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블로그 전체검색
북클러버
사람을 사랑해도 될까

[도서] 사람을 사랑해도 될까

손미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이 책은 절대 한 번 읽어서는 그 의미를 완전히 파악할 수 없다. 읽다가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억지로 이해하려고 하지말고 덮어두고 며칠 뒤 다시 읽어보길 추천한다. 분명 같은 글인데 다르게 다가온다.

 

책 뒷부분에 이영주 시인이 적은 글을 보면서 시의 내용과 시인이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었다. '큰 소리로 자신의 웃음을 아낌없이 나누어 주는' 사람이지만, 수영을 할 때 자신에게 찔리는 물을 걱정하는 사람. 

 

사람들이 비난해마지 않는 그것, 적당히 좀 넘기기를 바라는 그것이 그녀 안에 있다. 사소한 일에도 깊게 아파할 수밖에 없는 영혼 같은 것. 상처를 드러내면 그것을 보는 자도 상처받을까 봐 훼손된 영혼을 깊고 깊은 내부로 숨겨 버리는 것. 자신이 상처받는 것보다 자신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었을가 봐 더 아파하는 태도가 그녀의 많은 것을 쥐고 흔든다. - p.127

 

시인은 다른 존재의 고통을 헤아린다. 자신이 받는 상처를 걱정하기보다는 자신이 누군가에게 주는 상처를 더 걱정한다. 그래서 이렇게 깊고 깊은 생각의 글이 나왔을 것이다.

 

책의 제목과 같은 시 '사람을 사랑해도 될까'의 첫 문장은 '사람이 죽었는데 사람을 사랑해도 될까.'이다. 이 역시도 다른 이가 상처 받을 것을 염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사람이 죽었는데, 사랑을 해도 될까. 꼭 그녀의 잘못이 아니더라도 그녀는 죄책감과 부채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이 책에 자주 등장하는 '죽음'이란 단어. 이 단어는 그녀의 생각 가장 끝에 자리한 것 같다. 살아있는 모든 존재의 끝은 죽음이란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지만, 죽음을 대하는 태도는 각자 다르다. 시인에게 죽음이란 해방보다는 반복해서 돌아오는 굴레처럼 보인다.

 

시 '9번'에서 사슴은 매일 묻는다. '왜 안 끝나나요'. 왜 안 끝나냐고 묻던 사슴은 이미 아홉번이나 다시 태어난 사슴이었고,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언제나 '왜' 안 끝나냐고 물었다. 아마 사슴의 죽음과 탄생은 아홉번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베란다에서 사슴 아닌 사슴이 죽은 것처럼, 사슴은 사슴의 모습이 아닌 다른 존재가 되어 죽기도 할 것이다. '여기 있는 게 진짜인지 한 번씩 저를 불러 보던 사슴' 처럼.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는 문장들이라 여러번 곱씹어봐야 한다. 가끔은 상상의 나래를 펼쳐 머릿속으로 이상한 드라마를 그려보기도 한다. 나는 시인만큼 깊이 아파하지 않는 사람이라서, 그런 것을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라서 어쩌면 다른 사람들처럼 '적당히 좀 넘기기를' 바라는 것 같다. 하지만, '큰 소리로 자신의 웃음을 아낌없이 나누어 주는' 사람이 혼자서 오랫동안 아파하면서 쓴 이 시는 많은 생각이 들게 한다. 나 또한 시인의 생각을 따라가며 다른 존재의 상처를 들여다보게 된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값진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0

댓글쓰기
첫 댓글을 작성해주세요.

PYBLOGWEB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