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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생각치도 못한 별일들이 다 생겼다. 

 

이런 일이 생겨 스스로 생각해 봐도 어처구니가 없었다. 나라는 존재는 별 볼일 없이 세상의 변방만 떠돌아야 했던 벌레 같은 존재였다. 많은 것들을 이루어보기 위해 꿈을 꾸었지만 내가 하는 것은 무엇 하 나 튼실한 것이 없었다. 나 자신과 주변 사람들에게 실망만 안겨준 후회스러운 삶이었다. 내가 잘되기 위해서는 내 자신을 먼저 신뢰할 수 있었어야만 했다. 그러나 나는 내 자신이 못난 존재임을 알았기에 나로부터는 성공을 예감하는 그 어느 것도 나올 수 없다는 식으로 스스로를 위축시켜 가고 있었다. 스스로 만들어 놓은 못난 자아의 굴레에서 울부짖어야만 했으며 좁은 공간에 갇혀 주변 사람, 특히 초록바지에게 하늘이 무너질 것 같은 배신과 허탈감을 안겨 주었다. 괴로웠다. 손발이 묶인 채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는 영어의 몸이 되어 땅속으로 깊숙이 꺼져 들어가는 탄식의 나날들을 보내야 했다. 손발이 묶인 채로 주저앉아 있을 때 내 몸에서는 시큼하면서도 구역질이 날 듯 한 역한 냄새가 났었는데 송장 썩는 냄새가 이와 같았을 것이다. 그것은 세상을 향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못남에 대한 참을 수 없는 가벼움으로 인해 생기는 서러움이었다.

 

 

지난 토요일만 밤까지만 해도 나는 세상에서 부러울 것이 하나도 없는 사내였다.

 

비록 초록바지와의 관계에서 성적인 만족은 얻지 못했지만 그래도 그녀가 자신의 몸을 허락했고 내가 그녀를 정복했다는 뿌듯함이 있었다. 지난 주 토요일 저녁 우리는 태화강변에서 만나 다리가 아프도록 강가를 걸었다. 포장마차에 들러 한 두 어 시간 정도 술을 마시다가 자연스럽게 모텔까지 들어오게 되었다. 나는 초록바지가 내일 출근을 하지 않아 부담이 없기도 했지만 선뜻 내 손에 이끌리어 이곳까지 들어오는데 어떤 저항도 없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만 했다. 그동안 초록바지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육체관계를 요구했고 그 때마다 거절을 당했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초록바지는 서서히 지쳐갔다. 여자는 그랬다. 겉으로는 아무리 도도하게 굴어도 자꾸 끝없이 밀고 들어오면 당해 낼 힘이 여자에게는 없는 모양이었다. 밀리던 여자는 이것은 운명이라며, 아니 자신을 이렇게도 사랑하니까 이건 어쩔 수 없다는 핑계를 만들며 무너져 내렸다. 이 점을 잘 알고 있는 사내들은 자신들이 처지는 아랑곳하지 않고 밑도 끝도 없이 밀고 들어왔다. 초록바지의 태도는 제법 완강한 편에 속했고 밀고 당기는 와중에 두 사람은 타인들의 관계처럼 어색해져 갔다. 초록바지와는 그 점으로 인해 만날 때 마다 찝찝했다. 차라리 이런 관계가 계속된다면 만나지 않는 것 만 못했다.

 

  나는 까다롭게 나오는 초록바지에게 점차 흥미를 잃어가고 있었다. 초록바지는 이런 나의 태도변화를 귀신과도 같이 알아차리고 내가 자기 곁을 떠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느낀 것이다. 어쩌면 그런 갈등에서 오는 피곤함을 이기지 못해 초록바지는 오늘 밤 드디어 자신의 몸을 주기 위해서 작정을 하고 나를 만나러 나온 것 같았다. 그녀는 순순이 나와 함께 모텔로 들어갔다. 어떤 거부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우리는 모텔로 들어서자마자 당연한 것처럼 옷을 하나씩 벗기 시작했다.

 

 

- 경숙아, 나는 요즘 몸에 이상이 있다. 그래서 고민이야.

 

 

- 고민은 무슨 고민요?

 

 

- 이제는 안돼. 이 놈이 도무지 서지를 않아!

 

 

- 아이, 그럴 리가요?

 

 

- 한 번 만져봐, 애가 축 쳐져서 일어설 줄을 몰라. 너가 무서운가 봐.

 

 

- 정~말! 어? 애가, 왜 이래? 정말 흐물거리기만 하네... 애야, 일어-나!, 일어서 봐!

 

초록바지는 할아버지의 그것 처럼 힘없이 축 늘어진 물건을 이리저리 살피면서 건느려 보았다.

 

- 안돼!, 이렇게 된지 좀 되었어. 알아보니까 이런 경우 정신과 치료부터 먼저 받아야 한다던데...

 

 

- 허참, 큰일 났네, 아끼다가 똥 돼어 버렸어!, 그럴 줄 알았으면 진작 줄 걸.... 청산씨, 어떻게 좀 해봐요! 자요, 어~서!

 

 

- 하이 참, 안들어 가잖아, 아~ 안돼!, 서지를 않아... 조금 있다가 해 보자...

 

 

물론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말은 그냥 해 본 말이었다. 얼마나 연습을 많이 하고 마음을 차분하게 먹었는지 이놈의 육봉이 서지를 않고 축 늘어져서 정말 깨어날 줄 몰랐다. 그 놈이 빠딱 하고 일어서야지 임도 보고 별도 딸 것인데 도저히 옥문으로 들어가지를 않았다. 미칠 지경이었다. 반면에 초록바지의 몸은 백옥같이 희고 아름다웠다. 눈이 부실 정도로 탐스런 몸매였다. 가녀린 어깨에서 긴 등짝으로 이어지다가 개미허리를 지나면서 익어서 쩍하고 벌어진 엉덩이가 나왔는데 좌우 완벽한 대칭을 이룬 예쁜 하트모양을 하고 있었다. 그것을 바라보는 동안 신비감을 느꼈다. 하얀 피부의 몸매에서 가녀리고 순수한 그녀의 영혼이 느껴졌으며 남자들의 손길을 타지 않은 처녀지의 신비스러움 마저 느껴졌다. 그녀는 벗은 채로 누워있었는데 그녀의 몸을 탐하는 내 눈빛이 내리 꽃히자 몸을 움찔 거리며 미세하게 떨렸다.

 

 

나는 이 때를 놓칠세라 그녀 속으로 들어가야만 했다. 이런 몸매를 앞에 두고 감상이나 하고 있을 내가 아니었다. 누구말대로 일단 먹고 봐야했다. 그 나머지는 나중에 판단할 일이다. 나는 그녀의 몸을 애무하기 시작했다. 내가 먼저 입을 갖다 대어 초록바지의 질척거리는 그곳을 혀로 깊게 핥아 주었다. 나는 미스-고에게서 배운 대로 이마부터 발가락까지 애무를 하고 한사코 싫어하는 사타구니를 벌리게 한 다음 머리를 그 속으로 들이밀면서 그녀의 옥문을 열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에는 한사코 뿌리치던 그녀는 두 손을 가슴에 갖다 댄 채 어느새 거친 숨소리를 토해내며 몸을 비틀고 있었다. 내 물건은 이제 완전히 대포의 포신처럼 쭉 펴져서 초록바지의 자궁을 겨누고 있었다.

 

 

 

 

- 경숙아, 이제 섰어!, 이것 좀 봐! 조금씩 되는 것 같아... 자, 어서 벌려 봐!

 

 

- 살살해요 무지 아파요!

 

 

- 아프기는 뭐가 아파, 엉덩이를 왜 자꾸 빼구 있어?

 

 

- 아~ 정말 아프단 말이에요!

 

 

- 다리 좀 더 벌려봐, 이렇게...

 

 

- 아아, 살살 청산씨~

 

 

- 너 몸속 정말 따뜻하다, 내 물건 녹겠네. 왜 이리 불덩이 같은 거야? 응?

 

 

- 아~아 자기야, 살살해요, 아파 죽겠어, 아~우, 아퍼, 아아...

 

 

- 아프긴 뭐가 아파, 내 맛이 어때?

 

 

- 아이참, 맛은 모르겠어요. 아파요, 아아~

 

 

- 아, 들어갔어! 자기야 들어갔어! 그동안 괞한 겁먹었네....

 

 

- 정말? 들어갔어요? 어서 해봐요. 청산씨...아아, 아파요

 

 

 

초록바지의 자궁 속에 들어가자 마치 불을 지핀 온돌방에서 찬 몸이 녹아져 내리듯 따뜻했다. 저절로 내버려 두어도 애액이 흘러 내리고 촉촉해 앞으로 명기가 될 그릇임을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으로써는 당장 바라던 섹스의 즐거움이나 쾌감 같은 것은 느낄 수가 없었다. 경험이 전무한 상태에서 대물이 구멍을 찢을 듯 안과 밖을 자주 들락거리자 아프기만 했을 것이다. 무리한 피스톤이었다. 내가 절정을 향해 치달아도 나만을 위한 이기적인 레이스였다. 당연히 초록바지는 재미를 느끼지 못한채 고역이었을 것이다. 

 

초록바지는 처녀였다.  일을 마치자 그녀의 엉덩이 밑에 깔아놓은 수건에서는 선홍빛의 피가 흥건했다. 그녀는 그것을 신기하게 쳐다보고 자기가 처녀였다는 증거라도 삼듯이 피 묻은 수건을 소중하게 한곳으로 밀쳐 놓았다. 하지만 나는 비리고 짠 냄새가 느껴지고 너무나 붉어 그 많은 피를 쏟아도 괞찮은지 몰라 차라리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초록바지가 처녀였다는 것이 흡족했으며 그녀를 접수한 사실에 대해 뿌듯함을 느꼈다. 초록바지는 이 십 몇 년을 간직해 온 그것을 나에게 바침으로서 자기의 사랑을 입증했다. 나는 오랫동안 애걸복걸 하다시피 했다. 나중에는 잘 안되자 순진한 초록바지를 꾀어 정신적인 임포턴트가 되었다고 속여 순진한 그녀에게 들어갈 수 있었다. 웃기는 이야기라고 하겠지만 사실이다. 

 

 

그것은 어쩌면 여자를 모르는 나만의 순진한 생각일지도 몰랐다. 다 큰 처녀가 내가 하는 그런 거짓말을 믿고 진정 걱정을 해서 닫아두었던 옥문을 열어 주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의 요구가 너무 거세고 그 때마다 거절하면서 생기는 갈등을 가지고 살 수가 없었을 것이다. 나는 그 날 이후 초록바지가 왠지 더 사랑스러웠다.

 

 

나는 내친 김에 시내 금방엔서 금 목걸이를 하 나 사서 초록바지에게 선물했다. 눈을 감으라고 말한 뒤에 그녀의 목에 예쁜 목걸이를 걸어 주자 초록바지는 감격하면서 좋아했다. 어색했던 대치국면이 물러나고 이제야 비로소 하나의 몸이 되어 육체와 정신이 하나가 된 느낌이었다. 내가 평소 하지 않던 금목걸이 선물까지 하자 초록바지는 안도의 한 숨을 쉬고 정말 그 날 저녁 잘 주었다며 스스로를 위로 하는 것 같았다. 초록바지와 나는 순풍에 돛을 달고 모처럼 평안한 가운데 순항을 할 수 있었다.

 

 

 평화스런 상태는 오래 가지 않았다. 갑자기 초록바지와 나 둘 사이를 갈라놓을 만한 큰 사건이 하나 생겼다. 얼마 전부터 내 아랫도리 음모부분이 참을 수 없이 가려워 왔다. 그 때 마다 나는 원인을 알지 못하고 마구 긁어 대기만 했었다. 그러다가 왜 이렇게 가려울까하고 조용히 바지를 벗고 팬티를 내리자 팬티에 뭔가 모를 뻘건 핏기가 여러 군데 묻어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음모를 이리저리 헤치자 음모 밑에 벌레가 살을 반쯤 파고 들어가 그곳에 기생을 하고 있었다. 불알 밑에서는 이 보다 더 징그럽게 생긴 이상한 벌레가 붙어 있었다. 내 몸에 벌레가 살을 파먹고 살고 있다는 사실 앞에 깜짝놀랐다. 그것은 사면바리라는 것이었다.

 

 

사태가 이렇게 된 것은 졸업하고 고시 반에서 함께 공부하던 진철이 형하고 한 때 외도를 한 것이 잘못이었다. 형이나 나는 학교를 졸업을 하고 계속 고시공부를 하고 있었다. 부산에 있던 진철이 형은 머리도 식힐 겸해서 내가 있는 울산으로 찾아왔다. 그 때 진철이 형하고 한 잔 먹고 나서 시내 아가씨 집에 들어갔던 것이 화근이었다. 우리는 한 잔 걸친 김에 아가씨와 숏 타임을 하기로 하고 각자 여자들 방으로 들어갔다. 초록바지가 나에게 그것을 주지 않아서 무력감에 우울해 하던 때였다. 먼 곳에서 진철이 형이 나를 찾아 왔기 때문에 짧은 시간동안 아가씨와 회포를 풀도록 해주고 싶었다. 형이나 나는 아직 공부를 하고 있었으나 내가 학원강사라도 했기 때문에 술을 사주고 아가씨를 붙여 주어야할 입장이었다.

 

 

내가 만난 아가씨는 한마디로 재수가 없었다. 아무리 숏 타임이라고는 하지만 그것을 하려면 먼저 서로 애무도 하다가 하는 것이 보통이었는데 이 아가씨는 키스도 못하게 하고 젖이나 자신의 몸에 일체 손을 대지 못하게 했다. 오로지 그것만 빨리 하고 나가라는 식이었다. 빨리 사정을 시키고 일을 끝내려고 그러는지 그 아가씨는 내 물건을 만지고 빨고 하다가 자기 몸 속으로 집어 넣었는데 자궁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내 정액을 짜내려고 혈안이었다. 물건이 들어가자마자 숨넘어가는 신음소리와 교태에 신물이 나서 내 성욕마저 멀리 달아나 버리고 말았다.

 

몸이 달구어져야지 정액도 몸속에서 흘러내릴 것인데 마치 전기 코드를 꼽자마자 한 참 동안 불을 지펴왔던 사람들처럼 행동을 해야 할 판이어서 몹시 어색했다. 깐죽거리는 아가씨 몸속으로 토끼처럼 금새 사정을 하고는 내려왔다. 돈을 주고 그 짓을 했다는 기분이 들지 않고 후회 스러웠다. 내가 미친놈이지 저런 년하고 붙었나? 하는 자괴감이랄까. 나는 그 날 사정도 모른채 그녀를 저주했다. 맨 날 그 짓이나 해 먹고 살라며...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사면바리는 그날 그녀에게서 옮은 것이 틀림없었다. 얼마나 몸이 더러웠으면 사면바리를 키우며 살았을까? 비싼 밥들을 처먹고 자기 몸에 올라가 지랄을 떨어대는 사내들에게 저주라도 하듯 사면바리를 옮겼을 것이다. 악소리 하나 하지 못하고 누구에게 하소연도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진철이 형은 나를 만나면 종종 이전에 자신이 성병을 옮겨 사귀던 여자와 헤어진 아픈 기억을 이야기하곤 했다. 진철이 형의 애인은 의류학과를 나와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속옷 회사에서 브래지어와 팬티를 디자인하는 디자이너였다. 그런데 진철이 형이 임질을 옮아와 그녀에게 옮긴 후에 둘은 헤어지게 되었다. 진철이 형은 그 여자가 참 괞찮은 여자였는데 자신의 실수로 헤어지게 되었다고 지금껏 후회를 했다. 아무리 고치려고 백방으로 애를 써 봐도 고쳐지지 않았던 진철이 형의 임질이었다. 형은  소에게 놓아 주는 성병 주사를 한 방 맞고 거짓말처럼 단박에 나아버렸다. 창피스러움을 무릅쓰고 보건소나 비뇨기과를 가도 임질 균은 좀체 없어지지 않아 고민을 하고 있던 차였다.

 

 

소를 키우는 축사에서는 이놈저놈들이 붙어먹는 바람에 임질에 걸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럴 때 소에게 임질치료 주사를 주게 되는데 약효가 즉방이었다. 그 주사는 소에게 놓는 주사인 만큼 주사가 팔뚝만 했고 주사바늘도 엄청 굵었다. 고시생이 되어 성병이 걸렸다고 말도 못하고 이곳저곳을 다니며 치료를 받으며 시간을 끄는 것 보다 소에게 놓는 주사라도 한 방 맞고 나을 수 있다면 그 방법을 택하고 싶었던 것이다. 몇 달을 치료해도 낫지 않던 진철이 형의 임질은 소 주사 한방으로 임질균이 녹아져 내렸는지 거짓말처럼 깨끝하게 나았다.

 

진철이 형은 소 주사를 맞은 후 한동안 힘을 쓰지 못했다. 그 일을 겪은 후 형은 술을 먹고 아가씨들 집에 가더라도 어김없이 콘돔을 사용했고 관계를 마치고 나자마자 오줌을 누고 몸을 두 번 세 번 씻기도 하면서 철저히 신경을 썼다. 나는 내 몸에 사면바리가 옮은 것을 보고 진철이 형도 그런 증세가 있느냐고 물었더니 자기는 아가씨와 그 짓을 하고 나서 철저하게 몸을 씻기 때문에 까딱없다고 했다. 그러니까 나만 재수 없는 아가씨한테 옮은 것이다. 나는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그 뒤 초록바지를 속여 관계를 하면서 내가 혹시 사면발이를 옮기지나 않았나 하는 불안감에 떨어야했다. 아니나 다를까 초록바지는 왜 이렇게 몸이 간지러운지 모르겠다며 말도 못하고 혼자 세상이 꺼질 듯한 고민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초록바지한테 속여 먹으면서 사면바리마저 옮긴 꼴이 되었으니 입이 열 개라도 유구무언이었다. 

 

 

 

애인이나 부부 중 한 쪽이 성병에 걸리면 나머지 한 사람도 바로 성병에 옮는다는 것은 당연했다. 사람들은 부부나 애인은 일심동체라고 했으나 나는 그 말을 곧이듣지 않았다. 일심동체라고 하면 이 세상에 이혼이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일심동체라고 속으면 안되고 무덤 속에 들어갈 때 까지 부부건 애인이건 이심이체라고 생각하며 조심스럽게 살아가야 한다는 마음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둘이 붙어 하나가 되었다는 것은 원래부터 따로따로인 각자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 일로 나는 그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깨우쳤다. 내 몸에 붙어 온 사면바리가 초록바지에게 바로 옮겨 간 것을 보면 부부나 애인은 정말 하나였다. 초록바지는 힘겨운 시간들을 보내고 있었다. 간지러워서 미칠 것 같고 어디 가서 누구에게 말할 수도 없는 현재의 처지에서 태산같은 걱정을 하던 중에 나를 만나 자기 증상이 나와 같다는 것을 알았다. 그녀는 나의 부정을 의심했고 치를 떨었다. 드디어 전후사정을 알고 난 초록바지는 고함을 치며 절교하자고 나왔다. 

 

 

 

- 이거 도로 가져가요, 나 이제 이런 것 필요 없어요!

 

 

- 뭔데? 저번에 내가 사준 금목걸이 아냐? 갑자기 왜 이래?, 계속 연락을 해도 안 되더니만....

 

 

- 연락이요?, 지금 입에서 그런 말이 나와요?

 

- 도대체 왜 그래?

 

- 몰라서 물어요? 나는 지금 세상에서 가장 치욕스런 병에 걸렸단 말이예요!

 

- 가려워서 병원을 가보니까 사면바리라고 하던데, 목욕가서 탕에 들어가거나 다른 사람이 쓰던 수건을 쓰거나 화장실 변기에 앉으면 옮을 수도 있다던데. 아무래도 얼마 전 목욕을 가서 옮아 온 것 같아...

 

 

- 그게 말이나 되요, 지금?, 어디 가서 무슨 지랄을 했길래 그런 것을 옮겨와요! 앞으로는 연락도 하지 마세요...

 

 

- 오해야, 나도 억울해... 내 말도 믿어줘야 하는 것 아냐?!

 

 

- 그런 소리는 지껄이지도 마세요, 나, 먼저 가요!

 

 

- 왜 이래 내 말 좀 들어봐!

 

 

- 아이, 놓아요 이 팔!, 야~이 미.친.놈.아, 야이, 미친놈아 !

 

 

 

그녀는 울면서 떠나갔다. 나는 무조건 아니라고 두 발을 쫙 뻗고 부인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번 일을 겪으면서 나는 분명히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사면바리는 그런 이유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사면바리가 기생하고 있는 음부에 상대방 음부를 밀착시키면서 강하게 접촉을 할 때 옮는 것이라는 사실을... 목욕탕이나 수건이나 변기에서 옮는 다는 것은 옮은 사람을 위로하기 위해 사람들이 지어낸 립 서비스일 뿐이었다.

 

 

매번 사고만 치고 다니는자신을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미웠다. 정신적인 충격으로 우울증에 걸렸는지 매일 잠만 자는 날들이 늘어났다. 자신을 한 없이 저주하고 스스로를 나만의 징벌방에 가두며 차라리 죽는 편이 낫다며 실망에 빠져서 신음을 하고 있었다. 어디선가 죽음의 냄새가 났다. 나라는 존재에 대한 추호의 연민이나 후회 따위는 없었다. 나에게 처녀까지 바친 순결한 초록바지에 대한 나의 감사가 이것이었다는 사실에 스스로 실망이었고 초록바지 역시 내 처사에 한 없이 몸을 떨었을 것이다. 이런 현실 앞에 극도로 예민해져 정신적으로 이상하게 될 것만 같았다. 나는 목욕탕에서 옮은 것이라고 계속 거짓말을 해 댈 수밖에 없었다. 나라는 존재야 원래 형편이 없는 놈이었지만 초록바지에게는 그녀의 자존심을 위해서라도 나는 목숨 걸고 거짓말을 해야만 했다. 사실이 그랬지만 초록바지는 무조건 옳고 깨끗했으며 나는 잘못된 존재로 설정해야 만 했다. 그리고 손이 발이 되도록 빌어야 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초록바지가 다시 나올 수 있는 명분을 만들어 주어야만 했다. 사내 하나 잘못 만나면 여자 신세가 이토록 망가질 수 있음을 나는 두 눈뜨고 목도하고 있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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