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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밤은 괜찮아, 내일은 모르겠지만

[도서] 이 밤은 괜찮아, 내일은 모르겠지만

서유미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서유미 작가의 '이 밤은 괜찮아, 내일은 모르겠지만' 을 읽다.

?한국소설을 어느 정도 읽다보면 가끔 안부를 묻듯 찾게 되는 작가가 있다. 무엇에 치열했던 건지, 시간의 텀은 좋아하는 작가의 책출간소식 까지도 저버리게 만들었다. 인터넷서점의 관심작가 알림서비스가 있지만, 워낙 많은 작가와 번역가를 등록해 놓아 거의 하루에 한번꼴로 문자가 온다.
하지만 언제가부터 그 문자들은, 매일 아침 지역의 확진자 수를 알려주는 재난문자처럼 받아들여졌다. 그건 관심에서 벗어났다는 의미이기도 한데, 그래서일까? 요즘은 문자가 고루하게 느껴진다. 카톡과 텔레그램이 결코 세련된 것도 아닌데 말이다.

?최근 들어 새책을 손에 쥐게 되면, 먼저 책표지를 유심히 들여다본다.
민음사에서 출간된 이 책의 표지는, 감각적이다.
Rosalie, 2015, oil on canvas / French, Genevieve 라고 쓰여져있고, 외국작가의 유화를 가져다 쓴 모양이다.
서유미 작가를 닮은 건지, 이 나이를 지나가는 사람들의 표정이 다들 이런건지, 아무튼 맘에 든다. 잘 뽑았다.

다음으로 편집자를 살펴본다.

보통 책 첫장이나 맨 마지막에 몇 쇄인가를 알리는 내용과 함께 표기되는데, 이 책에는 대표이사 이름이 적힌 발행인만 있고 편집자가 없다.
서유미 작가가 과거에 편집자를 했었던가 싶은데, 아무튼 이 책의 교정 교열까지 작가가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만큼 서유미 작가는 문장에 있어서만큼은 철저하다. 믿어의심치 않는다.

?이번에는 각 단편소설의 수록지면을 찾기위해 뒤져본다. 보통 소설집의 경우, 7~8편 정도가 모이면 책으로 묶는다. '작가의 말' 쯤 나오고나면 각 단편이 언제 어디에 수록되었는지 알려주는데, 이 책은 그런게 없다. 12편의 단편 모두 계간지 등에 의뢰받은 게 아니라면, 작가가 차근차근 모아놓은 작품을 한번에 엮은 게 아닌가 싶다. 왜 그랬을까...를 고민했지만, 하지 않기로 한다.
작가의 소설만 있으면됐지. 싶다.

?'작가의 말'을 찾아보니, 없다.
대신 검은바탕의 흰글씨로 쓰인 서문이 눈에 띈다. 책 전면에 이 책의 출간목적과 의의, 각 작품마다의 소회를 7페이지에 걸쳐 소개한다. '작가의 말'을 대신한 기획이 신선하다.

?작품해설은 없다. 통상 문학평론가가 각 작품마다 '이 소설은 어떻다 이번 작품들은 작가의 작품세계와 어떤식으로 연관된다' 라는 식으로 매우 어렵게 쓴 글들이 책 말미에 상당분량을 차지하고 들어앉아 있는데, 이 책에는 없다. 평소 '해설'부분이 더 해설을 필요로 하는것 아닌가 하는 의문을 품었었는데, 없으니 고민이 해결된것 같아 기분이 좋다.

?'추천의 말'은 아름다운 문장을 쓰는 백수린 작가의 글이다. 그녀의 말투와 편한 눈빛처럼 글도 매끄럽게 읽힌다. 둘은 친하다고 맘대로 엮는다.

작가의 책은 산문집까지 빠짐없이 읽었다.
30대와 40대를 같이 보내는 셈이다.
그녀는 결혼을 하고, 임신을 하고 출산을 했다.
아이가 커가고, 그 아이의 양육과정을 오롯히 해낸다.

?글을 읽어보면 안다.
아, 작가가 지금 어떤 시기를 이겨내고 있구나. 그리고 어떤 시기를 추억하고 있구나 처럼 말이다.

이 책은 나와 비슷한 연배의,
나와 비슷한 정치적 시대와 경제적 상황을 경험한 작가의 현재와 과거다. 미래는 어떻게 쓸까 도 궁금해진다.

?서유미 작가의 글이 더 친숙하게 다가오고야 만다.
잘 읽었다.

?오늘은,
여름이 봄을 죽였고, 잔인하게 깊어져 가는 6월의 어느 아침이다.
간만에 이곳을 찾았다.


책 속으로...

(이 밤은 괜찮아, 내일은 모르겠지만) 중에서..

?

___너의 어떤 상황을 같이 견디고 네가 그걸 지나갈 때까지 기다려 주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에 나를 참아 달라거나 기다려 달라는 말도 하지 않았다. 치명적인 문제가 생기면 상황을 설명한 뒤 관계에서 로그아웃하면 그만이었다. 돌아보지도 돌아보라고 하지도 않았다.

?

___내가 최종적으로 도달한 곳은 벽의 구석, 가로 벽과 세로 벽이 만나는 지점이었다. 아무도 없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곳, 거기에 이마를 댄 채 가만히 있으면 거세게 요동치던 심장박동이 차츰 제 속도를 찾았다. 출퇴근 길에도 종종 사람들의 흐름에서 빠져나와 등을 돌린 채 벽에 머리를 기댔다.

?

(그 새벽을 지나는 일에 대해)

나는 피해자고 내 잘못이 아닌데도 나쁜 일을 당했을지 모른다는 오해를 받고 싶지 않았다. 일어난 일보다 상상과 가능성이 더 공포스러우니까. 가능성을 지우기 위해 나는 거짓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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