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자의 삶은 어떨까, 매일같이 별을 들여다보고 광활한 우주의 비밀을 밝혀내는 사람들일까 궁금했다. 그런데 실제로 별을 보는 것은 잠깐이고, 관측 자료 처리를 위해 컴퓨터를 들여다 보는 시간이 더 많다고 한다.
이 책을 통해 작가의 가치관과 생각을 엿볼 수 있었는데, 남들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들도 깊게 생각하는 섬세한 사람이었다. 프롤로그의 제목인 '저게 대체 뭘까 싶은 것에 즐겁게 몰두하는 사람들'에 작가도 해당된다고 생각했다.
'삶은 끊임없는 평가의 연속'이라는 문장처럼, 과학자도 본인의 연구를 학회에 발표하고 평가 받아야 한다. 또, 당연한 말이지만 연구비 없이는 연구를 지속할 수 없다. 연구비를 얻기 위해 사업 제안서도 작성하고, 과제 기간이 끝나기 전에 다른 과제도 알아봐야 한다. 과학자는 연구만 하면 될 것이라고 쉽게 생각했던 것이 미안할 정도로 치열한 삶이었다. 그래도 작가는 '평가하고 평가받는, 누구나와 같은 그 삶 속을 묵묵히 걸어가는 것뿐이다.'라고 말한다. 나만 이렇게 힘들다고 불평하지 않고, 누구나와 같은 삶이라고 말하다니. 저 먼 우주와 별을 연구하다보니 세상의 이치에 통달하게 된 것인지, 너무나도 어른 같은 작가의 말에 감탄하고 반성했다.
그래도 작가는 우리를 따뜻하게 위로한다. '지구 밖으로 나간 우주비행사처럼 우리 역시 지구라는 최고로 멋진 우주선에 올라탄 여행자들이다. 어쩌면 그래서 우리의 생이 그토록 찬란한 것일까.'라고 말한다. 인생이 여행이라는 표현은 자주 사용하지만, 우리가 지구라는 우주선에 올라탄 여행자들이란 표현은 새로웠다. 나는 지금 지구를 여행하고 있고, 나에게 일어나는 일은 여행지에서 일어난 하나의 에피소드라고 생각하면 어쩌면 인생도 그렇게 어렵지 않을 것 같다. 언젠가 여행을 마치고 우주 속으로 돌아가면 지구에서의 여행이 좋은 추억이 될 수 있도록 지구에서의 삶을 즐기고 좋아해야지.
과학자의 책을 읽기 전에는 항상 어떤 전문용어가 등장할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읽을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던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은 그 동안 읽었던 과학자들의 책 중에 가장 문과 감성에 맞닿아있었다. 덕분에 어렵지않게 유용한 과학 지식 몇가지도 알게 되었다. 천문학자가 왜 별을 보지 않는지 궁금하다면 얼른 이 책을 펼쳐 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