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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긴밤

[도서] 긴긴밤

루리 글,그림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왜인지 늘 '긴긴밤'과 '밝은 밤' 두 권의 제목이 헷갈렸었는데, 이제야 완전히 다른 책임을 알게 되었다. 처음엔 어린이 도서라고 해서 어른이 읽기에는 너무 유치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마지막 장이 가까워질수록 눈물 바다였다. 어린이가 읽으면 어린이 나름대로, 어른이 읽으면 어른의 방식대로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책이었다. 짧은 분량 속에 많은 의미를 담고 있어서, 동물 보호, 살아가는 방법 등 다양한 측면에서 책의 내용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코뿔소 노든의 삶이다. 코끼리 고아원에서부터 시작하는 노든의 기억은 길고, 피곤하고 힘든 이야기이다. 그 중 행복한 순간도 있었지만 노든은 그 순간을 쉽게 꺼내보이지 않는다. 처음에 노든은 코끼리들 속에서 자신도 코끼리인줄 안다.

 

노든은 그저 자신이 어리기 때문에 코와 귀가 덜 자란 줄로만 알았다. 코끼리들이 늘 그렇게 얘기했기 때문이다.
 "우리도 너만 했을 땐 그랬어. 조급해하지 마. 마음을 급하게 먹는다고 빨리 나이를 먹는 건 아니니까."
 

 

친절하고 현명한 코끼리들의 틈을 떠나 노든은 자신과 같은 코뿔소를 만나러 떠난다.

 

"여기, 우리 앞에 훌륭한 한 마리의 코끼리가 있네. 하지만 그는 코뿔소이기도 하지. 훌륭한 코끼리가 되었으니, 이제 훌륭한 코불소가 되는 일만 남았군그래."

 

노든은 야생에서 다른 코뿔소를 만나 가정을 이루지만, 곧 인간들에 의해 아내와 딸을 잃는다. 그 뒤로 노든은 동물원에 잡혀와 '노든'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다. 훗날 자신에게도 이름을 달라는 새끼 펭귄에게 노든은 이름을 가져서 좋을 것이 없다는 말을 한다. 그들에게 이름이란 인간에 의해 가둬진 뒤에 붙여지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날 믿어. 이름을 가져서 좋을 거 하나도 없어. 나도 이름이 없었을 때가 훨씬 행복했어. 게다가 코뿔소가 키운 펭귄인데, 내가 너를 찾아내지 못할 리가 없지. 이름이 없어도 네 냄새, 말투, 걸음걸이만으로도 너를 충분히 알 수 있으니까 걱정 마."

 

그리고 노든 역시 현명한 코끼리들이 그랬던 것처럼, 새끼 펭귄이 펭귄 무리를 찾아 살 수 있도록 보내준다.

 

"너는 이미 훌륭한 코뿔소야. 그러니 이제 훌륭한 펭귄이 되는 일만 남았네."
"나를 혼자 보내지 말아요."
"이리 와. 안아 줄게. 그리고 이야기를 해 줄게. 오늘 밤 내내 말이야. 오늘 밤은 길거든. 네 아빠들의 이야기를 해 줄게. 너는 파란 지평선을 찾아서, 바다를 찾아서, 친구들을 만나고, 우리 이야기를 전해 줘."

 

결국 펭귄은 파란 지평선을 찾는다. 아무도 품지 않았던 알은 치쿠와 웜보의 온기 덕에 새끼 펭귄으로 세상에 나와 노든을 만난다. 그리고 훌륭한 코뿔소로 자라 이제는 훌륭한 펭귄이 될 차례를 맞이한다.

가장 첫장에 나오는 문장처럼 펭귄은 이름이 없지만 이름보다 더 중요한 것을 알고 있다. 그것이 펭귄의 삶의 방향이 되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일깨워준다. 긴긴밤은 너무나도 소중한 이야기였다. 아름다운 삽화도 책을 읽는데 감동을 더해줬다. 연령대에 상관없이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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