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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

[도서] 상속

은희경 저

내용 평점 3점

구성 평점 4점

-은희경의, 소설집 [상속]을 읽고... (2005. 7. 7)

 

열흘쯤 지난 후에 상자를 뜯어보니 사과는 반나마 썩어 있었다. 썩은 것을 골라내면서 그녀는 사과 역시 자기들끼리 닿아 있는 부분에서부터 썩기 시작한다는 걸 알았다. 가까이 닿을수록 더욱 많은 욕망이 생기고 결국 속으로부터 썩어 문드러지는 모양이 사람의 집착과 비슷했다. 갈색으로 썩은 부분을 도려내봤지만 살이 깊게 팬 사과들은 제 모양이 아니었다. 그녀는 사과 병동 같은 그 상자를 그날로 내다버렸다.

 

은희경 [내가 살았던 집] 中

 

은희경 소설에는 진실이나, 진실된 사랑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녀가 말했듯이, 삶은 농담이다.

그러므로 삶의 순수성, 사랑, 따위 역시 농담이다.

 

이것을 탈낭만화라 하든지, 그녀 특유의 냉소라고 하든지,

무어라 말해도,

어쨌든 말하고자 하는 것은 삶이란 사회란,

진부하게도 '악'하다는 것이다.

아니, '냉정'하다는 것이다.

 

착한아이는, 사랑받기 위해 착한 아이가 되는 것일 뿐이고,

사랑받지 못하는 아이는 착한 아이가 되는 것에 실패한 것일 뿐이다.

 

그러므로 삶은 하나의 희극이다.

하나하나의 동작과, 하나하나의 표정과, 하나하나의 말투에,

제 삶을 꾸려가는 연극이고, 그 연극 속의 배우가 되어,

관객을 기쁘게도 슬프게도, 감동스럽게도 만들며, 사랑받는 것이다.

 

누구나 사랑받기 위해서, 연극을 하는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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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냉소가 '싫다'라고 말한다.

너무 '비관적'인 시각이 아니냐고 반문한다.

 

아니, '외면'하고자 한다.

 

뒷꽁무니가 지린 사람처럼,

황급히 자리를 '회피'한다.

 

나의 과장된 연기가 들키는 것이 두려워?

 

'사랑받고 싶다'는 서툰 몸부림,

부정하는 '어색한 말투',

외면하고야 마는 '흔들리는' 자존심.

 

어두운 방안에 앉아,

외친다.

 

'외롭다'

'사랑받고 싶다'

 

아!

나는 내일도 나가,

아구 찌져지게 웃고 있을지 모른다.

입술 모양이, 부들거리며 일그러지는 줄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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