든 '존재하는 어떤 것'들에게서 의미를 발견할 줄 아는 눈이 있어야 한다고 한다. 내가 지금까지 책으로 겪어 본 작가 중 그 '눈'을 작품에 제대로 녹여내는 능력은 마르탱 파주를 따를 자가 없다.

 

그의 소설 [완벽한 하루]는 눈을 뜨는 아침부터 밤까지, 하루의 심리 변화를 비유와 상징과 함축으로 모조리 끄집어 낸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아침, 출근 시간에 맞춰 억지로 뜨는 눈은 '목에 총을 쑤셔 넣고 방아쇠를 당겨 주위의 흰 벽에 피를 쏟아내게 만드는' 느낌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외근을 나갈 때 도망치고 싶은 기분은 '야자수가 하늘의 빛을 가려주고 내 앞에는 에메랄드 빛 바다가 펼쳐져 있는' 것으로 묘사된다.

 

[비]에서는 말랑한 언어와 상황으로 비가 묘사된다. 봄비를 맞는 것 같은 청량감이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느껴진다. 만나고 싶고, 보고싶고, 그래서 보게 해달라고 하늘에 기도했던 그 사람을, 우연히 예상치 못한 곳에서 만났을 때의 짜릿함이 느껴진다. 비를 머리에 맞았을 때처럼. '사람이 누군가를 만나고, 스스로 질문을 던져보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애쓰는 것은 머리에 뭔가를(물, 비극, 사랑의 슬픔,,,,,,) 맞았을 때 뿐이다(61p)'

 

33세의 마르탱 파주는 삶의 쉼표를 아는 작가다. 이 책을 열면 바로 이런 말이 나온다. "비는 세상이 잠시 정지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패스워드다. 비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 그건 다름을 긍정하는 것이다." 나는 마르탱 파주의 [비]를 읽고 내 삶에 쉼표를 찍는다. 문득 비 맞는게 좋다고 교복을 입고 하늘에서 내려주는 비를 쫄딱 맞고, 길에서 자동차가 튀기는 물마저 기분좋게 맞으며 뛰어다니던, 학창시절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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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욤뮈소와 마르탱 파주의 정리가 참 공감이 가는 군요^^

    2012.02.21 00:34 댓글쓰기
    • minerva1156

      ^^ 감사합니다!

      2012.02.27 01:02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