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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연한 만남이었다.

 

 하지만 한 번은 꼭 만나야 할 필연적인 것이기도 했다. 사람이 세상을 살며 중요한 것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자기 자신이었고 다른 하나는 내가 만나는 사람이었다. 내가 만나는 사람에 따라 각자의 인생의 행로가 달라졌다. 만나서 손을 흔들어대며 악수를 해야만 만나는 것이 아니었다. 만나는 방법 중에는 열거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방법들이 있었다.

 

어제 새벽이었다. 라디오에서 마치 토슈즈를 신은 발레리나가 발끝을 세우고 사정없이 피아노 건반 위를 질주하는 소리를 들었다. 그 소리는 발랄했고 생동적이었으며 다소 장난기가 섞여 있었지만 사랑스러운 느낌을 주었다. 사랑하는 마음은 음악으로 표현해도 역시 사랑스러웠다. 건반위의 주인공은 일정한 원을 그리며 건반 위를 뛰어 다녔다. 이내 살금살금 걷다가 다시 사정없이 건반 위를 질주하기를 반복했다. 그것은 아주 감미롭기도 했지만 때로는 육중한 기차가 경적을 울리며 사정없이 나를 향해 달려오는 것처럼 격렬하기도 했다.

 

상반된 성향의 두 명의 여자 사이에서 열정적인 사랑에 빠졌던 한 남자가 있었다.

한 여자는 관능적인 미모로 그 사내의 마음을 훔쳤고 또 다른 한 명의 여자는 정적인 아름다움으로 그 사내를 마구 흔들어 놓았다. 한 명의 여자도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 범부들의 사랑인데 행인지 불행인지 그 남자는 주로 두 여자 사이에서 곡예를 하며 끓어오르는 연정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나는 그 소리를 들으며 사랑의 마음은 우리들의 영혼을 이렇게도 높이 고양시킬 수 있다는 사실에 다시 한 번더 놀랐다. 그것은 위대한 사랑을 품은 사람만이 낳을 수 있는 위대한 음악이었다. 사람의 사랑은 유한했으나 예술만은 영원하다는 말이 실감이 날 정도였다.

 

 

그는 젊어서는 귀를 먹기 시작해서 중년이 되어서는 오직 자신 내면에서 울려 나오는 영혼의 소리만을 듣기 위해 세상의 모든 소리로 부터 스스로 귀를 틀어막았다. 나는 그처럼 예술가도 아니었지만 내가 귀가 먹어가는 일이나 레인코트와 초록바지 사이에서 사랑의 열정으로 방황한 일들이 그 사내의 운명과 많이 닮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를 만나면서 내 처지가 어렵더라도 항상 세상을 향해 따스한 열정을 품어야 함을 알았다. 위대한 그의 작품들은 거의가 다 귀가 먹은 이후에 만들어진 것들이었다. 그에게 신체적인 제약은 창조성을 제약하지 못했다.

 

한 인간이 스스로 포기하지 않는 한 좌절이라는 것은 애당초 없다는 것은 증명해 보여주었다. 내가 포기할 때 세상은 비로소 닫히는 것이고 내가 열려져 있으면 세상은 닫히지 않는 것이다. 나는 그를 만나 배웠다. 어떤 시련이 찾아와도 좌절이나 포기 같은 것으로 나 자신을 망치게 내버려 두지 않겠다고. 나 역시 난청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사람들이 바로 내 옆에서 하는 말들도 저만치 멀리 떨어져서 나는 소리처럼 가물거렸다. 나에게 오던 말들은 중도에서 흩어지고 부서져서 나의 귀까지 오는 동안 다 사라져 버렸다. 그럴때마다 나는 몇 번씩 다시 말해 주기를 청했고, 내 귀에 가까이 와서 큰 소리로 말할 때 겨우 들을 수 있었다. 그 남자는 들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서는 피아노를 장작 패듯이 두들겼다. 하지만 그는 그런 의지와 정신으로 매진하는 동안 위대한 음악들을 낳았다.

 

 

그 남자처럼 나 역시 관능적인 레인코트를 거쳐 정적인 초록바지와의 힘겨운 만남을 이어가고 있었다. 나는 변증의 사랑을 기대하며 초록바지에게서 방황을 끝내고 사랑이 활짝 꽃피기를 원했다. 그 남자가 두 연인 사이에서 가졌던 열정과 사랑의 고뇌를 느껴 보겠다는 호기심으로 나는 그가 만든 <열정>이라는 피아노 소나타를 들었다. 주로 다른 사람들이 다 잠이 든 한 밤중에 촛불만을 켜 둔 채 음미하듯 피아노 선율을 들었다. 3악장으로 된 소나타는 사랑하는 연인에게 느낄 수 있는 열정, 불안, 평안 그리고 격정 등 모든 감정들이 다 녹아들어가 있었다. 나는 CD를 틀었다.  

 

 

1악장을 들을 때는 다소 경쾌하고 격렬하게 시작하여 끝없이 달콤한 사랑의 교태를 이어가다가 앞으로 닥칠 사랑의 격랑을 알리는 예고편처럼 들렸다. 이것은 아마 그가 사랑했던 관능적인 연인과의 감정을 표현했으리라는 짐작이 갔다.

 

2악장으로 들어가면서 갑자기 피아노 음이 죽어 들어가 들릴 듯 말듯 간당거리면서 이어졌는는데 그 남자가 사랑했던 정적인 여인의 이미지를 표현하는 듯 했다.

 

다시 3악장이 시작되면서 부터는 모든 것을 다 쓸어버릴 듯한 격정적인 사랑을 표현하면서 열정이라는 소나타는 대단원의 끝을 맺었다.

 

 

정(正)과 반(反)과 합(合)의 변증법적인 사랑이었다. 누구는 이 곡을 들으면 사랑하는 사람의 열정과 고뇌에 찬 무서운 에너지가 온 몸으로 전해져 인간에 대한 주체할 수 없는 연민으로 눈물이 흐른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눈물 대신에 레인코트와의 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한 아쉬움과 새로 찾아온 초록바지와의 사랑을 이루기 위한 의지가 불타 올랐다. 소나타를 들으면서 사랑을 해도 고뇌하며 열정적으로 해야지 흐물거리는 사랑은 일종의 죄악이라는 무언의 질책을 들었다.

 

1악장을 들으며 당당하게 내 곁을 향해서 다가오던 귀엽고 발랄했던 레인코트의 모습을 연상했다. 그녀는 잔잔한 호수같이 평안했던 내 삶에 돌덩이를 던지며 파란을 예고했었다. 나는 레인코트와 가출을 반복하고 아이를 임신시키면서 둘만의 사랑을 꿈꾸었지만 운명은 우리편이 아니었다. 결국 그녀는 나 아닌 다른 남자의 품에 안겨 살며 사내아이를 낳았다. 그동안 레인코트는 내 곁에서 웃고 울며 사랑의 기쁨을 나누었다.

 

나는 어리석게도 레인코트와의 사랑이 영원한 것인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었다. 세상의 모든 사랑이란 사랑은 모두 다 겨울나무에 핀 눈꽃과도 같은 것이었다. 사랑이 뜨거울수록 사랑이 녹아내릴 때의 상처는 깊었다. 그처럼 나는 레인코트를 생각하면서 1악장을 다시 틀었다. 나는 지그시 눈을 감은 채 피아노 소나타를 들으면서 내 나름대로 느낌을 글로 적어내려 갔다. 그 내용은 마치 유치한 시와도 같았지만 상관하지 않았다. 계속해서 적어 나갔다. 세상의 유명한 모든 것들도 처음에는 다 유치한 것들이 아니던가.

 

 

두드리며 다가갑니다, 온갖 애교로

호기심에 가득차서 당돌하게 달려갈께요

혹시 내가 무섭지는 않나요

계속해서 두드릴께요

웃으면서 계속 ...

찬찬히 계속 두드릴께요

나는 결코 지치지 않을 꺼예요

쉽게 물러나지 않겠어요

잠시 나갔다가 와서 다시 두드릴께요

다시 몰아치며 달려갑니다

누구 눈치도 보지 않고 내 방식대로 할거예요

오로지 내 방식대로 ...

이 두드림은 쉽게 끝나지 않을 거예요

잠시 쉬다가 다시 일어나서 두드립니다

결코 지치지도 않을 거예요

당신의 모습을 살피면서 두드립니다

한 때는 외로웠지만 지금은 달라요

결코 나는 지지 않을 거예요

자신이 있으면 나를 한 번 잡아 보세요

우리 다시 사랑을 해요, 뜨거운 사랑을

맹렬히 몰아 칠 테니 각오를 단단히 하세요(열정 소나타 1악장, 격정의 사랑)

 

 

  

갑자기 맹렬하던 피아노 소리는 어느 듯 갑자기 음이 낮아지면서 사라지듯 가물거렸다. 2악장이었다. 이때 부터 소리를 따라 잡으려 애를 써야만 했다. 아주 먼 곳 동트는 곳에서 부터 나직하게 들려오는 소리였으나 무슨 일을 낼 것처럼 비장한 각오를 하면서 다가오는 운명의 소리처럼 들렸다. 사랑하는 연인을 향한 도전장을 내미는 듯한 비장함이 느껴지고 바로 이 2악장 이야말로 이 소나타의 진수였다.

 

사랑은 격정보다는 안식이고 쉼이어야 한다며 조용히 속삭이며 다가오고 있었다. 마지막에 가서는 정적인 아름다움이 느껴질 정도의 우아한 춤을 추어 보였다. 내가 벌이고 있는 초록바지와의 사랑이 이런 것일 거라고 생각했고 나는 지금 2악장의 사랑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초록바지와 그 짓을 한 번 하려고 해도 숨으면서 사라져 버리는 피아노 선율과도 같이 초록바지는 어디론가 멀리 멀리 도망을 쳤다. 답답한 시절의 사랑이었지만 초록바지가 내 인연이고 이런 사랑이 훗날 내 삶의 밑거름이 될지는 아무도 몰랐다. 나는 2악장 내내 초록바지와의 사랑을 느껴보려고 애를 썼다.

 

세상에 위대한 것들은 이처럼 처음에는 모두 땅속으로 꺼져 들어갈 듯 기어들어간 소리처럼 미약한 것들이었다. 사람들이 강한 것의 강함에 빠져 정신을 팔고 있을 때 저 멀고 먼 변방에서 부터 약한 것의 역사가 시작되고 있었다. 조물주는 강한 것을 부끄럽게 하려고 약한 것을 들어 쓰면서 강한 것을 폐했다. 강한 것을 자랑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눈길도 주지 않는 미미한 것들을 들어서 귀하게 사용했다. 오늘의 약한 것은 내일의 강함이 되고 오늘의 강함이 내일의 수치와 슬픔이 되게 하였다.

 

레인코트와의 사랑은 달콤했지만 너무나 강해서 도중에 부러져 버린 사랑이었다. 한 때 미미한 존재 같아서 내가 버렸던 초록바지가 나의 생의 터전에 자리를 잡고 앉을지는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인간의 눈으로 세상 것들의 선후와 우열과 미추를 따지는 것은 모두 부질없는 일이었다. 나는 눈을 감고 2악장을 들으면서 초록바지를 생각했고 나의 계속되는 거절을 이겨내고 조금씩 당당하게 내 곁으로 걸어 온 초록바지의 발걸음이라는 생각으로 천천히 느낌을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멀리서 당신을 지켜보고 있었어요

쉿, 조용히 들어 보세요 제가 다가서는 소리를

똑. 똑. 똑. 내가 하는 말이 들리나요?

북을 울리며 천천히 나아 갑니다

나는 혼자예요, 외롭지요

우리 함께 놀아요, 그대여

절대 나는 흥분하지 않아요

계속 쉬지 않고 두드릴 거예요

가끔 흥분하지만 다시 차분해져요

절대 흥분하지 않을 거예요

이 기다림도 언젠가는 끝이 날거예요

계속 사랑의 두드림을 이어가요

때로는 슬프지만 기다리는 것도 괞챦아요

그렇지만 쓰러져 울지만은 않아요

나에게도 자존심 이라는 것이 있답니다

내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조금씩, 조금씩 당신 곁으로 다가 갈께요

우리 이제 다시 만나요

그대가 있는 그곳은 그렇게 좋은 가요?

문을 여세요, 이제는 문을 열어 줄 때도 되었잖아요(열정 소나타 2악장, 기다림의 사랑)

 

 

다시  어디선가 사라졌던 격렬한 소리가 돌아오면서 3악장을 열었다. 이 소리는 1악장 때 보다는 더 격정이었다. 사랑의 열정을 이렇게 표현하는 것인지 아니면 열정의 극치를 이렇게 표현하는 것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나는 알 수 없는 어떤 연인이 등장을 해서 나를 향해 달려오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 여인은 내게 다가와 요염하고 요란하게 끝도 없이 달리며 사랑을 나눌 것만 같았다. 마치 당신과 나의 사랑은 이처럼 경쾌하고 즐거운 것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처럼. 사랑에는 끊임없이 열정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것은 달려오는 동안 더욱 힘이 커져서 모든 것을 휩쓸어버릴 듯한 기세로 변해갔다.

 

그 중심부에서는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 속에는 파괴를 위한 에너지가 있었고 모든 것을 헐고 건설할 수 있는 에너지도 있었다. 그것은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들이었다. 이내 그러다가 소리는 다시 꺼질듯 자지러지면서 이어졌고 점점 폭풍우로 변해서 요란한 광음을 울리며 왔다. 꺼져가던 초록바지와 나의 사랑은 다시 되 살아나 불꽃처럼 일어나 춤을 추었고 주위를 환하게 밝히는 빛이 되었다.

 

나는 초록바지와 나와의 사랑 역시 이런 것이 되기를 바랬다. 꺼져갈듯 하던 초록바지와의 사랑이 다시 살아나 사랑의 절정을 맛보며 종생토록 이어지기를 바랐다. 3악장 역시 1악장 보다는 더 강한 힘이 느껴졌지만 강과 약을 반복하는 품세가 다소 유치한 구석도 없는 것은 아니었다. 사랑이 열정적일수록 유치한 구석들이 많아 그럴 것이다. 치사 빤스한 인간의 바닥과 탐욕이 적나라 하게 다 들어나는 것이 남녀의 사랑이었다. 그것은 어찌 보면 우스광스러울 때도 있었다.    

 

 

나를 따라와 봐요, 쿵쿵쿵.

내가 노는 것을 좀 지켜 보시라구요

나는 마구 당신을 향해 달려 갑니다

당신은 결코 나를 막을 수는 없어요

운명 같은 만남을 어찌할 수 있나요

아, 내 마음을 조용히 가두어 둘 수가 없어요

당신을 향한 뜨거운 마음, 아 이 마음을

나는 미쳐요, 그대를 향하는 마음으로

나를 어루만져 주세요

어디 나를 한 번 잡아보세요

이렇게 달리지 않으면 미쳐 버리고 말거예요

사랑은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당신은 아세요?

사랑은 대범하게 하는 거랍니다

나는 당신을 정복하고야 말 것 이예요

나는 다시 시작할 거예요. 기다리세요

우리 죽도록 사랑해요

그대 각오하세요, 아아 그대여 나는 미쳐요

사랑은 감미로운 것이네요

우리 사랑을 하며 함께 떠나요

그대여 내 마음을 받아 주세요, 이 뜨거운 마음을

가만히 있지 못 하겠어요

나는 당신을 만나야만 해요

그대여 내 손을 잡아줘요, 어서

우리 함께 뛰어요, 풀밭으로, 강가로

나를 안아줘요, 입 맞추어 주세요

그대여, 그대여, 아아, 그대여

미치겠어요, 정말 나는 미칠 것만 같아요

어서 어서 날 안아 줘요, 그대여

아아 그대여, 나는 당신 없이는 살 수 없어요

내 마음을 받아 주세요, 아아, 그대여(열정 3악장, 절정의 사랑)

 

 

어느 날 열정 이라고 이름을 붙인 그 남자가 만든 소나타는 그렇게 내 안으로 들어왔다. 3악장까지 다 끝났을 때 나는 수도 없이 반복하며 피아노 선율을 듣고 또 들었다. 내 사랑의 열정을 써 내려가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나는 남녀의 관계라는 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대체 무엇이 존재하길래 사람의 마음을 이렇게 뒤흔들어 놓으며 사람의 운명이라는 것을 갈라놓기도 하고 붙여 놓기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끝없이 이어질 것만 같았던 레인코트와의 만남을 떠나 보내고 인연이 다 끝났던 초록바지와의 관계를 소생시킨 것은 과연 누구의 소관인가 하는 것들을 따져 묻고 싶었다.

 

한 여자를 사랑해서 결혼에 이르는 길은 수많은 소비와 경험을 요구하는 멀고 먼 대 역사와도 같았다. 아무나 가정을 이루고 아무나 남편이 되고 아내가 되는 것이 아니었다. 이 땅에서 가정이라는 장막을 세우기 위해서는 수많은 시련과 경험을 거친 연후에나 가능한 일이었다.

 

한 여자의 자궁을 합법적으로 드나들기까지 남자의 물건은 수많은 여자들의 가랑이 속을 들락거린 후에나 가능했다. 그런 와중에 어떤 가랑이에서는 사면바리도 옮고 또 다른 가랑이로 부터는 임질도 옮고 또 다른 상대에게는 그것을 옮기기도 하면서 단련된 연후에나 말이다. 

 

세상에 쉬운 일이란 하나도 없었다. 일상은 완벽한 조화의 상태였다. 모든 불협화음이 어우러져 균형을 맞춘 상태 그것이 바로 일상이었다. 일상을 죄짓지 않고 빚지지 않고 살면서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만 있다면 그 사람이 천사고 바로 이 일상이 천국이었다. 하지만 이런 일상을 우습게 아는 자에게는 저주가 따랐다. 사람은 자주 미래를 들먹이지만 그것은 결국 현실을 기망할 뿐이었다.

 

일상은 만만한 것이 아니어서 사람들이 마음먹은 대로 이루어지는 세계가 아니었다. 그 세계의 길흉과 화복과 운행을 주관하는 자는 따로 있었다. 그 주관자는 내가 레인코트와의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썼지만 그것은 내가 가야 할 길이 아니라고 고쳐서 가게 만들었다. 나는 이제 나를 주관할 자를 나 자신에서 다른 무엇으로 대체해야만 할 것 같았다. 이 생에서의 번뇌를 끝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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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아자아자

    초록바지를 몸으로는 기여코 한 번 정복했으나 맘은 천리만리로 내쫓았군요.
    제 한 몸을 아무렇지 않게 맘대로 굴리는 강산을 초록바지가 어떻게 평생을 맡기나...

    2014.03.31 14:55 댓글쓰기
  • 열정

    과유불급. 초록바지는 아끼다가 똥이 되었고 청산은 지나친 탐심으로 망신살이 뻐쳤네요. 무엇이든 지나치게 추구하면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죠...

    2014.03.31 20:08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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