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디스 휴먼. 절묘하게도 성이 휴먼(Heumann)이라서 제목이 "나는, 휴먼(Human)"이라는 의미와 맞아떨어진다. "나는 장애인이 되었고, 시민이 되었고, 결국 내가 되었다"라고 말하는 그녀의 말이 가슴아프게 느껴졌다.
주디스 휴먼은 소아마비로 인해 사지가 마비되어 휠체어를 탈수밖에 없었는데 휠체어를 타기 때문에 '화재 위험 요인'이라며 학교 입학을 거부당한다. 특수학교를 거쳐 대학을 졸업하고 교사가 되고자 했지만 뉴욕시 교육위원회는 장애를 이유로 교사 면허 시험에서 탈락시킨다. 그러나 그녀는 그 결정에 불복하여 소송을 제기했고, 결국 승리했다. 그리고 시민권 단체 '행동하는 장애인'을 설립했다. 1972년 닉슨 대통령은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연방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는 프로그램이나 활동에 따른 혜택에서 배제, 거부되거나 차별받을 수 없다"고 규정한 재활법 개정안 서명을 거부했다. 그녀는 행동하는 장애인 동료들과 맨해튼 매디슨 애비뉴의 차선을 점거했다. 결국 재활법 개정안은 통과되었지만 보건교육복지부 장관은 재활법 504조 시행 규정에 서명하지 않았다. 1977년 4월 100명이 넘는 장애 동료들과 샌프란시스코 연방 정부 건물을 24일간 점거했다. 그리고 마침내 서명을 이끌어냈다. 1990년 마침내 미국장애인법이 제정되었다. 그녀는 정부의 모든 영역에, 학교와 식당, 영화관, 대중교통에 장애인의 자리를 만들었다.
그녀는 평생을 장애인 차별 철폐를 위한 운동가로 살았고 정부 각료가 되어 장애인 차별 정책을 개선하는 데 기여했다.
1993년~2001년까지 클린턴 행정부의 교육부 특수교육 및 재활 서비스국의 차관보, 2002년~2006년까지는 세계은행 최초의 장애와 개발 자문위원, 2010년~2017년까지 오바마 행정부의 국무부 국제 장애인 인권에 관한 특별보좌관을 맡아 일했다.
참으로 대단한 이력이고, 이분의 헌신에 힘입어 미국 장애인 권리가 신장된 것을 알수 있었다. 한 일에 비해 덜 알려졌다는 생각까지 들어 이번에 이 책을 통해 이분의 업적이 더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보아야 한다. 알아야 한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한번 생각해보라. 당신이 학교에서 우리를 볼 수 없다면, 그것은 학교가 우리의 입학을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신이 일터에서 우리를 볼 수 없다면, 그것은 우리가 물리적으로 그곳에 접근할 수 없거나 고용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니면 버스나 기차와 같은 대중교통 수단이 접근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식당이나 극장에서도 우리는 같은 이유로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당신은 일상생활에서 우리를 어디에서 보았는가? p154
최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이 장애인 이동권 보장과 장애인 권리예산 반영을 요구하며 출근길에 지하철 시위를 벌인 것을 두고 정치권과 시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노동자 권리를 위한 시위도, 정쟁에 의한 시위도, 특정 직군의 밥그룻 싸움의 시위행위도 빈번한데 왜 장애인 시위에만 유독 눈쌀을 찌푸리는가? 그들은 보여줘야 했고, 우리는 보아야 했다. 1970년대 미국에서 필요했던 시위가 2022년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필요했을 뿐이다. 더이상 먹고살기 어렵다고 눈감지 말자. 험한꼴 보이지 말라 하고 마음 편해할 것이 아니라 똑바로 보고 인지해야 하고, 개선해야 한다.
장애는 선택이 아닌데 누군가 장애인이 되는 순간 평범한 시민으로서도 살아가기 어렵다면 그것은 그 사회의 문제이고 과제이다. 이 책의 출간을 계기로 우리사회에서도 약자와 소외된 이들에게도 동등한 관심을 기울이는 성숙된 시민의식이 자라나길 바란다.
장애인도 비장애인도 "우리는 모두, 휴먼"이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