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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생활

[도서] 읽는 생활

임진아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연노랑색의 표지를 걷어내면 엎드려 책을 읽는 사람의 모습이 보인다. 이 동글동글한 사람 캐릭터는 책 곳곳에 등장한다. 삽화가이기도 한 작가가 그린 그림인데, 곡선으로 이루어진 이 그림들이 책의 분위기를 더욱 동그랗게 만든다. 글도 쓰고 그림도 그려서 책을 만든다니! 한가지 일도 제대로 하기 힘든데 대단하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사실 임진아 작가를 이 책으로 처음 접했다. 책을 꾸준히 읽고 있지만 아직도 아는 작가보다는 모르는 작가가 더 많다. 이번 책을 통해 임진아 작가의 글을 읽어보니, 앞으로도 작가의 글은 종종 내 책장을 방문할 것 같다. 솔직하면서도 따뜻한 글이 좋았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작가를 한 단어로 정의하자면 '수집가'인 것 같다. 책에서도 우표 수집에 관한 내용이 한 꼭지로 다뤄지긴 하지만, 작가의 일상은 대체로 '수집'이다. 좋아하는 책을 고르고, 플레이스트를 만들고, 친구들의 오래된 메모와 편지를 모으는 것이 모두 수집의 형태로 보였다. 작가의 공간에는 아마 작가가 오래도록 좋아하는 것들이 모두 모여 북적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수집은 영원을 약속하는 일이 아니다. 요즘 몰두하는 것이 있다는 사실을 생활의 표면에 그려두는 일이다. - p.49 

나열된 잡지들 중에 딱 한 권만을 살 수 있는 날이면, 후보를 정한 후에 마음이 가는 사진이 어느 쪽에 더 많은지를 한참을 들춰봤다. 빛이 잘 들어오지 않는 현실의 내 집에 데려갈, 햇볕 쨍쨍한 남의 집 사진. 종이 속 세상이 내 삶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될 만하길 바라며, 지금은 그저 좋은 장면을 열심히 모으는 때라고 생각하며, 지금과 종이를 아프게 비교하기보다는 기꺼이 희망을 가지려들었다. 나에게는 다음이 분명이 있다는 희망과 좋아하는 찰나들이 모인다면야 이 한 권 같은 하루가 당연해질지 모른다는 희망. - p.242

 

책에는 작가이면서 독자인 작가의 '읽는 생활'이 적혀있다. 하루의 일정 부분은 일로서 글을 쓰고, 휴식은 다른 사람의 글을 읽으면서 취하는 생활이다.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되면 마냥 행복할까? 이 책에 농담처럼 언급되는 "역시 책은 남이 만든 책이 최고"라는 말처럼, 어쨌든 일에는 고통이 존재한다. 그래도 작가는 책을 좋아하고, 책을 만들면서 마주치는 좋은 순간들을 소중하게 간직한다. 그리고 그것을 원동력 삼아 계속해서 쓴다.

 

 오늘도 책의 길을 걷는다. 묵묵히 걸으면서 인정한다. 이 길이 그저 좋지만은 않을 테지만, 내가 좋아할 만한 순간이 분명 차려진다는 것을. 그러니까 우리, 일을 하다가 좋은 순간을 만나면 좀 또랑또랑해지자. 좋다고 느낀다면 나에게 똑똑히 알리자. - p. 169

 

다 읽고 보니 공감되고 인상깊은 부분이 많아 표시해둔 문장이 많다. 독자로서 책을 읽으며 느끼는 것은 비슷한 부분이 많아 끄덕거리며 읽었다. '부지런히 나를 키우는'이라는 부제가 딱 맞다고 생각한다. 읽는 생활은 나도 모르는 나를 만나는 일이기도 하며, 타인의 문장을 통해 나의 말을 잃는 경험(p.188)이기도 하다. 이 신기한 경험은 읽는 것을 통해서만 누릴 수 있는 것이기에 우리는 계속 읽어나간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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