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음과 모음에서 나온 트리플 시리즈 중에 한 권을 읽어보았다. 이 책을 통해 트리플 시리즈를 처음 접하게 되었는데, 이번 책이 매우 마음에 들어서 시리즈의 다른 책들도 읽어볼 예정이다. 익숙한 작가들인 박서련, 최진영 작가들로 다음 책을 골라 보려고 한다.
마찬가지로 이유리 작가의 책도 처음 읽어보았는데, 아주 매력적인 이야기들이 담겨있었다. 세개의 단편이 있고 마지막으로 작가의 에세이가 짤막하게 나온다. '모든 것들의 세계'라는 제목에 맞게 이 책에는 현실 뿐만 아니라 사후세계, 게임 등 다양한 세계가 함께 나온다.
책의 제목과 같은 첫번째 단편인 '모든 것들의 세계'에는 귀신이 등장한다. 하나도 무섭지 않은 귀신인 고양미와 천주안은 죽어서까지도 자식들의 결혼을 원하는 부모 덕에 영혼 결혼식을 치르고 부부가 된다.
이승 떠난 지 보자, 벌써 3년이나 됐는데 이제 와서 영혼 결혼식이라니. 하긴 생전에도 지겹게 결혼 타령을 해댔던 분들이다. 취직 안 할 거면 결혼이라도 하라고 그토록 들볶아대더니 마침내 소원을 푸셨군, 손주 얼굴을 못 보여드려서 어쩌나. 나는 마지막으로 본 엄마 아빠의 얼굴을 씁쓸하게 떠올렸다. - p.13
죽은지 얼마안된 천주안에게 고양미는 귀신으로 알아야 할 유용한 정보들을 알려준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언제 소멸하는가'이다. 그 답은 피가 섞이지 않는 사람이 자신들을 기억해줄때까지. 현실에서는 직장도 친구도 없이 내내 게임만 하다가 어이없게 죽은 고양미이지만, 우습게도 그녀를 기억해주는 것 역시 게임속에서 만났던 사람들이다. 그녀가 매일같이 pc방 구석자리에 앉아 검색하는 것도 그녀를 기억해주는 사람이 남아있는지 확인하기 위함이다. 소설의 마지막은 결국 그녀가 하던 게임의 서버가 종료되는 것을 알리는 내용이었지만, 그녀는 언젠가 소멸하게 되리라는 것을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여느날처럼 좋아하는 카페에 들어가 빵 냄새를 맡고, 커피 내리는 것을 지켜보면서.
행복하게 지내길, 하고 마음속으로 말했다. 산 사람인 애인은 언젠가는 결국 천주안을 잊을 것이고 천주안은 그 하나하나의 과정을 제 눈으로 직접 보고 느끼게 되겠지만 적어도 그것이 그렇게까지 슬픈 일은 아니기를, 마지막에는 기어이 잊혔음을 기뻐하며 사라질 수 있게 되기를. - p.39
두번째 단편 '마음 소라'에서는 상대의 속 마음을 들을 수 있는 신기한 소라가 등장한다. 세번째 단편 '페어리 코인'에서는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작은 요정이 등장하고, 분명 현실의 이야기이지만 그것을 전환시키는 특이한 소재들이 하나씩 들어있다. 현실과 현실 아닌 것들이 섞여 '모든 것들의 세계'를 구성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작가의 에세이인 '이유리위원회 산하 의문규명위원회의 어떤 오래된 어젠다에 관하여'는 마치 웹툰 '유미의 세포들'이 떠오르는 소재였다. 수많은 이유리들이 각자의 역할을 하며 이유리를 위해 움직인다.
하지만, 사람을 너무나도 사랑하고 그 결과로 상처받는 이유리에 대해 이유리들이 가지는 의문은 끝내 해소되지 않는다. 그건 그냥 이유리의 본질이니까. '헤어질 결심'을 보고 나와 '죽였어야 했다고' 말하는 대상이 타인이 아니라 그 자신인 것처럼, 이유리가 사라지기 전까지 그것은 늘 이유리와 함께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마지막 에세이를 통해서 이 책의 주제를 더욱 명확하게 알게 되었다. 사람을 너무나도 사랑하는 작가의 마음이 고스란히 소설에 담겨있었다. 그래서 더욱 따뜻한 '모든 것들의 세계'였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