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루고 미루던 넷플릭스 에놀라 홈즈를 시청하고, 에놀라 홈즈 시리즈를 다시 읽어보기로 했다.
에놀라 홈즈 시리즈를 처음 접했을 때 '이거지!'하고 외쳤던 감각이 선연하다. 셜록 홈즈 덕후로서 셜록 홈즈 오마주 도서는 꽤 읽어봤고 특히 셜록 홈즈(혹은 존 왓슨)를 여성으로 바꾸어 쓴 소설도 적지 않게 보았으나 전부 기대에는 못 미쳤기에 에놀라 홈즈를 만났을 때 아주 기쁘기 그지없었다. (당시 BBC셜록의 홈즈 가의 여자 형제 에피소드를 본 직후라 더 그랬다.)
여튼, 에놀라 홈즈 라는 인물에 애정이 각별하여 넷플릭스 시리즈 또한 기대했건만... 재미는 있었으나 기대 이하였다. 기대 이하인 부분에 대해선 소설을 영상화하는 부분에서 어쩔 수 없이 들어간, 넷플릭스 주 시청층을 겨냥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각색한 부분이었다고 이해는 하지만 실망은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조금 서두가 장황했지만 가실 길 없는 약간의 실망과 섭섭함이 에놀라 홈즈 시리즈를 다시 펼쳐드는 데 한 몫 하였다.
스릴과 미스테리의 본분을 잃지 않으면서, 이토록 총명하고 무구하고 자유롭고 도전적이고 맹랑하고 활기차고 에너지 넘치는 탐정이 여태 있었나? (있었다면 미안하다. 내가 또 무지했을수도...)
누군가의 에놀라의 행보는 어린 소녀의 객기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시작이 객기 혹은 반항이었을지라도 이렇게 대범하고 치밀한, 자신이 원하는 바를 정확히 아는 객기라면 응원할 수 밖에 없지 않을까? 나는 아직도, 그리고 여전히 에놀라가 자신이 사랑하는 고향을 떠날 때, 자신을 속박하는 것들로부터 도망칠 때의 다짐을 잊을 수 없다.
" 그는 내가 자기를 피해 달아났다고 예상할 것이다. 그러니 나는 오빠가 있는 쪽을 피해 가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오빠가 있는 쪽으로 달아날 것이다."
앞으로 남은 올해의 기간 동안 에놀라의 여정에 다시 한번 동참하려 한다. 그녀의 대범함에 힘입어 나도 무언가를 피해가지 않기를. 헤쳐 나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